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대표님이 새 좌파 정당을 제안 하셨군요.
정세를 공격적으로 돌파하기 위한 예상된 행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큰 그림을 그리시더라도,
부대표단을 비롯 당내 활동 하시는 분들은
미세한 그림들에 신경을 써주셨으면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자본주의 이후"에 대한 전망을 가진 당이 좌파 정당이라는
정체성 규정도 좋긴 한데, 그 이행기에 대한 미세 전술과 대응 방식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로 이야기들을 들어 보면
탈당을 거부하거나 보류하고 진보신당 깃발 아래 남은 이들이
모두 '좌파'와 '진보'의 미래상에 대해 합의하고 있는 것은 아닌 듯 해서요.
사실 이념적으로 혹은 전술적으로는 통합연대나 복지국가 쪽에 가깝지만
통합 논의와 결정 과정 및 그 이후에 보여준 노심조의 행동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판단해서 남은 이들도 꽤 있는 듯 보입니다.
당장, 홍세화 대표님의 발언이나 강령 운동 등에 대한 이야기가
비현실적이고 폐쇄적인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좀 있더군요.
물론, 함께 갈 수 없다면 버리고 간다.
소수지만 강고한 정예 당원들로 정세를 견뎌 내면서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도
선택지의 하나일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있는 자원은 아끼면서 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그래서 하루 빨리 당 정책팀이 복원되고
하나 말다 한 녹색 좌파론이나 민노당과의 관계 설정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래봅니다.
물론 당원과 지지자들도 끊임 없이 스스로에게 물어야겠지요.
"너는 사회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는 혁명을 믿는냐"
"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어디까지 수호할 것이냐"
그런데 제 생각엔.......아무래도..................................
혁명은 시기상조 같아요........................................ㅋㅋㅋ
댓글 '10'
낫꿀
어떤 사람이 박원순을 서울 시장으로 뽑았다고 해서 그가 박원순의 등장 이전부터 정치와 시민 의식에 대한 맥락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온 사람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또 그렇다고 해서 그가 박원순을 뽑은 행위가 정치적으로 무의미한 일일 수는 없다. 정치적 결과로 수렴되는 한 모든 행위는 정치적이다. 또 반대로 정치적 결과로 수렴되거나 당장 표현되지 못한다고 해서 일관된 정치적 지향이나 실천이, 생각이 정치가 아닌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럼 서울시장에 후보를 내지 못한 진보신당은? 진보신당 당원들은? 나는? 이들은 지금 당장 정치적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해도 일관된 정치적 지향을 갖고 있거나, 혹은 진성당원들이므로 이들은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정치적 지향이 '이미' 뚜렷했던 이들, 어떤 식으로든 일관된 정치 의식을 가진 이들이 저 '사후적 정치'를 '비정치'나 '탈정치'라고 생각하고 그곳에서 어떤 가능성도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좌파들과 진보정당에 어떤 식으로든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이와 같은 성향이 강하다. 이와 같은 맥락은 정치적 지향과는 관계없는 어떤 지점이다. 나경원은 물론이고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좌파'적 혹은 '진보'적 가치관과 합치하지 않는 지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박원순을 지지한 많은 이들의 선택이 '일관된 정치적 지향'이나 '시민 의식의 자각'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좌파 혹은 진보적 정치 지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박원순 지지'나 '촛불 시민'들의 어떤 정치적 가능성을 미리 재단해 폐기하는 행위는 제대로 된 진보 정당의 출현, 진보 정치에의 열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순혈주의와 지나친 자기 정당성의 확인 이외에 어떤 뜻도 될 수 없다.
정치는 정치 의식과 정치적 자각을 통해 선취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촛불을 통해, 박원순을 통해, 심지어는 이명박을 통해서 뒤늦게 도착하기도 한다. 그런데 노동자 정치세력화나, 좌파들이 대중 정당을 만들고자 하는 이유를 다시 곱씹어보자. 대중정당, 선거와 같은 정치 기제들은 결국 모든 정치가 '정치의식'과 같은 선차적 요소보다 '사후적'으로 선택되고 고려된다는 측면을 인정한 것이 아닐까. 박원순 이전에 존재했던 정치가 박원순을 선택지로 드러낸 것이 아니라, 박원순 이후에 도착한 정치가 박원순 이전의 자신을 정의내리는 도착적 정치.
도착적이라고 해서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뒤틀려 있는 것이지만 대중 정당, 선거, 의회, 대의제 민주주의는 이와 같은 사후적 정치가, 도착적 정치가 작동하기 위한 타협적 산물이기도 하다. 유물론으로 보면 이 도착적 정치는 분석의 대상이 되지만, 단계론으로 보면 교정의 대상이 되는 것이겠지. 레닌과 스탈린처럼 말이지. 유물론과 단계론은 비슷해보이지만 완전히 다르다. 때문에 그 뒤틀린 서사를 계몽하고 '정상'으로 바꿔주자는 것이 대중정당 운동일 수는 없다. 그 도착된 정치를 수렴하고, 자각하게 해주고, 그 도착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로 전환시켜야 하는 것도 좌파와 대중정당을 지향하는 진보 세력들의
...몫일까?....음......그냥 그렇다구요....댓글에 제한이 없네요...
이상한부자
일단, 종북주의 전술이 좌파정당의 주된 전술일 수 없습니다. 이미 2008년 분당 과정에서 종북주의 전략이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죠. 종북주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민노당은 의회권력을 어느정도 지켜냈고, 지방권력은 오히려 확장세를 보였죠. 인터넷에서 민노당은 종북, 주사 빨갱이로 불리지만, 현실에서 그들이 이루고 있는 승승장구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 민노당의 '상대적 성공'은 그들이 진보세력의 대표주자라는 현실이 무너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신당이 성공하려면 민노당과는 분명히 다른 좌파적인 전망을 그려야겠죠. 그래야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과 색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인식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인터넷 정치 오덕들과 좌빨들만 아는 진보신당의 정체성은 현실에서 별로 의미가 없어요.
지금까지는 진보신당의 좌파적인 기획이 부재 혹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홍세화 대표가 자본주의 극복이나 근원적 성찰을 말하고 있습니다. 민노당이 '사회주의적 이상의 계승'을 포기한 이상, 그들도 망설일 수 있는 급진적인 구호를 제출하고, 진보신당의 존재이유를 '일반적으로' 인식시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인 대안은 묻지마셈.. 그걸 알면 제가 진보신당 정책을 만들었겠죠...)
일전에 레디앙에 모 당원이 홍세화는 혁명적 사회주의를 제창하거나, 그걸 못하면 그냥 당을 해산하라는 글을 싸지른 적이 있었죠. 다 동의할 순 없는데, 어느정도 유효한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차이에 대해 종북주의 이외에 일반적인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못했다는 문제인식 말입니다.
물론, 한국 정치 현실에서 민주노동당보다 '왼쪽의 대안'을 가지고 활동할 공간이 많지는 않다는게 문제라면 문제겠습니다... 암튼 빡센 상황이에용
엊그제 스승님의 책과 함께 장석준의 "신자유주의의 탄생"이라는 책을 사서 읽어 봤는데요.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