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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사회과학

조회 수 1088 추천 수 0 2009.04.08 01:32:05
 

어떤 얼간이들은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내 생각에 인문학은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 아무 말이나 떠들어도 어디가서 철학자 대접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누가 좀 더 덜 바보같은가의 문제인데, 이걸 판가름 하는 잣대는 논리와 이성이다. 그래서 이 바닥에서는 다소 얘기가 황당해도 논리적으로 클리어하면 책도 낼 수 있고 강연도 할 수 있다. 생각을 해보라. 플라톤이 지금까지 살아남는 이유가 도대체 뭐겠나?

반면에 사회과학이란건 언제나 오류를 전제하는데, 무슨 얘기냐면 여러가지 썰이나 모델이 있고, 그 중 설명력이 제일 큰 게 짱먹으면 된다는 뜻이다. 설명력이란건 물론 논리와 이성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실증'이다. 과학철학에서 "너의 눈깔이나, 혹은 현미경을 도대체 어떻게 100% 믿을 수 있다는 것인지 설명해봐!" 라고 물어볼 때에 대답할 말이 별로 없는 것처럼 실증은 그 자체로 언제나 뒤집힐 가능성을 전제한다. 이게 상대주의자들이 하는 것처럼 과학이나 점성술이나 똑같다는 얘길 내가 지금 하려는게 아니고, 전제가, 응? 전제가 그렇다는 것이다. 자신의 모델이나 이론을 실증적 차원에서 어디까지 방어할 수 있을 것인가가 사회과학자들 최대의 고민이다.

그냥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를 때에도 그건 마찬가지다. 여러가지 주장들이 다 가설에 불과하다고 할 때에는, 과학자들더러 겸손하라고 그 얘길 하는게 절대로 아니라, 과학이라는 체계의 성격 자체가 그렇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언제나 자신의 주장을 자신있게, 전적으로 신뢰하며 내밀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이 모든 것이 망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않고있다.

앞서 얘기했듯, 인문학은 과학의 이 '전제'를 늘상 넘어선다. 그렇기 때문에 둘은 서로 다른 차원에 있다. 나는 인문학이 과학의 전제를 우습게 여기거나 과학이 인문학의 실증적 무능함을 업수이 여기는 세태가 대단히 불쾌하다. 그런 얼간이들과 한때나마 함께 공부를 했었다는 점이 치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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