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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장기하 (소위 음악이란 관점에서)

조회 수 1615 추천 수 0 2009.04.12 05:14:03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장기하라는 존재가 그렇게 신기한 것만은 아니다. 지금 나는 장기하가 구닥다리라거나, 벨거 아니다 라는 말을 하고 싶은게 전혀 아니다. 오히려 장기하의 등장은 매우 필연적인 것이다.

예를 들면 영미의 경우는 어떤가? 80년대 헤픈 락커들이 커트 코베인에게 학살당한 이후, 그리고 그 커트 코베인이 자기 자신을 학살한 이후에 이 동네는 거의 초토화 분위기 였던 것 같다. 오아시스, 블러, 라디오헤드의 시대를 거치고 나니 희안한 밴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킹스 어브 레온이 빅스비암 달린 할로바디 기타를 들고 나와서 약을 한거 같은 노래를 불러제낀다거나, 화이트 스트라입스가 완전히 맛이 간 목소리로 드러운 드럼 소리에 맞춰 제목도 모를 개똥같은 노래를 부른다거나, 뮤즈가 드러운 가성으로 부담스런 바이브레이션을 자랑한다거나, 스트록스가 괴상망칙한 멜로디에 괴성을 지른다거나 ... 예 예 예쓰라는 흉측한 밴드까지 등장했으니 이건 말 다했다 싶다.



△ Yeah Yeah Yeahs, Day With The Night / 이쯤되면 막가자는거죠?


뭔 소리냐면 도루 옛날로 돌아가서 뭔가를 곱씹어보거나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새롭지만 생소하진 않은 시도를 하는 그런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

난 국내의 인디씬은 뭐 개뿔도 모르지만, 오 브라더스의 우울한 시대를 거치며 럼블피쉬 시대의 말랑한 팝 스타일의 인디들이 한바탕 명멸하고 난 이후 최근에 또 좀 괴상스런 밴드들이 유행하고 있는것 같다. 소위 붕가붕가레코드 계열 및 그 친구들이라는.. 술탄 오브 디스코랄지..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이랄지.. 아마도이자람밴드랄지.. 눈뜨고코베인이랄지.. 킹스턴루디스카랄지..

△ Kingston Rudieska , 비오는 날 / 이 동영상을 김현우님께 바칩니다!

재밌는건, 이들의 상당수가 어떤 방식으로든 '거대한 결여'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진지하게 하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은 이런 결여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거기 혹시 라틴음악 있나? 숙제 검사하는 선생님도 없으니 아무렇게나 하고 해치우자.' 이런 식이다. 아무렇게나 하던지, 뭘 비웃던지. 뭔가가 없으니까 아무렇게나 하고, 뭔가가 없으니까 비웃는다.



이런 상황이니 장기하가 안 나타나고 배기겠나 이 말이다. 미미시스터즈 2명 가지고 장기하의 존재의의를 논하는건 대단히 잘못됐다 이 말이다. 장기하 출현의 의의는 안무 좀 웃기게 만드는 얼뜨기 서울대생이 뜬 사건에 지나지 않는게 아니라 훨씬 우주적인.. 무시무시한 사건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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