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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고양이

기타 조회 수 633 추천 수 0 2013.09.26 00:37:25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


7월 1일은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인데, 바로 그 날 새끼고양이를 주웠다. 가족들과 함께 지붕 위에 살고 있는 녀석이었는데, 그 녀석을 줍기 며칠 전 구청에서 중성화수술을 위해 덫을 설치한 것을 발견했다. 새끼들도 함께 중성화를 하는 것이든, 아니면 어미들만 하는 것이든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그 바로 다음 날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 뉴스도 나왔다. 어미도 없이 새끼들이 지붕 위에 있게 되면 먹을 것도 못 먹고 떠내려 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소시지로 잘 유인을 해서 두 마리의 새끼 중 하나를 데려왔다. 나머지 한 마리는 지붕 너머로 도망갔는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주웠을 때에는 2개월에서 3개월 사이 정도가 된 것으로 추정됐다. 그냥 내 생각이니까 정확하지는 않다. 아무 생각도 없이 주운 것이기 때문에 이름도 안 짓고 내버려 뒀다. 한 2주 정도는 다른 사람을 줄까 아니면 키울까 고민해야 했다. 이 고양이는 겁이 많아서 구석에 숨어 나오지도 않았다. 내 경험상 2, 3일이면 인간에게 적응하는데 이 녀석은 거의 한 달을 도망다녔으니 아무튼 대단한 녀석이다. 사람은 어리석인 존재라서 결국 주워온 고양이를 그냥 키우기로 했다. 이름을 뭘로 지을까 생각하다 일빠니까 역시 일본이름이 좋겠다는 생각에 '쯔루'라고 하기로 했다. 마침 종이학을 자꾸 강박적으로 접기도 하고... 쯔루보다는 쓰르에 가까운 발음일 텐데 뭐 여튼 어차피 일본어니까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 없지 않을까 싶다. 츠루, 쯔루, 쓰르, 즈르 다 좋다.


이제 9월 말이니까 고양이의 나이는 대충 5, 6개월 정도 된 셈일 게다. 온통 도망만 다니던 때와 비교하면 그래도 애교가 많은 고양이가 됐다. 호기심도 많고, 눈치도 잘 보고, 먹는 것이나 화장실 같은 것에도 큰 불만이 없고, 고양이니까 어쩔 수 없이 사고를 치는 것을 빼면 나름대로 착한 고양이가 되었다.


나는 고양이털에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것 같기 때문에 고양이와 너무 오래 있으면 고통스러워진다. 그래서 고양이의 영역을 방문 밖으로 제한했다. 방문 밖에는 부엌과 화장실이 있다. 가끔 방문을 열어 놓아야 할 때는 가슴줄을 맨다. 성질이 더러운 고양이는 가슴줄을 매어놓으면 온갖 발광을 다 하는데 이 녀석은 그냥 별 불만도 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다. 잠을 잘 때에는 방문을 꼭 닫고 자야 고통 속에 몸부림쳐야 하는 아침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키샤가 생각난다.


댓글 '1'

장각

2013.10.08 04:29:26
*.203.191.170

키샤찡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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