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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주체사상의 기원?

조회 수 843 추천 수 0 2010.10.19 10:57:54

원문 : http://v.daum.net/link/10509522


"주체사상 논리와 스탈린주의의 연관성은 뚜렷하지만, 나는 주체사상의 뿌리가 스탈린주의에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단지 스탈린주의적 '방식'을 채택했을 뿐이다. 수령론과 스탈린주의의 핵심적 차이는, 박가분이 부지불식간에 지적한 '민중의 파토스'인데, 스탈린주의는 프롤레타리아 일당 독재까지가 이론적 전개의 끝지점이다. 수령론은 일당 독재론을 끌어왔지만, 훨씬 깊은 뿌리는 맹자(!)에 있다는 게 80년대 내가 내렸던 결론이다. 성군론은 맹자의 '군자'의 화용이다. 내가 그대 글에서 과도하게 느낀 건 수령론에 대한 입론에 있지 않고, 이데올로기를 너무 간단하게 정의한 것인데,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론 자체가 겁나게 복잡하고, 후기 구조주의자 다섯명이 평생 논쟁해도 안 끝날 것이다"


상당히 재미있는 얘기다. 나는 이 말을 한 사람이 80년대에 주사의 길을 걸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주사의 뿌리가 맹자에 있다는 언급은 어떤 관점에서 아마 틀린 얘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드라이하게 정의할 때의 주사는 '한국의 유교주의와 결합한 스탈린주의의 변종'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사의 뿌리가 맹자에 있던지 묵자에 있던지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스탈린주의라는 것 자체가 소련에 근원을 둔, 일국 차원에서의 현실사회주의 체제를 정당화 하기 위하여 짜맞추어진 이러저러한 통치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2차대전 시기 노동계급의 단결을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어머니 러시아를 수호하자!' 라고 말하는 스탈린의 언급에 대해 우리가 '어머니 러시아'라는 러시아 특유의 전통적 개념에 대해 논문을 써야 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위와 같은 언급을 볼 때마다 나는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스탈린주의의 어떤 잔재들과 같은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잘못되었다거나, 그러한 잔재들이 우리의 의식과 사회를 좀먹고 있다고 얘기하려는 것이 전혀 아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이 끔찍한 상처를 인정하고 제대로 마주하는 것이야 말로 다음 행동을 시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위와 같은 언급을 발견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 말할 수 있다.


인용된 사람

2010.10.19 11:27:19
*.234.192.81

제 메신저 글 일부가 인용되어 '이상한 모자'님의 코멘트까지 받게 되었군요^^
제게는 이상한 모자님의 위 글이 이번 논쟁과 관련한 어떤 글보다 와닿습니다.
한 가지 바로잡자면, 저는 80년대에 그 길을 걷지 않아 언제나 주변에서 혼자 돌아야 했답니다^^

이상한 모자

2010.10.19 15:38:21
*.114.22.131

그렇군요. 저의 넘겨짚기가 실패한 모양입니다. 이것도 인연이니 자주 들러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가나다라

2010.10.19 19:46:56
*.8.39.184

훌륭합니다.

NeoPool

2010.10.22 09:05:47
*.152.124.233

"위와 같은 언급을 볼 때마다 나는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스탈린주의의 어떤 잔재들과 같은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잘못되었다거나, 그러한 잔재들이 우리의 의식과 사회를 좀먹고 있다고 얘기하려는 것이 전혀 아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이 끔찍한 상처를 인정하고 제대로 마주하는 것이야 말로 다음 행동을 시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위와 같은 언급을 발견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 말할 수 있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문제의식입니다. 물론 그러한 상처를 '제대로' 마주한다고 할 때의 구체적인 접근방식이나 태도는 각자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죠.

그런데 다른 글에서 북한 세습 문제에 대한 태도를 '스탈린주의'에 대한 대응 양상으로 정리해버리신 것은 조금 부적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핵심을 그렇게 정리해 버리기에는 글의 첫 부분에서 명시하신 다양한 화두들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는데 너무 간단하게 정리해버리신 느낌입니다.

아 참, 중간고사 기간이 이제야 막 끝이나서 오늘에야 생활도서관 회의를 하게 되었는데 포스터는 저녁 때 모두가 모이기로 한 회의 자리에서 검토 뒤 혹시 수정을 부탁드리거나 할 사항이 있으면 바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NeoPool

2010.10.22 09:30:37
*.152.124.233

네. 그럼 이상한 모자에서 이상한 간디님으로 개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유혈사태가 나겠지요? ㄷㄷ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시고 있다 연락 드릴게요 :)

이상한 모자

2010.10.22 09:25:57
*.114.22.131

네. 돈은 한 200만원 정도를 요구하겠습니다.

이상한 모자

2010.10.22 09:29:11
*.114.22.131

스탈린주의 얘기는, 똑같은걸 두고 이 얘기도 하고 저 얘기도 하고 그럴 수도 있고요. 저는 똑같은 영화에 대한 3개의 서로 다른 리뷰도 쓰고 그러니 님이 이해를 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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