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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조회 수 2919 추천 수 0 2008.05.26 14:51:32
나 자신이 행동하는 방식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으므로, 반추해보도록 한다.

내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너 몇 살이야?"라고 물었다면, 그건 아마도 상대방이 '형'이나 '선배'라는 권위를 빌어오려고 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83년생으로 1년 빨리 개띠들의 학교에 들어갔던 나는, 언제나 최연소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재수도 하지 않았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 처음으로 어울려 놀게 된 딴지일보 일당들 또한,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동생으로 돌보아주긴 했지만 내려다보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언제나 다른 사람이 '내가 너보다 형으로서 말하는데' 같은 표현을 쓰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편이다. 가령 지난번에 김대영, 한윤형이 술을 마시고 있던 자리에서, 고려대 선배라는 사람이 앉아있었는데, 나더러 선배 대접을 해달라는 식으로 고개를 뻣뻣하게 세우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물었다. '몇 학번이신데요? 97? 아, 나 걔들하고 술 좀 많이 먹었는데...'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내 여자친구보다 학번이 낮네요.' 하지만 나는 한윤형이 한윤형의 방에서 나간 순간부터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으므로 구체적인 정황은 영원히 미궁 속에 잠겨있겠지.

한윤형이 꼬집은 내 옆구리가 아직도 아프다. 그때 내가 했던 말을 다시 반복하자면 다음과 같다. 나한테 화를 내고 힘을 쓸 여력이 있다면, 갑자기 자신의 옆구리를 꼬집고 들어오는 그 상대방에게 그 힘을 쓰라는 것이다. 물론 내가 그 말의 표현을, 비웃으면서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갑자기 감정이 확 상했을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한윤형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가 계속 내게 뭔가 불만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면서, 그게 뭔지 말도 하지 않다가 대뜸 절교를 하네 마네 하는 모습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게까지 화를 내길래, 집에 오는 길에, 또 일요일 하루를 들여 내가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여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원쓰리에서 한윤형은 '그럼 네가 하는 그 소리는 네가 비웃는 문화비평과 다를 바가 뭐냐'고 했는데, 나는 내가 '문화비평'을 할 때에는 나 자신도 비웃는다. '씨네 설레발리스트'라는 단어를 적용하고 있는 대상은, 바로 나 자신 아닌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어휘와 그 어조의 강도 등에서 내가 심하다는 것은 나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여자친구와 심도 깊은 대화도 나누어보았고, 그래서 토요일에는 가급적이면 부드럽고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하려 했다. 그리고 그건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고 나는 기억한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 술자리가 격해지기 전까진 그렇다. 나랑 이상한 모자랑 너무 재미있게 놀아서 그게 보기 싫었나?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던가. 지속적으로 쌓여온 감정이 있다면, 한윤형은 그걸 그런 식으로 터뜨리지 말고 평범한 언어로 기술을 해줬으면 한다.

나는 한윤형이 스스로를 '술 마시는 자' 정도로 정의하고,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식의 세기말적 우울에 혼자 빠져들어가는 것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러면 또 나더러 '신지식인'이라고 하려나?) 공부를 더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글을 꾸준히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안 움직여준다고 혼자만의 비관에 빠져 있는 그 모습을 보면 내가 다 분통이 터진단 말이다. 요즘은 자꾸 말끝마다 '그건 법대식 사고 방식이고' 라는 식으로 내 논의를 반박하려 하는데, 그건 그냥 말도 안 되는 소리라서 대꾸하지 않고 있다. 그럼 철학과 학부 나왔으면 철학과 대학원에 가서 공부다운 공부를 하고 논쟁다운 논쟁을 해보잔 말이다. 대학원 가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나는 내 친구를 존경하고 싶지, 동정하고 싶지 않다. 이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내 말이 잘 이해될 수 있고, 그것을 정직하게 수용해줄 것이라는 그런 기대를 유지하고 싶다는 말이다. 논리적으로 타당한 토대 위에서 대화할 수 있는 것이 내가 한윤형과 놀면서 느꼈던 가장 기분 좋은 부분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는 어떤 사건, 어떤 사실, 어떤 사람 등 외부적인 대상에 대한 이야기를 점점 하지 않으면서, 나, 나, 나, 이런 식으로만 화제를 몰고가는 것 같다. 그런 영역에 대해서는 내가 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그가 자신에 대해 하는 말이 동어반복인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한윤형에게 그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것 또한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제발 뭐라도 좋으니까, 아주 작은 것이라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봐라. 도와주겠다.

원래 이런 식의 회고를 게시판에 남기지는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밑의 글로 인하여 내가 여기 저기 시비를 걸고 다니다가 술판이 식고 다들 집에 갔다가 해장했다는 식의 이미지가 남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즐겁게 마셔놓고 구차한 글을 쓰는 것만큼 피곤한 일도 없을 것이다. 좋게 좋게 넘어가지 않으려는 나의 이런 성미가 진짜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술자리를 돌이켜보면, 나의 성마른 성격을 중화시켜준 것은 한윤형의 친화력과 사교술이었다. 그의 장점이 나의 단점을 덮어줄 수 있었던 그 시절이, 왠지 아련하게 느껴진다.

노지아

2008.05.26 15:29:37
*.252.33.190

다른 건 알아서들 해결하시고, 두번째 문단에 관해서만.

1. 너의 친구가 너의 서열을 결정해주지는 않는다. 널 내려다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고는 해도, 그걸 너와 그들이 동급이어서라고 볼 수 있을까?

2. 정작 너 스스로는 타인들을 내려다 보고 있진 않은지?

조슬린

2008.05.26 16:05:12
*.246.187.134

이런 어마어마한 방어라니....사람을 입닥치게 만드시는 힘이 있군요. 어떤 방향으로든간에.

한윤형

2008.05.26 16:11:50
*.176.49.134

1. 지난번에 그 고려대 97학번 좀 기분이 나빴지. 하지만 난 뭐, 나이도 나보다 몇 살 많고, 그가 생각하기에 그는 번듯한 직장인이고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꼰대질 좀 할 수 있는 거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물론 그런 이유 때문에 좋아하게 될 것 같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시 술 마시기 싫은 상대라는 느낌까진 들지 않았다. 적어도 그 이유에 있어서는 말야.

그때 내가 그를 씹는 너의 말에 동의한 건, 일단 원칙적으로 나도 기분이 나쁘기도 했지만, 그가 나를 대한 태도보다, 그가 그 바의 마담을 대한 태도가 아주 불쾌했기 때문이다. 그의 입장에서 '나'는 충고를 받아 마땅한 상대라고 쳐도, 마담에겐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지. 그래서 나는 그가 마담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던질 때, 옆에서 좀 빈정대고 있기도 했던 것이고. (그땐 네가 없었다.)


2. 사람이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것은 좋은데, 솔직히 네 '아마도'를 믿지는 못하겠다. 니가 실례를 범한 그 사람은, 아마 우리보다 네살쯤 많을 텐데, 나와 처음 만난 날부터 말을 놓기 시작했어. 그리고 내가 '당신'이라고 칭하니까 (너도 알겠지만 이건 김대영도 나에게 용납 안 하는 칭호고 ssy 정도만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인데) 그렇게 불러줘서 너무 즐겁다고 하더군. 너와는 잘 안 맞아서, 좀 양태가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형이나 선배의 권위를 빌려올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나도 자리에 없었으니, 그 부분에 대한 서술은 두 사람의 문제가 될 터인데, 너는 기억도 나지 않는 일을 그 사람과 기억을 맞춰보지도 않고서 사과없이 변명부터 하는구나. 열받은 건 알겠는데 그것부터가 굉장히  '무례'한 일이야. 나와 너는 애증이 얽힌 친구 사이인지라 누가 먼저 '잘못'을 시작했는지 밣혀 내기가 매우 어렵고 짜증나겠지만, 초면에 실례가 너무 심한 거 아냐?

내가 아는 내 친구는, 적어도 건전한 종류의 수치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어.


3. 옆구리 얘기는 패스. 게시판에서 할 얘긴 아닌 것 같다.


4. 왜 아무도 노정태의 행동의 부적절함을 논리적으로 정확한 언어로,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지 않는 것일까? 첫째는 그게 무척 힘든 일이기 때문이야. 가령 나는 네가 알다시피 영화나 음악같은 것에 관심도 조예가 없기 때문에, 요즘 네가 하는 일들의 전부를 설명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은 또 제각기 그런 문제가 있겠지. 다들 노정태가 자신에게 시비를 걸면 그 점에 대해서 방어만 할 수 있을 뿐, 네 행동 전반에 대해서 불만이 있어도 그걸 지적해 내기는 대단히 어려운 거야. 원래 이런 문제는 자기 성찰이 전제되지 않으면 정말 지적해 내기 힘들지. 그런데 너 스스로도 잘 알다시피 노정태씨는 자신의 행동에 하등의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따라서 그걸 고칠 의향이 전혀 없다. 그러므로 너와 대단한 싸움을 벌일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은, 그런 일을 할 이유를 못 느끼게 되지. 이게 두번째 이유야. 너무 피곤하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 나는 특정한 상황에서 빈정대는 것으로 네게 주의를 환기시키려 했지만, 너는 내가 빈정대고 있다는 사실만 명확히 인지할 뿐 거기서 어떠한 생각도 더 하지 않으려고 하니까, 이 짓도 그만 두어야겠구나. 나는 너말고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 매우 많단다.


5. 그리고 어떤 의미에선 네가 내게 하고 있는 일도 '꼰대질'이라고 볼 수 있어. 하지만 나는 관대한 사람인지라, 나보다 먼저 직장도 다니고 있고, 대학원도 먼저 들어간 친구가 나한테 좀 꼰대질한다고 그 자체로 성질을 내지는 않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가끔 참으면서 듣다가 영 짜증나면 "에라이 썅. 군대나 갔다 와라!"며 버럭하기도 하는 거지.

근데 지가 하는 일은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이들이 자기 입장에서 충고할만 하다 생각해서 말하는 건 무조건 '꼰대질'이라 밀어붙이고 있다면 좀 머리가 아파온다. 이걸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할지 알 수도 없어.


6. 아, 그리고, '생활인 노정태'와는 별개로, 사회문제에 있어서 지난 몇년간 어떤 의미에서든 '현장'에 가까웠던 건 네가 아니라 나야. 뭐, 어차피 키보드워리어 동네 얘기하는 거니까 따지는 것도 우습지만. 나는 좋게 말하면 당시의 첨예한, 나쁘게 말하면 당시에 유행하는, 바닥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그건 지금도 그래. 너의 경우 그게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나는 너와 달리 "내가 하는 일이 제일 의미있는 일이에요!"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딱히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내가 외부적인 대상은 보지 않으면서 나, 나, 나 하고만 있었다니 어이가 없군. 오히려 너무 잘 보이기 때문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거지. 누군들 작은 일이나마 성취감 느끼는 일을 하고 싶지 않겠냐. 졸업할 때까진 이 평형을 유지해야 하니까 나는 이렇게 사는 거야. 앞으로 너한테 고민털어 놓을 일 없을 테니까 이제 그 같잖은 잘난 척은 좀 그만두라구.

한윤형

2008.05.26 16:18:12
*.176.49.134

그 당사자는 내게 말하길, "솔직히, 수틀리면 내가 해야 할 얘기를 (노정태씨가) 먼저 꺼내니 굉장히 당혹스러웠다."라고 얘기하더군. 내가 아는 네 최근의 모습과, 이 긴 변명에서 추론하건대, 나는 네가 이번에도 네 여자친구 나이와 그 사람의 나이를 견주어 보려고 했던 것이라고 봐.

"그의 장점이  나의 단점을 덮어줄 수 있었던 그 시절"엔, 내 여자친구 나이가 많아서 너와의 관계가 좋았던 것일까? 갑자기 이런 어이없는 생각마저 드는군.

노정태

2008.05.26 17:29:20
*.162.212.41

구체적인 사실이 그렇게 된다면 나의 넘겨짚기가 잘못된 거지. 그에 대해서는 이미 내 입장을 표명했다. 그 사건의 전후 맥락에 대해서는, 궁금하긴 하지만 열심히 찾아 물을 생각은 없어. 전적으로 내 잘못임을 인정하고, 조슬린님의 남자친구분께 사과하지.

그런데 그 시절에는 내가 자신있게 말할 때 네가 비아냥거리는 대응을 하거나 하지 않았어. 나랑 너의 전전 여자친구가 한창, 만화라던가 음악이라던가 등등 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에도, 모르면 모르는대로 보고 있었잖아? 그때에는 없던 애정이 지금 갑자기 생겨서 틱틱거리는 건가? 내 성격에 문제가 있었던 걸로 따지면 그때가 더욱 심각한데, 지금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를 내게서만 찾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느끼지는 않나보군.

여기까지 말하고 보니 문제의 핵심은 그것일지도 모르겠네. 짧은 연애를 하고 있던 동안, 같이 본게 딱 한 번이긴 헀지만 너는 나한테 시비를 걸지 않았거든. 그러니까 네 여자친구가 나보다 나이가 많아서라기보단, 그냥 네게 여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노정태

2008.05.26 17:19:59
*.162.212.41

노지아/ 1. 당연히 아니지. 나는 기본적인 존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그 과정에서 내가 무례한 넘겨짚기를 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있고. 2. 그건 너 스스로가 잘 알텐데. 질문하는 방식이 너무 유치해.


조슬린/ 밑에 한윤형에 대한 대답에서 더 말하겠지만, 우선, 그가 지적한대로 제가 남자친구분의 의향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무례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것에 대해 사과하겠습니다.

그 이상의 영역에 대해서는 조슬린님께서 더 말씀하실 여지가 남아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방어적'이라는 말씀은 그냥 넘기도록 하죠.


한윤형/ 위 두 답변에서 이미 언급된 바와 같이, 나는 2번에서 네가 지적한 바를 인정해. 아무 맥락 없이 '노정태가 나이 물어봤대요'라는 이야기로 뒤풀이를 하는 것을 나는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무례하다는 지적은 정당하고 나는 그것에 대해 조슬린님의 남자친구분께 사과의 뜻을 표하고 있어.

이제 너의 문제로 돌아가보자. 너는 네가 나를 틈틈이 빈정대는 그것의 이면에 선의가 있다고 가정하는데, 그런 빈정댐은 충분히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거나 본래의 의도를 전적으로 실현하려는 목적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지 못한 행동이야. 왜냐하면 너는 분명히 그렇게 해서는 씨도 안 먹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거든. 그건 유독 내가 완고해서만도 아니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행동이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어. 그런데도 거기에 선의가 있다고 네가 가정하는 이유, 혹은 유독 나를 빈정댈때에만 뭔가 깊은 애정이 담겨있으리라 내가 봐야 할 이유가 대체 뭐지?

아주 적나라하게 말하면, 너는 네가 끼지 못하는 이야기를 내가 하면서 '노정태식' 성격이 나올 때 그것을 빈정거리는 식으로 대응하는데, 내 입장에서 보면 그건 내 성격에 대한 충고가 아니라 그냥 네가 못 끼니까 투정을 부리는 것으로밖에 안 보여. 왜냐하면 너는 네가 잘 아는 영역에서는 내가 고집을 세우고 있는 걸 제대로 반박하거든. 이쪽은 반박이 되니까 반박하고, 저쪽은 반박이 안 되니까 빈정거린다, 이건 좀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나.

내가 꼰대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하여. 그래, 그 지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건 아니었지. 그런데 '이것도 못 하겠고 저것도 못 하겠고'라는 고민을 듣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말은 극히 제한되어 있어. 인간적인 공감을 형성하기 위해 내가 생활 속에서 피곤하고 괴로웠던 걸 얘기하면 너는 제대로 듣지도 않더구나. 네가 너 자신의 문제에 함몰되어있다는 판단을 얻은 것은 그래서지. 가령 '연애하고 싶다'는 말에 대해 '그러면 스타, 정치를 제외한 동호회 등의 활동을 해봐라'라는 말을 꼰대질로 받아들이는 건 네 자유야. 하지만 꼰대질을 그렇게 정의하고 있는 한 너는 앞으로도 영원히 꼰대질의 대상이 될 거야. 이제 나는 그런 말을 더 할 생각이 없으니,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나는 확실히 기억하는데, 군대나 갔다오라는 말에 대해, 지금 네가 내 '꼰대질'에 대해 하는 것처럼 빈정대거나 시비를 걸거나 한 적 없다. 오히려 나는 '전역증을 제발 저에게 팔아주셈' 따위 소리를 하며 찌질거렸지. 나는 네가 부적절한 타이밍에 부적절하게 군대에 다녀온 다음부터 본래의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생각하고 있어. '노정태 너는 군대 가지 마라'는 말에 대해서도, 그래. 나는 내 염려가 네게 꼰대질로 해석되는 이 상황이 싫다. 염려를 그렇게밖에 표현 못한 내 문제라고 생각하기로 하지.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나는 너의 현장 경력을 가볍게 여기지 않아. 오히려 대단히 부러운 자산이라고 생각하지. 내가 요 며칠 사이에 '시사지 지면' 타령을 했던 것도 그런 부러움의 발로일 테고. 각자 살아온 방식이 다르니 그것을 통해 얻게 된 것들도 다를 수밖에 없지. 그리고 나는 네가 가지고 있는, 시사 매체 관련한 지면과 인맥 등이 부럽고. 내가 너의 최근 경향에 대해 비판하는 건 딴게 아냐. 누가 프레시안이나 시사인이나 그런 곳에 글 쓰는 것 자체를 비판했나? 블로그에 올리는 글과 매체에 기고하는 글 모두, 현격하게 다른 필자들과 대동소이해지는 경향이 보이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거지. 단적으로 말하자면, 업데이트가 없잖아, 컨텐츠에.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모여앉아있어도 왜 새로운 쾌락이 생기지 않고 과거의 것을 되씹고 있다는 느낌만 들겠니. 그건 네가 꺼내는 말이 옛날에 했던 말과 똑같아서 그래. 이게 무슨 말인지 정말 모르겠어?

이제 게시판에서 할 수 있는 수준의 말은 다 한 것 같군. 다른 사람에게 무례한 행동을 한 부분을 지적해줘서 고맙다. 그런데 나는 너의 빈정거림으로부터는 성찰의 근거를 찾을 수가 없어. '꼰대질'과 관련한 논의도 반만 동의하고. 그런 식이라면 너에게는, 점점 더 시간이 흐를수록, 토요일 밤에 네가 말한 그런 수준의 '손님'들만이 남게 되겠지. 어디까지나 네가 사는 방식이라고 너 스스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내가 못 보는 부분을 네가 지적하며 답답해하듯, 네가 못 보는 혹은 보면서도 도외시하는 부분을 내가 보고 있으며, 나는 그런 부분을 안타까워하기 때문에 이런 말을 꺼낸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조슬린

2008.05.26 17:47:16
*.246.187.134

미안한 얘기지만 '방어'라는 말이 제가 하고 싶은 핵심인데,
그냥 넘기시다니, 아쉽지만
......................그냥 넘겨주세요. 생각해보니 피곤하네요.

한 가지만 더 얘기하자면,
제가 무언가 여기서 노정태 씨에게 리플을 다는 건,
다만 노정태씨가 무례했던 대상이 제 남자친구여서가 아닙니다.
그 자리에 동석하여 그 날의 상황을 지켜보았고 그 상황을 판단할 수 있었던 모든 사람에게는,
상황을 객관화시키고 이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 이상의 영역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니, 좀 당혹스럽네요.
하지만, 그만 하지요. 생각해보니까 정.말. 피곤하네요.

한윤형

2008.05.26 17:40:09
*.176.49.134

다른 이들의 썰을 네가 비웃고 다니는 꼴을 요새 하도 봤으니까 네가 푸는 썰에 빈정거린 거지. 바로 그 순간에도 바로 그렇게 말했을 텐데, 맥락 파악이 그렇게도 안 되나? 문제는 네 '성격'이 아니라, 요즘 네 '행동'이지. 내가 아는 부분에선 꼬박꼬박 반론하고 넘어간다는 것도 사실과는 틀려. 특정인 노정태와 싸우는게 별 의미가 없는 일이라 그냥 넘어간 케이스도 많으니까.

블로그에선 언급하기가 좀 그랬던 그런 사안들을 이 게시판에서 차차 언급하게 될지, 아니면 역시 (그런 차원에서의) 너와의 소통을 거부하며 넘어가게 될지는 마감이 잔뜩 쌓인 지금으로선 장담할 수가 없구나. 하지만 나에 대한 그 세밀한 관심은 좀 치워주길 바란다. 이 모든 논의를 통해서, 나는 되도록 외적인 얘기만 하고 있는데 너는 나라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근거없는 자신감만 가득하구나. 앞으로 나는 네 분석의 대상이 되기를 거부할 것이라는 점을 밝혀두도록 하고, 뭔가 불만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하듯이, 구체적인 텍스트의 오류를 지적하거나 하길 바래.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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