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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동네에서 진보정치 하는 법

조회 수 1426 추천 수 0 2010.11.23 03:41:13

022604.jpg

미~  레~  도~

 

열받은 게 가시질 않아서 쓴다.

 

진보정치니 뭐니 하는 것은 소꿉놀이가 아니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정치는 소꿉놀이가 아니다.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하려면 집에서 혼자 공상을 하든지 컴퓨터 게임을 하면 된다. 컴퓨터 게임은 참 좋은 도구다. 컴퓨터 게임으로는 핵폭탄도 막 2백발씩 쏠 수 있다.

 

운동권이 문건을 쓸 때 괜히 길게 쓰는 것이 아니다. 운동이라는, 무슨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도 아니고, 이걸 해서 뭐에 도움이 될지 아무도 확신을 못하는 그런 것을 인생을 걸고 하려면 최소한 무슨 앞뒤가 있는 얘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권은 문건을 쓸 때 '지금은 어떤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지금 무엇이 필요하다.' 라는 식의 형식을 꼭 지키는 것이다. 근데 동네에 가보면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얘기들을 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형식은 이런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사실 그냥 내가 하고 싶고)', '그러려면 무엇이 필요하다.' 이걸 2시간 동안 떠들면 반론도 없고 토론도 없고 아무것도 없이 망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무슨 진보정치니 하는 일을 동네에서 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이 행동하라.

 

첫째, 당에 입당을 해라. 저는 아직 당에 입당할 준비가 안되었고.. 이딴 소리 집어치워라. 시끄럽다. 그냥 진보정치 안 할 거다 라고 말하면 된다. 그러나 진보정치를 위한 실천을 어쩌구 썰을 풀거면 그냥 입당을 해라. 뭘 해도 입당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둘째, 동네 당원 모임에 나가라. 나가면 동네마다 분위기가 다를텐데 보통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지역 활동가들의 진지한 고민과 토론 뭐 이딴거 없다. 그냥 학교 동아리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운이 없어서 당신 동네에 있는 당원들의 연령대가 높다면? 경로당이 된다. 많아야 한 10명 앉아서 시시콜콜한 잡담을 하고 있을 것이다. 같이 앉아서 시시콜콜한 잡담을 해라. 가끔 나름대로 진지한 사업 이런거 하고 있는 동네도 있는데 그럼 막 다짜고짜 열심히 하는 티를 내라. 그게 다 이 빌어먹을 놈의 진보정치다. 

 

셋째, 동네 당원 모임에 얼굴 도장 찍고 당원들과 친해졌으면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이나 대의원이나 하여간 그런 비슷한 뭐를 하겠다고 하라. 저는 권력에는 관심이 없고.. 그럼 시시콜콜한 잡담이나 계속 하는 것도 뭐 나쁘진 않겠지. 하지만 진지하게 동네에서 진보정치를 하려면 쥐꼬리만한 권력이라도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그걸 활용해서 대단한 무엇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쟁취하는 것은 본인의 진보정치에 대한 의지를 표출하는 것이다. 권력이 있어야 더 많은 당원도 만날 수 있고 무슨 일을 해도 하는 것이다. 혹여 사람들이 나를 지지해줄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진지하게 조언하는데 그 동네가 패싸움이 심해 무슨 전쟁터가 되었거나 진짜로 뭘 잘해서 장사가 잘 되는 것이 아닌 이상 자리는 항상 남는다. 그냥 막무가내로 하겠다고 해라.

 

넷째, 다음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라. 저는 선거엔 관심이 없고.. 그럼 집어치우던지. 자기 동네가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선거 전략을 짜야 한다. 남의 도움 같은 것은 기대하지 마라. 그런 것은 없다. 어차피 출마할 사람은 모자라고 선거구는 남을 것이다. 어느 선거구에 뻥카를 치고 어느 선거구를 쟁취할 것인지 그런걸 열심히 생각하라. 왠지 초라해진다고? 이게 다 그놈의 진보정치다. 참고 해라.

 

다섯째, 사람들에게 돈을 내라고 하라. 지역에 진보정치인을 키울려면 이 사람들아 생계는 유지하게 해줘야 할 거 아니야? 하루 만원으로 버틸 수 있는 스킬을 갖춰라. 사람들에게 떼를 쓰면 한 달에 30만원 정도는 모금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 이제 당신은 소위 말하는 '정치건달'이 되었다!

 

여섯째, 지역의 소위 오피니언 리더라는 놈들을 쫓아다녀라. 여기엔 세 가지 카테고리가 있다. 어디 찾아보면 주민자치위원회, 바르게살기운동본부, 새마을운동뭐시기 이런데서 행사를 한다. 회의도 하고, 토론회도 하고, 체육대회도 하고... 소위 관변단체라고 하지. 거길 쫓아다니면 1번 카테고리는 클리어다. 거기 가면 다른 당 정치건달들 몇 놈들이 맨 돌아다니면서 악수를 하며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똑같이 따라하면 된다. 2번 카테고리는 소위 지방지 기자라는 인간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냥 관계를 돈독히 하는 정도면 된다. 부당거래 이런데서 나오는 것처럼 시계를 갖다 바치고 이럴 필요 전혀 없다. 전화번호나 따고 그냥 알고 지내면 된다. 3번 카테고리는 공무원이다. 괜히 정보공개청구 이런거 하러 간다. 진상도 한 번씩 편다. 팀장 이런 사람들하고 구내식당에서 같이 밥도 먹는다. 그정도면 클리어.

 

일곱째, 선거 때되면 선거 나가라. 원칙대로 하자면 정작 후보는 많은 생각을 할 필요 없고 시키는대로 움직이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동네에 그런 체계가 있을리가 읍ㅋ엉ㅋ.. 그냥 하고싶은 대로 한다. 뭘 해도 결과는 안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다 진보정치이니 상관없다. 만일 운이 좋은 경우라면 동네에 선거연합 이런 테이블이 다 짜져 있을 것이다. 대강 가서 여론청취를 하고 선거연합을 받을지 말지 결정한 후 시키는대로 하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황무지 벌판에 던져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덟째, 다섯째로 이동. 반복.

 

내가 너무 삐딱하게 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 나는 열 받은 상태이니 좀 봐주셔도 되지 않는가. 삐딱한건 참을만한데 정치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께는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추천해드린다.

 

첫번째, 동네에서의 진보정치를 포기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중앙으로 진출한다.

두번째, 중앙에서 새로운 진보적 지역정치의 전형을 찾을 때까지 동네에서 진보정치는 포기하고 시시콜콜한 잡담을 한다.

세번째, 나는 혁명가이므로 어디 집회 하고 그런데를 열심히 쫓아다닌다. 노동계급이 깨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소꿉놀이이다. 사실 이것만 안해도 된다. 이것만 안해도 남에게 큰 피해 끼치지 않으면서 진보정당의 당원입네 행세하며 잘 살 수 있다.

 


놀이네트

2010.11.23 17:29:10
*.235.187.84

다 알겠는데 소꿉놀이가 뭐죠?

우와~

2010.11.26 10:39:35
*.202.52.107

웃다가 졸도할 뻔 했네. 딸딸이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게 뭘까 무지 고민하다, 음 넘 심하게 치면 결정적일 때 여친한테 피해를... 정도만 생각한 1인.

...

2010.11.24 00:21:01
*.70.117.86

비유가 망한 듯. 딸딸이를 치는데 왜 남한테 피해를 주나요? 아니 그럼 좆고딩들은 인류를 멸망 시키려는 자세인가.

이상한 모자

2010.11.23 23:43:53
*.208.112.113

딸딸이랑 비슷한 느낌으로 썼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010.11.24 02:41:03
*.219.108.158

오랜만에 와봤더니 명문을 남기셨네요.
생활에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입당 수준에서 멈춘 1인이 반성하며 댓글 남기고 갑니다..
역시 큰스승님 ㅜㅜ

멀리서

2010.11.25 01:53:20
*.171.216.161

민노당 시절 어쩜 그렇게도 재미가 없는지.... 나잇대도 거의 30대후반에서 4,50대 아자씨들이 주류.
입당한 새내기 당원들 교육시킨다고 갔더니만 혼자 열심히 자기 노동운동 그때 그시절 얘기만 주구장창에 노회찬과 심상정 야그만 잔뜩함.
그사람들 보고 입당한 것도 아닌거슬~~ 헐~~
친구가 열심히 잘 노는 당인 국참당 갔더니만 또래 대학생과 직장인 남녀들도 많고 술도 잘 사주고 잼있었음.
잘생긴 어빠들과 귀여운 언냐들도 많고 동호회 분위기가 확 나더군요.
진보신당이나 민노당이 잘 되기를 바라지만 동네정치는 진짜 못하는것 같음.
자기들끼리만 노는 무슨 노조네, 무슨 연합이네, 무슨 위원장님 등장하면 죄다 술먹다 일어나는 그런 쌍팔년도 분위기에 질려버렸음.
난 아줌마 아자씨들도 좋고 한달에 한번씩 독립영화관에서 하는 괜찮은 영화 보고 난 후 뒷풀이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끄집어내면서 영화번개모임을 하고는 있는데 나오는 이들은 거의 민주당쪽 지지자나 국참당쪽에 호의를 둔 사람들임.
이런걸 해도 진보신당이나 민노당 당원님들은 왜 안나오는 겁니까?
즐거운 문화생활과 함께 드높은 정치의식 고양을 도모할 수 있는데도 좋아하질 않네요.
저의 지역정치 공동체 모임운동 방법이 틀렸나요?
참고로 어젠 하얀리본 보고서 두시간동안 아짐과 아자씨들과 영화에 대한 얘기하면서 연명도 해전까지 주제를 다양하게 이야기가 오고갔는데 제법 좋은 시간을 가졌더랍니다.

duimer

2010.11.25 23:51:07
*.116.201.13

영화감상과 뒷풀이 노가다 까기 뿐이라면 그건 분명 정치라기 보다는 동호회에 가깝겠죠. 하지만 우리네 집회문화가 좀 더 대중 친화적으로 변하고 흥겨워 져야 한다는 것엔 공감합니다. TV를 통해 외환은행 노조의 집회 장면을 보는데 아 이건 뭐...

멀리서

2010.11.25 21:00:54
*.171.216.161

동감과 동의는 하는데 몸이 안따라준다능~~~ 집회에서 소리 냅다 질르는것도 싫고, 옆에서 아자씨 아점마들 담배 팍팍 피워대는것도 싫고, 더 싫은건 넘 재미없다는 거.
근데 동희 오토나 두리반 재능교육 투쟁현장은 아무나 갈 수 있는건가요? 어쩐지 일반사람들 접근 금지거나 노조들만 가는것 같아서 접근하기가 두렵더군요.
울 민노 지역위원회에서 함께 노동자대회 가자고 했을때 참석했는데 주먹을 불끈 쥐고 전율하면서 산자여 따르라를 불러야 하는데 왜 전 빨리 끝나기를 학수고대했을까요?
저의 사회의식과 정치의식 수준이 낮아서 그렇긴 하겠지만 좀더 보통 사람들도 어울릴 수 있는 집회와 정당문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민주시민임을 자뻑하러 그런 지역영화모임을 하는건 아니구요.
일단 재밌으면서 함께 영화보는 코드가 맞고 혼자 보는것 보단 함께 보는게 더 좋을것 같아서 그런거네요. ^^;;;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끄집어내면서 시사문제나 인생문제 연애문제 뭐 그런 노가리도 까는 그런게 뭐 찌질한건 아니잖아요?
위건부두로 가는길 책 보니까 영국의 노동자 밀집지역의 팝이란 선술집에 그런 지역노동자들의 지역노동자 문화복합공간이라고 하던데....
암튼, 전 집회도 집회지만 즐겁고 재밌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진보정치라고 생각합니다. ^^;;
뭐 한심하다면 한심한거고....

여기서

2010.11.25 15:37:36
*.255.190.49

잘생긴 언냐 오빠들이랑 놀면 동네정치가 확 되남여 ㅋㅋㅋ
국참당 지지자들이 왜 동네마다 산적한 투쟁장에는 왜 안오나 했더니 영화보러 갔었구나.
그래요 뭐 영화보러가는 거 좋고 술마시러 다니는 것도 좋은데 그 시간에 어디선가는 두리반, 동희오토, 재능교육 투쟁현장에서 사람들이랑 현장에서 밥지어먹고 추운날씨에 구르고 있담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첨부터 그런 현장에 가겠냐고 할 수도 있고 저도 인정합니다만 그래도 문화생활 정치의식 고양 드립은 좀 웃기네요 ㅎㅎ 님 말대로 딱 동호회 수준일뿐 ㅋㅋ
민노당이랑 진보신당 아저씨 냄새난다고 까는 건 좋은데, 나도 그렇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렇다고 잘생긴 언니 오빠들이랑 영화보고 술마시는게 지역 정치모임이라고 하면 더 안습이죠

-난 오늘 사회성 짙은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함께 영화를 본 지역에서 정치관심 많은 분들과 술을 마시면서 시사문제에 대해서 토론했다. 아...난 정말 민주시민이다. 민주시민 점수가 +5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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