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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몰라 ㅋ

조회 수 1039 추천 수 0 2010.09.15 01:10:55

결국 술을 사왔다.

 

술을 사러 가는 길에 치킨집이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피자집이라고 해야 하나? 페리카나 치킨을 팔지만 상호명은 실바노 피자이다. 배달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집이므로 내부 인테리어나 위생 상태는 물론 형편없다. 이 가게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내 생각에 여기서 치킨을 시켜먹는 사람은 별로 없다. 위생상태와.. 하여튼 그 후즐근함이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는 가게라서 시켜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하지만 오늘도 그 가게에서 술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가게 주인과 가게 주인의 이웃들이다. 어차피 장사는 안될테니 차라리 본인이 해치우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일리가 있을 것이다.

 

치킨집을 지나면 오리구이 집이 나온다. 일인당 만 얼마씩을 받고 무제한 공급을 해주는 코스를 내세우는 집이다. 물론 이것도 빈민들만 가득한 이 동네에서 장사가 될 리 없다. 지날 때마다 파리를 날리고 있는데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테이블 하나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웬일인가 싶어 들여다 보았는데 가게 주인이다.. 어차피 안 팔리는거 본인이 다 먹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이런 가게가 부지기수일 것이다. 과거 부르주아들은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람들은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장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그냥 쁘띠부르주아지가 아니라 오히려 '노동자' 집단에서도 탈락한 사람들이다. (뭐 그것도 쁘띠브르주아지만..)이들 중에 처음부터 장사를 하겠다며 꿈을 안고 나선 사람은 없다.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삶을 살려고 하다가 뭔가 어긋난거지.. 즉, 국회 앞에 이 사람들이 냄비를 들고 가서 꽝꽝 쳐대는 것도 당연히 계급적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게 매우 당연한 이야기지만 요즘 진보정당 지지자라는 사람들은 이런 기본적인 생각도 발로 뻥 걷어 차버린다.

 

계급문제가 여전히 우리의 뒷덜미를 콱 잡고 있다면 당연히 진보정당운동에 있어서 계급정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라는 커다란 틀을 놓고 이야기를 시작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그런 시도가 무엇이 있었는가를 이야기 하면 당연히 진보정당운동과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런거 얘기하라고 불러다 놓고 다그쳐봐야 클리어한 얘기가 안 나온다.

 

그렇다면 대체 뭔가? 사실 이건 진보정당 뿐만 아니라 운동 전체의 위기 아닌가? 물론 그렇다. 아주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모두들 이 레벨로 사고하길 거부한다. 민주노총이 싫어서 이기도 하고 운동 말고 정치를 해야 하기 때문이어서 그렇기도 하다. 아니 근데 잠깐. 운동은 정치가 아닌가? 노동자정치세력화가 정치적 문제가 아니란 말인가? 이건 정치학교과서를 처음부터 다시 보아야 하는 수준의 질문이다.

 

이것이 운동 전체의 문제라면 진보신당 혼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생각이 좀 있다는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 연합정치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는데 연합정치 좋다 이거다. 하지만 합당을 하는 문제와 무언가를 공동으로 실천하는 문제는 여전히 다른 것이다. 그렇다. 공동의 실천을 해야 한다. 지금 상태에서 한 군데 모아놔 봐야 싸움만 한다. 그렇기에 공동의 실천을 넘어서서 어떤 역할 분담을 이야기 해야 한다. 이것을 통해 신뢰에 기반한 협력과 차이를 인정하는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과연 될까? 그냥 이대로 하면 당연히 안된다.. 하라고 해서 그냥 되는 것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어떤 매개가 필요하다. 여러가지 고민이 있지만 '민중대학' 같은 모델은 어떤가? 알아서 종자돈 내고, 알아서 수업 커리큘럼 짜고, 알아서 학생 모으고.. 북한 바로알기를 하던지 소련 바로알기를 하던지.. 단 수강생이 5명 이하이면 과감하게 폐강하고..

 

꿈 같은 얘기지. 나도 안다. 그래서 얘기를 할까 말까 하는 사이에 이렇게 하루 하루가 지나고 있는 것이다.


푸줏간소년

2010.09.15 17:07:23
*.114.22.136

만듭시다! 민중대학! 그럼 내가 학생처 직원하겠음 ㅋ
암튼 사이버 노동대학보다만 낫다면 다 좋을것 같음

고양이

2010.09.15 22:50:56
*.140.136.145

그게 단이 만들고 있는거 아님?

이상한 모자

2010.09.16 07:40:13
*.146.143.41

약간 개념이 다를 겁니다.

nuovo90

2010.09.18 17:50:58
*.160.87.191

책은 어차피 안팔린다고 주인이 먹어치울수도 없는데, 시간은 다가오는데.

이상한 모자

2010.09.19 05:13:54
*.146.143.41

미안합니다.

처절한기타맨

2010.09.28 00:35:29
*.231.53.11

칼라TV 생방 시청자 10명 이하면 폐방을 해야할지동...하긴 시청률 운운하기엔 매체가 너무 약체라서..ㅎㅎ
저런 커리큘럼으로 방송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문득 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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