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중국요리를 먹는 것이 특이한 일은 아니다. '오늘은 중국집이야!' 라고 외치면서 이 집으로 향했다.
대개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게 되면 짜장면, 짬뽕, 볶음밥 정도에서 택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조금 좋은 것을 먹고 싶으면 간짜장, 삼선짜장, 삼선짬뽕, 마파두부밥, 잡채밥 정도로 선택지가 넓어지기도 하지만 대개는 그렇다.
앉기 전에 이미 위와 같은 상이 차려져 있었다. 길다란 과일 같은 것(?)은 뭔지 몰라서 손을 대지 않았다. 아무래도 한 번에 많은 손님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니 만큼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중국집은 음식이 빨리 나오지 않으면 손님들이 신경질을 내니 더 어쩔 수 없다. 거기에 배달까지 해야 한다면..
지도가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도 배달을 하거나, 최소한 한 때는 배달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냉장고 안에 차곡차곡 담겨있는 반찬들은 효율적인 서빙에 도움이 될 지 모르나 위생과 관련해서는 별로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진 않다.
시킨적도 없는 군만두를 먼저 내와서 깜짝 놀랐다. 음식이 나올 때 까지 불평이 없게 하려는 주인의 배려일 것이다. 물론 만두의 퀄리티는 그다지 좋지 않다. 기성품인 만두를 먼저 대량으로 튀겨놨다가 데워서 내놓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품으로 시키면 5천원인데, 물론 단품과 똑같은 것은 아니겠으나 어쨌든 4인이 앉은 상에 하나씩 줄 수 있다는 것은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서비스'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만두의 가격 때문에 정작 시킨 음식의 퀄리티는 그만큼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짬뽕이 나왔다. 보는 순간 '삼선짬뽕을 시킬 걸 그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파, 양배추, 쪽파, 호박, 스스로가 오징어임을 주장하는 정체모를 해물, 홍합 등이 들어갔다. 가격은 5천원인데, 그에 걸맞게 저렴한 맛이 났다.
짬뽕을 먹는 사람들이 즐기는 포인트는 제각각이다. 국물이 시원해서 좋다는 사람도 있고 매워서 좋다는 사람도 있고 해물을 먹을 수 있어 좋다는 사람도 있다. 이 음식은 그 중 무엇도 만족시켜줄 수 없는 음식이다. 국물은 어딘가 라면국물 비슷한 느낌이 났고 전혀 맵지 않았으며(나는 매운음식을 싫어한다) 홍합의 선도 역시 좋지 않았다. 짬뽕을 먹을 때는 국물부터 먹는 편이라 면이 약간 불게 되는데, 면도 전혀 불지 않았다. 보통 이런 경우는 반죽에 소다를 첨가한 것인데, 이것이 위험한 물질은 아니지만 소화가 잘 안 된다는 얘길 들은 일이 있다.
어차피 주변 직장인들 대상으로 한 끼 식사를 판매하는 것에 포인트를 준 가게이므로 너무 꼬치꼬치 따지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어쨌든 제대로 한 끼를 때우기 위해서는 7천원, 8천원, 만원을 내야 하는 시대에 5천원짜리 짬뽕 한 그릇 먹는다는 것의 의미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끼니를 때우는 것과 요리를 즐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된 시대라는 것이다.
물론 당연히 이 식당도 유죄다.
주소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26이다.
체리토마토군요... 길쭉한 종류도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