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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금융위기 극복의 대가는 美제국의 종말"
  [해외시각]루비니 "美지방은행 3분의 1, 독자생존 어려워"
  2008-08-19 오후 6:16:40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 교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 3인방'으로 불린다.
  
  이들은 미국의 경제와 세계의 경제에 대해 줄기차게 비관론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들의 비관론은 근거도 없이 너무 과장된 것이라고 일축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금융위기를 일찌감치 경고해온 이들의 주장이 현실화되어 한층 명성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비관론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은 "고장난 시계조차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면서 우연의 일치로 치부한다.
  
  또한 이런 사람들은 비관론은 객관적 근거에 따라 형성된 견해가 아니라 결론에 유리한 근거들을 끌어모아 만들어진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보인다.

  
  월가의 예언자로 떠오른 '비관론자 3인방'
  
  하지만 요즘 월가에서는 '비관론자 3인방'이 경고한 시나리오가 점점 실현되고 있다는 공포가 휩쓸고 있다. 특히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한 루비니 교수는 '월가의 예언자'처럼 부각되고 있다.
  
  루비니는 최근 "미국의 금융업체들이 지급불능 사태에 도달할 수 있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1조~2조 달러의 공적 자금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월가에서는 이런 사태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 금융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 경제가 회복이 된다고 해도 세계 속에 미국의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로이터=뉴시스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세계적인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제2의 베어스턴스'(미국의 제5위 투자은행으로 지난 3월 파산 위기로 공적자금 투입 조건과 함께 강제매각)가 될 것이라는 관측과, 미국의 양대 모기지보증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자금조달에 실패해 결국 대대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에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급락했다. 국내 코스피 지수도 뉴욕증시의 영향을 받아 19일 1.68% 급락한 1541.41에 마감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맹비난해온 저서를 쓴 스티븐 밈 조지아대 경제사학과 교수가 최근 <뉴욕타임스>에 'Dr.Doom'이라는 글을 통해 루비니 교수와 직접 얘기를 나눈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비관론을 조명해 주목된다. 다음은 이 글(원문보기)의 주요내용이다.<편집자>
  
  지난 2006년 9월 7일 루비니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강연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르면 몇 개월, 늦어도 몇 년 내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는 유례없는 주택가격 거품 붕괴와 오일 쇼크, 소비자신뢰 급감 등의 악재 속에 심각한 경기후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이 과정에서 많은 주택 소유자들은 모기지 상환을 못하고, 수 조 달러에 달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이 전세계 금융시스템을 흔들어 놓을 것이며, 이에 따라 헤지펀드와 투자은행 그리고 패니매와 프레디맥 같은 다른 주요 금융기관들이 큰 타격을 받거나 파산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당시 청중들은 루비니 교수의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일부는 일축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이코노미스트 아니르반 바네르지는 "루비니의 예측은 수학적 모델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그저 비관론자의 억측일 뿐"이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루비니 교수의 주장은 곧 현실화되었다. 루비니 교수가 강연한 뒤 해가 바뀌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들이 부도 위기에 몰리고,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급락하고, 주가가 곤두박칠쳤다.
  
  지난해 9월 루비니 교수가 다시 IMF 강연에 나서 "부도 위기가 금융시스템 전반에 미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자 이번에는 아무도 비웃지 않았다. 루비니를 두 차례 IMF 강연에 초정한 이코노미스트 프라카슈 룬가니는 "2006년에는 미친 소리를 하는 것 같았는데, 2007년에 다시 왔을 때는 예언자가 되었다"고 말했다.
  
  90년대 잇따른 신흥시장 금융위기의 다음 타자는?
  
  2000년대 초 루비니 교수는 1990년대 신흥시장들에서 잇따라 발생한 세계 곳곳의 금융위기 사태를 분석한 뒤 다음 차례가 될 가능성이 높은 나라를 예측해 보려고 했다. 그의 결론은 놀랍게도 '미국'이었다. 그는 "미국은 가장 커다란 신흥시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은 신흥시장이 아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다. 하지만 루비니는 2004년 6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에 절망감을 느꼈다.
  
  그는 경상수지 적자의 위험성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해, 2003년 FRB가 제로에 가깝에 금리를 내린 이후 시작된 사상 최대 규모의 주택시장거품을 포함한 신용거품의 다양한 영향 등으로 연구 대상을 넓혀갔다. 그 결과 루비니는 주택시장 거품 붕괴가 임박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는 2004년말 '미국의 악몽같은 경착륙 시나리오'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메워주던 외국 투자자들이 투자를 중단하고, 달러를 매각하면서 미국의 경제가 파괴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시기는 2005년이나 2006년말이 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2006년말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경기후퇴는 현대경제에서 중요한 현상임에도 경제학은 이를 예측하는 데 매우 서툴다. 이코노미스트들이 90년대 전세계에 여러 나라가 겪은 60차례의 경기후퇴에 대해 '컨센서스' 방식으로 예측한 결과 97%가 1년 전에 예측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후퇴를 예측한 드문 경우조차 그 심각한 정도에 대해서는 매우 과소평가했다. 특히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불과 2개월 뒤에 경기후퇴가 닥쳤을 때조차 예측에 실패했다.
  
  이렇게 보면 경제학자는 '낙관적 전문직'인 것으로 보인다. 수리경제학 모델은 가까운 미래는 가까운 과거와 비슷할 것이라는 가정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돌발적인 상황을 예상하기 힘들다. 어떤 모델이 경기후퇴 같은 상대적으로 온화한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다면, 전면적인 금융위기같은 중대한 사태를 모델화하고 예측하기는 더욱 힘들다.
  
  20세기 경제학자 중 금융시장의 패닉에 대해 애써 연구한 이코노미스트는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가장 유명한 사례가 하이먼 민스키이다).
  
  루비니는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는데, 우리는 표준경제이론이 도움이 되지 않는 영역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루비니의 비관론에 대해 "짜맞추기"라는 비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루비니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가 무조건 비관론만 펴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여러 조건들이 낙관적인 견해를 뒷받침한다면, 루비니도 낙관론자가 되거나 최소한 극단적인 비관론은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루비니도 국제유가가 세계 수요가 감소하면서 몇 개월 사이에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진다면 "대공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편하게 말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융시스템 자체가 서브프라임"
  
  그러나 루비니는 이미 미국은 경기후퇴에 진입했으며, 대공항 이후 최악으로 기록될 경기후퇴가 18개월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해 왔다. 또한 내년 말이면 미국의 경제가 기술적으로는 회복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실업과 기업 파산 등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수년 간 계속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루비니는 미국이 선택할 방안은 별로 남아있지 않다고 말한다. 정부가 수조 달러에 달하는 부실 모기지를 보증하든가,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파산하도록 내버려두는가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루비니는 "은행들을 국유화하거나, 모기지를 정부가 떠안든가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루비니는 일각에서 현재의 금융위기를 '서브프라임 부실사태'로 치부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신용카드, 학자금, 자동차 할부금 대출 등으로 양산된 부채들도 서브프라임처럼 부실사태를 빚을 요인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런 부채들도 무분별한 대출, 증권화, 신용평가기관의 부실평가, 금융감독기관의 태만 등 부실요인들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루비니는 "우리가 처한 문제는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시장이 아니라 비우량 금융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각종 부채들로 인한 손실 대부분은 아직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으며,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만으로도 수백 개의 지방은행들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넘어가는 대가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 은행 중 3분의 1은 독자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막대한 구제금융비용이 가뜩이나 천문학적인 연방 재정적자에 추가될 것이며, 누군가로부터 또는 어디에서건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손들은 중국, 러시아, 그리고 걸프 국가들"이라면서 "그들은 라이벌이지, 동맹국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루비니는 "미국은 이번 위기를 어떻게 해서든 넘길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에서 다른 위치를 차지하는 다른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이라는 제국의 종말이 시작되는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승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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