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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도덕성에 대하여

조회 수 1375 추천 수 0 2011.10.18 23:45:50
너구리 *.104.89.57

얼마 전부터 곽감 사태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이젠 식은 뒷북이고, 자꾸 옥중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겠습니다. 단지 저는 도덕성이 무엇인 지에 대해서 저의 매우 자의적인 의견을 말해 보려고 합니다. 

 

(글을 쓰는 취지는 몇 달 전에 우연히 한윤형 블로그를 알게 되었고, 한창 글을 애독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문을 닫아서 여기로 흘려 들어오게 되었고, 여기서 이런저런 카테고리를 탐방을 하다가 자유게시판이란 곳에 글을 쓰는 사람들 머릿수가 조회수에 비해서 너무 적다는 생각이 갑작스럽게 들어서 뻘끌이라도 남겨 볼까 생각을 가졌습니다.) 

 

 

네이버 지식인 사전에 의하면 사람으로써 마땅히 지켜야 도리가 도덕이라고 말한다. 유딩도 알아들을 수 있는 간명한 정의이지만, 그것이 도데체 무엇이냐고 캐물어보면 대딩도 대답하기 힘든 애매모한 정의가 "도덕은 무엇인가" 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도덕의 정의를 유딩도 별 어려움없이 알아 들을 수 있는 쉬운 의미로 유통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쉬운 정의 하나만 있으면 왠만한 도덕적 사태는 해결 가능하다.

 

그런데 저런 쉬운 정의로 해결이 불가능한 애매모한 사태도 간혹 있다. 그것은 명백히 도덕적으로 불순한 짓을 한 것이 의심되는 사람이 끝가지 진실을 고수하는 경우다. 예컨대 학급에서 지갑이 없어졌고, 정황상 A가 지갑을 훔친 것이 확실시 되는데, 정작 A는 자신은 지갑을 훔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경우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 우리가 A에 대해서 도덕적 판단을 섣불리 내리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

 

대게 도덕이란, 관련 진실이 드러난 이 후에 자잘못을 따져보는 사후적 판단에 기초한다. 그리고 그 진실은 도덕적 사태의 당사자들이 숨김없이 속마음을 말할 때 성립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도덕성이 어떤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 적용될지는 그 사람이 알고 있는 진실을 고백하지 않는 이상은 영원히 알 수 없는 문제다. 

 

그런데 저런 나이브한 규정은 현실에서 별 도움이 못된다. 전전대통령께서 하늘을 우러러 전 재산이 27만원 밖에 없다고 천명한 고해? 역시도 저 규정에 대입해보면 도덕적으로 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99% 확실한 거짓인데 1% 불확실한 부분 때문에 도덕적 판단을 무한정 유보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도덕적 사태의 주체의 고백에 의해 도덕성이 사후적으로 드러난다는 규정은 맞는 말이긴 하나, 사회는 대다수의 성원들을 합리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안정성, 보편성, 신속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뭔가 1%의 불확실한 부분은 항상 남긴 채 규범을 만들고 작동시킨다. 그래서 그 1%의 불확실성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어쩔수 없이 항상 있어왔다. 법이 완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도덕도 마찬가지다. 인간 세상에서 인간이 하는 일이 완전할 수 있다면 인간이 아닌 신이 통치하는 세상일 터.

 

따라서 책임윤리를 따지고 묻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면, 99%를 선택하지 1%를 선택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덕(또는 법, 상식 등등)에 의해서 소외된 1%는 어떻게 아우를 수 있을까? 마땅한 정답은 없다. 그냥 믿어주는 것일 테다.

 

가끔은 그 선의를 믿어주는 미덕도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댓글 '3'

이상한 모자

2011.10.19 09:24:07
*.114.22.71

이런건 한윤형 선생님 전문이니 답변을 해줬으면 좋겠네여!

하뉴녕

2011.10.19 17:07:05
*.118.61.103

도덕이란 말을 윤리와 구별해서 쓰기도 하고, 그럴 때엔 제각각의 정의들이 있는데, 이 경우엔 '정치적 책임윤리'란 말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 '윤리' 쪽을 좀 더 공적인 함의가 있는 단어로 사용할 수 있겠지요.

이 사태에 대한 몇 가지 논점을 잡을 수 있겠는데, 이 논점들을 나누지 않고 대략 논의하면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낭패를 보게 됩니다.


1) 곽노현에게 적용된 법(공직선거법상 후보매수죄)이 공익에 부합한지 (이를테면 그것은 '악법'인지, 아니면 나름의 의미가 있는 법인지)

2) 곽노현의 행위가 이 법에 저촉되는지 아닌지

3) 곽노현이 지지자들에게 책임을 지는 방식이 사퇴인지, 아니면 법정투쟁인지

4) 이 사건이 곽노현을 도덕적으로 지탄하기에 충분한 사건인지 아닌지


대략 이렇게 나눌 수 있겠구요. 옹호자들은 일단 4)를 진지로 먹고 들어간 후 3)을 점령하고 나머지 논점을 없는 것으로 치부하려는 것 같습니다. 반면 비판자들은 2)에서 (섣부른?) 결론을 내린 후 3)과 4)를 한칼에 정리하려는 입장인 것 같구요. 1)에 대해서는 몇몇 먹물들만 간헐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저는 4)에 대해서는 곽노현의 선의를 믿고, 3)에 대해서는 각자의 판단이 가능하다고 보며, (그런데 이왕 그가 법정투쟁을 선택했으니 그냥 지켜보면 될 일이지요.) 1)에 대해서는 이 법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가장 큰 쟁점으로 남는 문제는 2)인데...


제가 블로그를 날리는 상황까지만 해도 이 문제가 좀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곽노현은 무죄를 받고 회계담당자만 유죄를 받아 당선무효가 되는 시나리오도 썼었는데요. 법정증언 같은 것들을 보면 더 이상 그 자신도 무죄를 주장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아마도 그는 유죄판결을 받을 것이고, 그건 정권의 개혁인사 탄압이 아니라 법의 합리적인 적용이라고 여겨집니다. (물론 '민심'은 그것을 믿지 않겠지요.) 여러모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그의 옹호자들이 합리적인 견지에서 내세울 수 있는 논점은 해당 법조항이 이런 '선의'까지 가려낼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고민하는 것인데요. 저도 법을 잘 알지 못하서 이게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런 쪽의 얘기들이 필요한데 제대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건...지금의 논란이 정상적인 소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민심'을 거스르는 사람은 침묵하게 하는 그런 메커니즘을 따르고 있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덧붙이자면 이번 사태에선 진중권도 크게 잘한 건 없는데 박동천은 참으로 나쁜 놈인 것 같습니다....

너구리

2011.10.19 21:53:04
*.104.89.57

저렇게 분류를 해주시니 알기 쉽게 정리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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