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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카스타운 - 점심부페

식당 재판 조회 수 4095 추천 수 0 2013.01.22 06:29:56

직장인 밀집 지역에 있는 호프집에서 점심 때 밥 장사를 하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날은 이런 집에 가서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때워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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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식의 식사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식자재 가격 등의 요인 때문에 가격이 상승한 측면이 있겠지만 2, 3년 전만 해도 6천원이나 내고 이런 식사를 할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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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음식의 가짓수가 별볼일 없게 나와있지만 실은 오른쪽에 음식들이 더 많이 있다. 대략 10가지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밥, 양배추샐러드, 김치, 열무김치, 잡채, 생다시마, 제육볶음, 상추, 숙주나물, 김칫국, 김밥 정도의 구성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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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니까 이렇게 한 접시에 다 담아서 돼지같이 먹는다. 김치국의 경우 멸치국물을 내서 끓였다. 멸치는 보이지 않았다. 멸치 다시다를 쓰지 않았을까 한다. 테이블이 원형이고 4인이 앉도록 되어 있는데 넓이가 아슬아슬하다. 여기서 맥주를 먹으면 4명이 서로 친해질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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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대단한 맛을 예상하고 온 것이 아니니 그냥 기분 좋게 먹는다. 양배추샐러드와 제육볶음은 저녁 장사를 할 때도 쓰는 메뉴를 내온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열무김치는 상당히 묵어있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맛은 아니다. 밥은 흑미밥이다. 선의로 흑미밥을 지은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소위 중국산 찐쌀 논란 때문에 밥장사가 메인이 아닌 집의 밥이 흑미밥이면 일단 불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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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의문스러웠던건 이 김밥이었다. 김밥은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메뉴이다. 맛살, 단무지, 햄, 계란, 당근 등을 저렇게 손질해서 밥을 넣고 김에 싼다는 것은 매우 귀찮은 일이다. 이런 컨셉의 집에서 굳이 김밥을 만들고 있는 게 잘 이해가 안 갔다. 기성품인 김밥을 납품한다는 말은 들어본 일도 없다. 그렇다고 근처 김밥집에서 대량으로 주문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같이 식사를 한 동료의 주장으로는 '주방에서 아주머니가 김밥을 말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는데,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한국적인 의미에서 '뷔페'의 구색을 맞추려고 한 것 정도로 해석되는데, 어차피 인기도 없는 메뉴, 이거 만들 노력으로 다른 메뉴를 추가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한다.


호프집은 어디까지나 저녁때 술 장사가 메인이다. 점심 장사는 '안 해도 되는 장사'다. 그럼에도 굳이 이런 형태의 장사를 한다는 것은 점심때 장사를 통해 뭔가 부족한 수입을 메꿔야 하는 상황이라는 해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가격 대비 질 좋은 음식을 먹게 될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다.


그러므로,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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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2-2 충정빌딩 지하1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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