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하뉴녕

2011.10.19 17:07

도덕이란 말을 윤리와 구별해서 쓰기도 하고, 그럴 때엔 제각각의 정의들이 있는데, 이 경우엔 '정치적 책임윤리'란 말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 '윤리' 쪽을 좀 더 공적인 함의가 있는 단어로 사용할 수 있겠지요.

이 사태에 대한 몇 가지 논점을 잡을 수 있겠는데, 이 논점들을 나누지 않고 대략 논의하면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낭패를 보게 됩니다.


1) 곽노현에게 적용된 법(공직선거법상 후보매수죄)이 공익에 부합한지 (이를테면 그것은 '악법'인지, 아니면 나름의 의미가 있는 법인지)

2) 곽노현의 행위가 이 법에 저촉되는지 아닌지

3) 곽노현이 지지자들에게 책임을 지는 방식이 사퇴인지, 아니면 법정투쟁인지

4) 이 사건이 곽노현을 도덕적으로 지탄하기에 충분한 사건인지 아닌지


대략 이렇게 나눌 수 있겠구요. 옹호자들은 일단 4)를 진지로 먹고 들어간 후 3)을 점령하고 나머지 논점을 없는 것으로 치부하려는 것 같습니다. 반면 비판자들은 2)에서 (섣부른?) 결론을 내린 후 3)과 4)를 한칼에 정리하려는 입장인 것 같구요. 1)에 대해서는 몇몇 먹물들만 간헐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저는 4)에 대해서는 곽노현의 선의를 믿고, 3)에 대해서는 각자의 판단이 가능하다고 보며, (그런데 이왕 그가 법정투쟁을 선택했으니 그냥 지켜보면 될 일이지요.) 1)에 대해서는 이 법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가장 큰 쟁점으로 남는 문제는 2)인데...


제가 블로그를 날리는 상황까지만 해도 이 문제가 좀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곽노현은 무죄를 받고 회계담당자만 유죄를 받아 당선무효가 되는 시나리오도 썼었는데요. 법정증언 같은 것들을 보면 더 이상 그 자신도 무죄를 주장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아마도 그는 유죄판결을 받을 것이고, 그건 정권의 개혁인사 탄압이 아니라 법의 합리적인 적용이라고 여겨집니다. (물론 '민심'은 그것을 믿지 않겠지요.) 여러모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그의 옹호자들이 합리적인 견지에서 내세울 수 있는 논점은 해당 법조항이 이런 '선의'까지 가려낼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고민하는 것인데요. 저도 법을 잘 알지 못하서 이게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런 쪽의 얘기들이 필요한데 제대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건...지금의 논란이 정상적인 소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민심'을 거스르는 사람은 침묵하게 하는 그런 메커니즘을 따르고 있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덧붙이자면 이번 사태에선 진중권도 크게 잘한 건 없는데 박동천은 참으로 나쁜 놈인 것 같습니다....
문서 첨부 제한 : 0Byte/ 2.00MB
파일 크기 제한 : 2.00MB (허용 확장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