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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색인이 있는 책과 색인이 없는 책

조회 수 3017 추천 수 0 2011.11.01 23:31:31

을 나누는 기준은 뭘까?


갑자기 이런 궁금증을 품게 된 것은 어제였다. 버스며 지하철에서 토막시간을 내어 읽던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날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다음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떤 육상 선수가 구보 훈련 도중 모래주머니 두어 개를 풀렀을 때 감지했을 법한 편안함을 이 순간 느낀 것이다. <<안밀잠>>과 이 책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색인의 유무.


내가 가지고 있는 독서와 관련된 습관 중 가장 고약한 것은, <<안밀잠>>처럼 색인이 없는 책인 경우, 간지에 내가 스스로 색인을 만들어 가며 읽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1) 책을 읽다가 중요해 보이는 인명이나 개념어가 나올 경우, 페이지를 기억해 둔 후 간지를 편다. (2) 들고 있던 형광펜을 내려 놓는다. (3) 볼펜으로 바꿔 쥔다. (4)-a 간지에 좀 전에 보아둔 단어가 있다면 행의 말미에 페이지 번를 쓴다. (4)-b 그 단어가 없다면 새로 써넣는다. (5) 불펜을 내려 놓는다. (6) 형광펜으로 바꿔 진다. (7) 독서를 속행한다. 미처 몰랐는데, 글로 써놓고 보니 참으로 다사다난한 과정이다.


그러니까 나는 어제까지 <<안밀잠>>의 독서와 <<안밀잠>> 색인 만들기 작업을 병행해 온 것이다. 그것도 펜을 마음껏 굴리고 던져도 상관이 없는 책상 위에서가 아니라 만원 버스와 지하철에서. 어떤 사람은 "<<안밀잠>>같은 책에 뭐 그렇게 짱빨나는 사람 이름이나 개념어가 많이 나오냐? 웬 뻘짓임?"라고 물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식하면서도 결벽증 환자인 나는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며 사는 쪽이 더 행복하다. (실제로 네 명의 공저자가 서로 다르게 발췌한 윤여준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색인이 있는 책과 색인이 없는 책을 가르는 척도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나는 한윤형이나 큰스승님이 오로지 쓰거나 힘을 보탠 책들 중 만인보 시리즈, <<안운사>>, <<열정 노동>>, <<뉴라이트 사용후기>> , <<안밀잠>>을 가지고있다. 그런데 그 중에 색인이 있는 책은 단지 <<안운사>>뿐이다. 저 책들 중 다만 <<안운사>>만을 차별화된 범주로 매끈하게 대별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것이 존재할까? 저것만 '사서'라서? 역시 전문성일까? 그렇게 따지면 한쌤의 보급계원 인수인계 노트에도 색인은 있었는걸? 내가 몰라서 그렇지,  그게 엄청 전문적인 거였나?


댓글 '2'

하뉴녕

2011.11.02 13:05:47
*.118.59.153

"그렇게 따지면 한쌤의 보급계원 인수인계 노트에도 색인은 있었는걸? " 저 이거보고 엄청 웃었어요 ㅠㅠㅠㅠㅠ ㅋㅋㅋㅋ

엄청 전문적인 건 아니었고, 꼴랑 50여페이지의 인수인계 노트였으나, 혹시나 무능한 제 부사수가 혼란을 일으킬까봐, 친절함을 발휘해서 색인을 만들어준 거죠. ㅎㅎㅎ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는 색인을 만들었어야 하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편집자가 너무 안이하지 않았나 싶어요. <<안티조선 운동사>>는 워낙에 두꺼운 책이었고, 출판사나 저나 색인이 필요한 책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의 경우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색인이 필요없는 책이라고 반응할 것 같습니다. '기준'은 아니고 단순히 '감'입니다. '감'으로 볼 때 좀 애매한 선상에 서게 되는게 <<뉴라이트 사용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마고원에서 내는 두 번째 책은 님을 위해 반드시 색인을 붙이겠습니다. ㅎㅎㅎ

'ㅅ'

2011.11.04 00:10:44
*.36.33.64

으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쌤 팬서비스 쩌시는 듯ㅋㅋㅋㅋㅋ 그래주시면 저야 정말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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