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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지금이 90년대 PC통신의 시대라면

조회 수 2398 추천 수 0 2012.08.06 10:24:13
휴일을 심심하게 보내고 있던 철수, PC통신에 접속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먼저 ‘이야기’, ‘새롬데이터맨’ 등의 모뎀을 제어하는 프로그램에서 ‘atdt 01410’ 등의 명령어를 입력, 경쾌한 접속음과 함께 한국통신에서 제공하는 공용망에 접속을 한다. 철수는 ‘나우누리’의 이용자이므로 공용망에서 나우누리 접속을 선택하여 나우누리 서비스의 로그인 화면으로 이동, 자신의 아이디인 ‘ahnlabceo’를 입력하고 비밀번호 ‘mythought’를 입력한다. 곧 나우누리 전체 공지사항이 주르륵 지나가고 읽지 않은 편지가 13통이나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무슨 편지일까?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go mail’ 이라는 명령어를 통해 전자우편함에 접속한다. 5통은 각종 동호회에서 보낸 공지사항을 담은 전체 편지(이 때는 ‘동보 메일’이라고 했다)고 5통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시간과 정력을 투자해 상용게임을 분할 압축해 여러 사람에게 무료로 뿌리는 ‘대인배’의 메일이다. 3통은 PC통신 친구들이 보낸 메일인데 운찬이, 인제, 재인이가 안부를 묻는 편지를 보낸 것 같다. 철수는 친구들이 혹시 지금 PC통신에 접속 중인지 확인하기 위해 각각의 프로필을 확인해본다. ‘pf dongban’, 운찬이는 접속 중이 아니다. 한참 공부를 하고 있는가보다. ‘pf rambo’, 재인이는 접속 중이다. 쪽지를 보내봤다. ‘to rambo 재인님 하이루! 메일은 나중에 확인해볼게요!’. PC통신에서는 남을 부를 때 이름 뒤에 ‘님’자를 붙이고 존대말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 매너이다. 조금 기다려봤지만 재인이는 답이 없다. PC통신에 접속 해놓고 벽돌 격파 연습을 하는 중인가보다. 인제는 접속 중인가? 확인해본다. ‘pf phoenix’, 인제는 접속 중이다. 별로 말을 걸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인제 쪽에서 쪽지를 보내온다. ‘phoenix(이인제) => 철수님, 제 메일은 잘 읽었나요? ^^’. 대답하고 싶지 않아서 메시지 수신거부를 하기로 한다. ‘msg off’.

모처럼 PC통신에 접속한 김에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잠시 볼까 해서 정치적인 주제를 주로 다루는 게시판을 살펴보기로 한다. 철수는 ‘go plaza’ 명령을 입력해 ‘열린광장’에 접속, 게시물 목록을 주르륵 읽는다. 한 게시물의 제목이 눈에 띈다. ‘쫄지마! 졸라!’. 아직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던 인터넷 기반의 정치풍자사이트 ‘딴지일보’의 기사를 옮겨온 글인 것 같다. 다른 게시물을 살펴본다. ‘사형제에 반대합니다!’ 라는 게시물이 눈에 띄는데 잘 보니 ‘엮인 글’이 있다. 일단 게시물 내용을 확인하고 ‘tl’ 명령을 사용해 이 게시물이 어떤 글과 엮여있는 지를 확인한다. 이럴 수가! 며칠 전 철수가 쓴 글이 나온다. ‘그런 사람 왜 사형 못시킵니까?’, 금융사기범에 대해 철수가 쓴 글이다. 자신의 글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왠지 더 보고 싶지 않아 친목모임에 접속해보기로 한다. ‘go vsociety’ 명령어를 입력해 친목모임에 접속한다. 운영자(그 때는 ‘시삽’이라고 했다)가 사기를 치다가 검찰에 불려갔다는 소식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확인했던 동호회 단체메일 중 이런 얘기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철수는 한숨을 내쉬고 메일함에 가서 게임을 다운로드 걸어놓고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세수를 하러 간다. 게임을 다운로드 하는 중에는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게임 다운로드를 너무 많이 해서 전화비가 많이 나왔지만 이번 달부터는 한국통신이 제공하는 PC통신 이용요금 정액제에 가입을 했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세수를 하면서 철수는 게임 다운로드가 끝나면 300명의 멘토들과 채팅이나 좀 하다가 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한다.

댓글 '2'

백수

2012.08.06 11:11:36
*.182.72.205

으헠ㅋㅋ 승리의 이모님!!

Code_G

2012.08.06 12:02:36
*.209.115.56

안철수 케텔(하이텔 전신)아이디는 'ahn.cs'라고 하더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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