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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조현오 청장의 개드립

조회 수 783 추천 수 0 2010.10.07 22:05:56
김태경 *.68.135.34

며칠 전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다가 라디오 뉴스로 음향대포에 관한 소식을 전해들었다.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에 불이 나던 날이었다. 다수의 (귀마개를 한) 경찰관 앞에서 시연된 음향대포의 소리가 라디오 음파를 타고 내게로 전해졌다. 노곤한 몸으로 서 있는데 짜증이 훅 올라왔다. 전문가들이 고막은 물론이고 안구나 뇌까지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뉴스는 끝났다.

오늘도 집에 왔더니 짜증이 확 올라오는 뉴스가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국정감사에서 ‘지향성 음향장비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런 유의 장비는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는다. 총기의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대답했단다.

물론 총기는 오발이나 불발을 막는 안전성 검사를 하지만, 조 청장의 말은 대상을 얼마나 '안전하게' 제압하는지는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군대가 아닌 경찰에서, 총기의 안전한 사용, 즉 범인이나 용의자를 최대한 다치지 않게 검거하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가 아니던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경찰의 총기 사용에 있어 우리는 안전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현오 청장이 음향대포를 총에 비유한 것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집단을 오해하는 데서 생긴다. 나는 이런 사람이 이렇게 '성공'하게 되는 사회가 진짜 짜증난다. 경찰은 시민을 적으로 규정하는 집단이 아니다. 말하자면 경찰에게 있는 그 권력은 '공권력'이다. 여기에서 벗어나서 그 권력을 경찰이라는 집단이 '본래' 가진 힘으로 착각하거나 심지어 자신의 힘으로 혼돈하면, 저런 발언이 나온다.

음향대포의 안전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적이 아니라, 시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 시위가 촛불시위건 북파공작원 시위건 간에 말이다. 난 그러지 않는 편을 선호하지만, 경찰은 필요하다면 이런 시위들을 제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위는 시민의 의사표명임을 기억해야 한다. 소통의 채널이 드물고 대의민주주의가 충분히 의견을 포섭하지 못하는 한국의 특성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그 제한의 방법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할지는 명백하다.

물론 당신은 내게 시위의 폭력성을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체에 손상이 갈 수 있는 장비를 쓴다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인체에 손상이 가지 않으면서 폭력적인 시위를 효과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도 되지 않겠는가. 물론 현실적으로 그런 방법은 찾기 어렵겠지만, 심각한 위험 가능성이 제기된 장비를 쓰는 것은 재고해야 할 필요가 충분하다. 

음향대포와 총기를 같은 선상에서 다루며 안전검사 미실시의 정당성을 말하는 조 청장의 개드립이 몸을 더욱 피곤하게 하는 목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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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청장의 개드립에 대해 쓴 얄팍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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