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일단 내가 김규항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걸 전제하자. 씨네21이었던가 한겨레21이었던가, 딴지총수와 무슨 정례대담 코너를 했다는 걸 빼고는 별로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잡지를 하나 만들고 있다는 건 아는데, 초등생들한테 그걸 사주느니 대여점 적립금을 보충해서 원피스나 더 보게 하는 게 낫다고 나는 생각을 한다. 이런 건 취향의 문제일 테니까 뭐 패스하고.

 

어쨌건 레디앙에서 인터뷰를 봤는데, 뭐라더라, {좌파의 일원}으로써 뱅기의 해악을 지적할 필요가 생겼대나 뭐래나 후까시를 잡기에, 검색까지 해가며 내 몸소 블로그를 방문하시어 이상한 나라 시리즈도 좀 읽어봤다. 내 감상평은 간단하다. 늙은 말들의 추태. 좌파연 하는 것에서 이미 꼰대 냄새를 술술 풍기고 있으니 특별히 예상밖의 실망감을 느낀 것은 아니지만.

 

대표적으로 코멘트해야 될 부분은 이거다. 인용 귀찮으니 기억나는대로 옮겨보자면

 

{역사적으로 사회주의가 강성해야 사민주의도 온다능.}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 이거 아마 게으른 구좌파 나부랭이들이 종종 늘어 놓는 18번이기도 할 게다. 사회주의 혁명 투쟁이 대폭발해야 자본가들이 겁을 잔뜩 집어먹고 사민주의라는 당근으로 유혹을 한다는 식의. 그럼 한 번 묻자, 니들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 이것들은 머리나 나쁜 건가 학습이 게으른 건가 아니면 양쪽 다인 건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미친 건가.

 

일단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부분부터 짚자. 한국의 사회주의 역사는 압축적이다. 이건 세 가지 의미일 텐데, 하나는 운동사적으로 심각한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 자세한 건 패스. 두번째는 글자 그대로 시간적인 측면에서 짧은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것도 패스. 세번째는 한국사적 압축뿐만 아니라 세계사적 압축도 작용한다는 점. 이 마지막 부분이 사회주의와 사민주의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을 키워드 되겠다.

 

생각을 해보란 말야. 단순하게 유럽식으로 독일쯤에 이르는 사민주의이든, 아니면 보다 높은 수준으로써 노르딕 모델의 사민주의이든, 그것이 정녕 사회주의 혁명 투쟁의 결과로써 얻어낸 양보인가? 더 정확히 말해, 거기에서 지칭되는 사회주의 투쟁이라는 것이 남한에서 짧은 기간 동안 구현된 사회주의 투쟁과 동일시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 두 개의 역사는 개념적으로나마 서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인가?

 

전혀 아니거든여?

 

수많은 형태와 지향의 대중투쟁이 작동하고, 역시 수많은 논리와 궤변의 사회주의들이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맑스주의가 일정하게 정통자적인 혹은 지배자적인 포지션을 가지는 듯 보이다가도 결국 거기에서 다른 사회주의들이 분리해 수정주의-사민주의적 형태를 정치를 취한 게 실체적 진실로써의 역사거든. 여기에 대고 {사회주의 투쟁의 강성함이 사민주의를 유도해냈다}라고 말할 경우 중요한 것은 사회주의가 아니야, 투쟁이지. 그래서 사회주의 어쩌고 하는 것보다는 대중의, 지리멸렬한 근대혁명과정의 대중행동들이 사민주의를 이끌어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거야. 수꼴좌파들은 아마 상상하기도 힘들 텐데, 유럽 어떤 사회주의의 최대 덕목은 기부야. 로저 워터스가 이 부류라서 내가 좀 알지ㅋ

 

자 그런데 남한은 꼴이 어떠냐? 앞에서 세계사적 압축이라고 했잖아. 사회주의라고 해봐야 꼴랑 두 갠데 하나는 김일성이 어디 엿 바꿔 먹으려고 만든 헛소리묶음이고, 또 하나는 맑스주의라고 쓰지만 소련과학아카데미 감수 스탈린 후빨 교과서라고 읽는 또 하나의 묶음. 여기에 대고 유럽 사민주의-사회주의 역사의 축약본을 들이대면 어떻게 되겠냐? {사회주의 투쟁이 사민주의를 가능케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아주 엉뚱하게, 정작 중요한 대중운동은 사라져버리고 그냥 사회주의라는 것만 살아 남게 돼. 이런저런 삶과 시간들을 총괄하는 행동으로써의 사회주의가 아니라 마치 남한의 후진 자본이 선진국 타령을 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그런 사회주의. 제대로 몽상다운 몽상이 남는 건데, 그걸로 어떻게 사민주의를 해? 어이구 지나가던 고양이가 웃겠다.

 

사회주의든 맑스주의든 떠나서 이런 건 그냥 정치 이념을 다루는 기본 자세야. 그런데 김규항은 애초에 나사가 빠져 있다는 거지. 뱅기류의 자유주의자들이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는 것 같던데, 걔들이 언제 크든작든 대중투쟁하는 걸 뭐라고 씹은 적 있나? 전혀 아니잖아? 오히려 추수주의라는 비판이 더 적당할 만큼 대중 공간만 열렸다 하면 열심히 노빠든 아구라쟁이든 열심히 빨아주기에 바빴지. 차라리 그 자유주의자들이 이렇게 말할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투쟁이 사민주의를 만들어낼 것이다. 모든 투쟁에 결합하라.} 김규항은 남이 해야 할 말을 가져다 자기 보호에 쓰는 해괴한 코미디를 벌이고 있는 것.

 

오해 하지는 말기 바란다. 난 무슨 대중투쟁 제일주의자 같은 거 절대 아냐. 오늘의 대중행동이라는 건 네트워크를 통해 확인되는 어떤 연대감으로도 일정하게 표현되고 있어. 누누히 말해온 바, 나는 반MB가 됐든 민주정부가 됐든 진보가 됐든 현재의 대중행동 일반에 대해서 ㅄ짓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편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회주의 투쟁 뭐 이런 말들의 구성성분을 꼰대스럽게 사용하면서 놀고 자빠져 있지 말라는 거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위기와 후퇴 혹은 함몰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가 투쟁하고 있는가, 투쟁은 사회주의적인 것인가, 하는 문제들을 먼저 생각해야지 {사회주의가 존나 쎄야 사민주의가 가능하지 사민주의를 쎄게 하면 사민주의도 못해염} 하는 수준의 개초딩 논법을 중얼대고 있어던 안된다는 거지. 그건 딱 하나의 경우에만 유효한 말이야. 어떤 사회주의자 정파를 보호하기 위한 것.

 

그래서 결론이 나온다. 사회주의vs자유주의씩이나 하는 것처럼 포장된 김규항의 말은 반복해서 보면 그 초라하고 웃기는 진심을 드러내게 돼. 다시 한 번 기억에 의존해 인용해보자.

 

{역사적으로 사회주의가 강성해야 사민주의도 온다능. 사민주의가 강성하면 사민주의보다 못한 게 온다능. 그래서 사민주의를 하려면 사회주의를 한다고 해야 한다능. 이게 다 뺑끼라능.}

 

워매, 이거 뭔소리여. 사회주의자들은 사회주의를 하려고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제대로 된 사민주의를 위해 사회주의로 뻉끼를 쓰는 거였어? 무슨 대기업노조협상 전술의 이념화냐? 아니면 정당정치가들이 흔히 하는 협상카드 전술의 사회주의적 변용이냐. 사민주의라는 오십을 얻어내기 위해 백짜리 사회주의를 하는 척 깽판 치다가 쇼부 보는 게 김규항식 사회주의여? 근데 왜 뱅기를 씹어? 혈맹의 우정을 나눠도 시원치 않은 판국에 왜 편을 갈라? 아하, 강성한 사회주의자로써 사민주의 도래에 큰 기여를 하고 싶은데 뱅기가 그 맘도 몰라주고 마구 해대니까 삐친 거냐? 존심 강한 사회주의 텔레토비들, 보호받고 싶엇쪄여? 에라이.

 

하여튼 이놈의 에세이좌파 나부랭이들 논객인가 뭔가 완장 걸치는 꼬락서니 보기 싫어서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이건 어떤 의미에서 참 국가적 망신이야. 어떤 사회주의 덕후가 하나 있어서 전세계 모든 사회주의 관련 논쟁사를 수집이라도 하면 김규항식 사회주의 논쟁은 유머란에나 제대로 어울리려나 모르겠다. 또 저기에서 무슨 의미라도 찾아내 언론질을 하려는 레디앙은 뭐고...어떻게 망해도 망해도 이 수준까지 망할 수가 있는 건지 원.

 

일전에 말했지만,

 

사회주의자가 어떤 경우에 왜 어떻게 자유주의를 까야 하는지 기본 각부터 못잡고 있는 게 문제라고 해두는 게 좋겠다. 아주 넓은 의미에서, 뱅기 같은 애들이 자지니 빤스 타령이니 해대는 게 사회주의에 대한 패악질이라는 건 맞긴 맞아. 그런데 그건 비웃음 살만한 수준의 초라한 물리력을 존심으로 방어하는 수준에서 반박해야 할 건 전혀 아니야. 오늘의 사회주의아 대중의 구성성분에 관한 사회주의들의 생명력이 먼저 검증돼야 할 것이지.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제대로 된 자유주의vs사회주의 논쟁이라면 소위 그 리버럴한 태도라는 것에 대해서도 접점이 강하게 형성될 껄. 그런데 김규항은 뱅기보다 그런 점에서는 자기가 더 리버럴하다네? 아 웃겨. 개인을 근본적으로 보호하면서 대체 어떻게 시장에 대해 싸워?

 

내가 원래 촉이 좋아서 이런 건 기똥차게 캣취하는 편인데, 액면 말고 히든까지 다 까면 뱅기보다 김규항이 더 오른쪽에 있을 거다. 이래저래 웃기는 꼬라지라는 거지.

 

ps. 디지털 어쩌고 하는 부분에서 제일 많이 웃었다. 먹고 살려니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자본은 필요도 없는 걸 만든다고 했던가. 앞뒤 문맥이 전혀 맞질 않더라.ㅎㅎ 뭐, 꼰대들이 기술쪽에 젬병인 건 새삼스러운 게 아니니까 탓하지는 않겠지만... 그 선의는 이해를 한다는 것. 그래도 웃긴 건 웃기다는 것.

 

2nd ps. 사실 애초에는 뭔 의도씩이나 하는 건 없었던 거지? 그냥 뱅기 걸고 넘어졌다가 뱅기가 쎄게 나오니까 좌파의 일원으로써 해악이 어쩌고저쩌고...그리고보면 수군작노인네는 참 솔직해서 좋았다니까. 대놓고 뱅기는 내 밥 이거였잖아.

 

3rd ps. 블로그를 다 본 건 아닌데, 최소한 내가 훑어본 바로는 민주세력 까는 것보다는 가카 까는 게 많더라능. 아니 좌파의 일원이면 가카 깔 시간에 왜 좌파가 필요한지 단어 하나라도 써제낄 일이지 뭔 ㅈㅄ당 따위가 그걸 못했다고 사돈 남말을 하고 ㅈㄹ인지 원.


이상한 모자

2010.09.25 04:11:14
*.146.143.41

입장을 떠나서, 글이 재밌어서 퍼옵니다. 진보신당 자유게시판에 있던 글입니다.

...

2010.10.13 21:41:06
*.235.165.65

닥쳐 이 저작권도 모르는 빨갱이노마

노지아

2010.09.25 09:57:28
*.88.212.254

재밌네염

레야

2010.09.25 16:51:49
*.149.173.23

명문이네요..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뱅기'란 진중권을 말하는건가요? 아니면 또 다른 사람을 말하는건가요?

이상한 모자

2010.09.25 18:23:20
*.146.143.41

저도 그냥 추측하는 바인데, 진중권이 비행기를 좋아하니 그걸 비꼬아서 '뱅기'라고 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형

2010.09.25 23:29:33
*.149.153.7

하긴 무조건 쩜셋이구먼...옛날 진보누리 시절엔 음쩜셋이었는데....ㅋㅋㅋ

이상한 모자

2010.09.25 22:35:12
*.167.35.121

아이 뭘 모르셔. 이 분 아이디는 '현재 자신의 상태 + ...'으로 구성됩니다. 즉, '한가한 ...', '웃고있는 ...', '진지한 ...' 등등. 그러니 '이름' 또는 '닉네임' 필드에 '...'을 검색해서 위와 같은 형식의 아이디로 작성된 글을 읽으면 됩니다.

윤형

2010.09.25 19:49:24
*.149.153.7

다른 글들도 있는대 문맥상 '뱅기'는 진중권이 분명하죠. 이분은 매번 아이디를 바꿔가며 글을 쓰는데, 당게를 자주 방문하지 않는 저같은 사람은 그냥 당홈피 자유게시판에 들어가 제목+내용에 '뱅기'를 돌려서 검색하여 이 글을 찾아본답니다. ㅋㅋㅋ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12 박얘쁜1,2.avi 합본으로 공유합니다 [7] 이상한 모자 2010-10-13 68639
1011 [옛날글] 박경순과 '국보법 올인론자'들에게 윤형 2010-10-11 782
1010 황장엽의 죽음에 대한 잡상 [2] 이상한 모자 2010-10-11 832
1009 조현오 청장의 개드립 file 김태경 2010-10-07 783
1008 진보신당원을 위한 지도부 선출 가이드 [11] 이상한 모자 2010-10-05 1713
1007 막간을 이용한 정치인 짤 2 file 이상한 모자 2010-10-04 1374
1006 막간을 이용한 정치인 짤 file 이상한 모자 2010-10-04 2407
1005 나토 입니다. 나토 2010-10-04 899
1004 김일성, 김정일 전용 특수 문자 file [1] 이상한 모자 2010-10-01 9906
1003 야채신당 1 file [2] 이상한 모자 2010-10-01 1624
1002 수퍼스타K에 관한 잡설 [2] 이상한 모자 2010-09-29 1194
1001 도구적 냉소주의... 랄까 (웃음) [7] 이상한 모자 2010-09-27 1039
1000 이 망할 맥주 피처 같으니 [3] 이상한 모자 2010-09-25 1097
» [펌/쩜셋] 김규항은 대체 정체가 뭐야? [8] 이상한 모자 2010-09-25 1319
998 오늘도 횡설수설 [1] 이상한 모자 2010-09-25 869
997 [옛날글] 근대성(Modernity)의 역사, 그리고 한국 좌파의 과제. 윤형 2010-09-25 1032
996 나에게 디지털 카메라가 있었다면... file [1] 이상한 모자 2010-09-24 825
995 박지원의 일점사 이상한 모자 2010-09-20 1580
994 정리 (5) - 새로운 시도들 [3] 이상한 모자 2010-09-19 735
993 좌파가 건담인가? [3] 이상한 모자 2010-09-19 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