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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당명 논란에 대해

기타 조회 수 1347 추천 수 0 2013.06.24 16:24:36
1.

나는 녹색사회노동당(약칭 노동당)을 지지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녹색사회주의라는 단어가 우리 당의 지향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판단이 있어서였다. 2008년 소위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고수해 온 우리의 구호는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였는데, '녹색사회주의'가 이러한 구호의 의미를 담고있는 이름이라고 판단했다. 2008년 당시 당명이 진보신당연대회의로 결정되고(그런데 선관위에는 진보신당으로 등록했다) 당의 진로와 관련한 내부의 논의가 격화되면서 이러한 구호가 담고있는 의미도 퇴색했지만 어쨌든 이것만큼은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러한 가치를 반드시 '당명'에 담아야만 하는 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별도로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둘째는 어차피 대세로 판단된 노동당으로 결정될 것이라면 좀 더 가치에 대한 지향을 명확히 한 당명이 선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전수조사' 결과에서의 1위는 노동당이 아니었다. 마치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다뤄졌던 녹색사회노동당(약칭 노동당)이 당대회 원안으로 제출되는 상황을 접하고 그것에 대한 인정 여부는 별개로 스스로 실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2.

나는 녹사연 회원 및 몇몇 지인들을 통해 전수조사에서 녹색사회노동당이 당대회 원안으로 결정된 이후 상황이 중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당원들의 마음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당명은 없다. 문제는 당의 핵심 활동가들이 부족한 당명이라도 그것을 지지해야 하는 어떤 당위를 제공하기 위한 담론투쟁을 벌이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긴 당명의 길이, 녹색당에 대한 실례, 녹색사회주의라는 표현의 모호함에 대한 지적 등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그러한 각각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모든 단점을 감수하고서라도 이것을 고수하지 않을 수 없는 어떤 절박한 이유를 당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에서는 이 부분에서의 실패가 가장 크다고 본다. 물론 진보정치 전반의 지리멸렬, 정파 간의 갈등, 모험주의적 맹동, 당 체계의 이상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비유하자면 이미 '상수'들이었다.

이 담론투쟁을 시작하고 주도했어야 하는 주체는 1차적으로 녹색사회노동당이라는 당명을 주도적으로 제출하고 이를 지지했던 당 내 의견그룹인 녹사연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나름의 노력은 기울였겠지만 결국 그렇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회원의 한 사람으로써 녹사연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인정한다.

한 명의 당원으로서, 또 녹색사회노동당(약칭 노동당)의 지지자로서도 큰 책임을 느낀다. 고백하자면 주변에 나름의 설득논리를 들이밀었으나 가장 친한 친구 한 사람마저 설득해내지 못했다. 고민과 노력의 부족이다. 반성한다.

부결을 예상하지 않고 가결로 인해 상처를 받을 사람들을 생각해 찬성표결을 하지 않았다는 두 명의 대의원을 발견했다. 아마추어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으나, 이 아수라장 같은 판에서 그들의 순진한 태도는 나름 높이 살만한 데가 있다. 이런 대의원이 두 명에 그치지는 않았으리라 본다. 즉, 우리는 이런 사람들에게 당명을 쟁취해야 하는 어떤 열정을 불어넣는 데 실패한 것이다. 지엽적인 것들이 문제가 아니다. 그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3.

이후 전망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는 어찌됐든 다른 형태로라도 당명을 개정해 재창당을 완수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재창당을 실패로 규정하고 지방선거 준비에 돌입하자는 것이다. 나는 두 의견 다 최소한의 근거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명 결정이 부결된 직후 상황은 그야말로 처참한 것이었다. 누구는 울었고, 누구는 분노했고, 누구는 후회했다. 그런 절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당의 미래에 대한 구상을 다시 한 번 가다듬는 것은 매우 훌륭한 일이다. 김종철 전 부대표는 페이스북 덧글들을 통해 여러 사람들을 위로하려 했는데, '김종철'에 대한 많은 불만을 갖고 있지만, 그 상황에서 내놓은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만은 우리가 평가해주어야 할 매우 중요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본다.

내가 '우린 아직 괜찮다'라고 쓴 것은 그런 차원의 얘기였다. 아직은 집에 갈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돌진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이제 당명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됐다는 인식에 동의한다. 문제제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나름의 전당적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서 제안된 당명이 당대회에 의해 거부된 지금, 이제와서 누가 어떤 수단으로 무슨 새로운 당명을 제안할 수 있단 말인가? 또 그런 제안을 한들, 그 과정이 정치적으로 매끄러울지 장담할 수도 없다.

하지만 기왕에 시작된 재창당 일정을 '마무리'하는 절차는 어떤 형태로든 필요하다고 본다. 강령의 개정으로만 재창당 일정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재창당을 둘러싼 논의는 강령과 당명의 개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한 결의를 다지고 이를 내외에 공표하는 것이 재창당의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

나는 그저 부족한 한 사람에 불과하니 이 정도 생각만을 해볼 뿐이다. 나머지 더 중요한 것들은 훨씬 훌륭하신 분들이 고민을 내놓아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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