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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이 문제는 상당히 웃기는 문제이다. 이전까지 개인 창작 게임에 대하여 가장 많이 제기 되었던 문제는 지적재산권 문제였다. 이미 지적재산권이 보장되고 있는 소스를 가져다가 개인 창작 게임을 만드는 것은 지적재산권 침해에 해당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문제는 그런 차원을 넘어선다. 왜 이런 문제가 벌어졌는가? 단순하게 말하면 이게 다 아이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애초에 문제가 된 것은 '앱스토어'였다. 앱스토어라는 것이 전세계의 개인 혹은 회사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엄청나게 모아다가 사고 팔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 한국에서 다운로드 서비스를 하려면 한국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프로그램 전체에 대해서 한국법을 적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문제는 한국법에 의하면 한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게임은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애플이나 구글 측의 입장은 앱스토어를 통해 다운받을 수 있는 모든 프로그램에 대한 사전 심의는 불가능하므로 아예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안 팔겠다고 주장해버린 것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인촌과 문화관광부는 수수료가 인하되고 개인도 접수할 수 있으며 절차가 간소해진 형태의 '오픈마켓 게임 심의'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이게 2009년 초다. '오픈마켓 게임물'은 IPTV, 플래시, 다운로드 게임 등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개인이 제작한 다운로드 게임'의 형태에 아까 언급한 앱스토어에 등록된 개인 제작물들과 개인 창작 게임이 포함되는 것이다.

 

즉, 이번 소위 'RPG 쯔꾸르 게임 등급 심의 공문'사건은 앱스토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를 두고 별 관계도 없는 아마추어 게임 제작 커뮤니티 등이 말려들어간 문제로 보면 된다.

 

그럼 갑자기 그동안 가만히 있던 문광부가 왜 이러느냐? 이건 이제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됐다는 것과 관계가 있다.

 

문광부는 이미 지난 4월에 소위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래저래 통과가 안됐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아래에 퍼온 글에도 나와 있지만 핵심은 이 앱스토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등급 심의 권한을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측에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구글이나 애플이 자체 심의를 하면 그걸 한국법에 의해(그러니까 게임물등급위원회에 의해) 심의가 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지들끼리 싸우느라고 이 법안을 통과를 못시켰다. 이제 9월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않으면 연내에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다운받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래저래 문제가 많이 생길 것이다. 따라서 문광부 입장에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일일 것이고 일종의 사전정지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공문 주욱 돌려서 시끌시끌해지면 봐라, 현행 법대로 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법을 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이렇게 높다.. 이런 논리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남는 문제가 이제 등급 심의 수수료인데 이 문제는 애플이나 구글하고 지난한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로 퉁치기로 한 것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는 김에 평소 아리까리하던 밸브의 스팀도 같이 협상을 거는거고..

 

개인 창작 게임의 경우 여기에 끼여서 황당한 상황이 된 것인데, 공문을 돌린 것은 돌린 것이고 실제로 행정 집행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면 어차피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방구석에서 나 혼자 게임 만드는 사람이 얼마나 많다고 그걸 다 등급 심의를 받으라고 강요를 하여 수수료를 뜯어내는 것도 별볼일 없는 것이고, 또 이 개인 창작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게임 산업에 무슨 대단한 영향을 미칠만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사건의 핵심은 앱스토어이고, 이 새로운 시장을 한국의 게임산업이 쌩깔 수는 없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한 게임법 개정이고, 게임법 개정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뭐 그냥 내 생각이라는 점을 새삼 밝히면서 그만 쓰기로 함.


이상한 모자

2010.09.09 16:03:44
*.114.22.131

게임법 개정안 중 이것과 관련있는 부분을 발췌합니다.

제21조(등급분류) ①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당해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기 전에 등급위원회로부터 당해 게임물의 내용에 관하여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게임물의 경우에는 그러지 아니한다.
1. ~ 3. (현행과 같음)
4. 게임물의 제작주체, 유통과정 특성 등으로 인하여 등급위원회를 통한 사전분류가 적절하지 않은 게임물 중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 다만, 제9항의 기준에 의한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일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 ⑧ (현행과 같음)

⑨ 제1항제4호에 따른 게임물을 이용에 제공하거나 유통시키고자 하는 자는 등급위원회와 협의한 별도의 기준에 따라 자체적으로 등급분류를 하여 이를 표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제1항에 따라 등급분류 받은 것으로 본다.

⑩ 제1항제4호에 따른 게임물을 이용에 제공하거나 유통시키고자 하는 자는 제9항에 따른 등급 및 표시 내용을 게임물의 유통 또는 이용제공 후 1개월 이내에 등급위원회에 신고하여야 한다.

⑪ 제9항에 따른 등급표시가 적절하지 않은 경우 등급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요청 또는 직권으로 등급분류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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