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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오늘 꾼 악몽

조회 수 1827 추천 수 0 2011.11.17 09:57:49

나는 독재자가 군림하는 국가의 경찰? 또는 검사였다. 우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피의자를 한참 조사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아름다운 여성이었는데 품위있는 몸짓과 도도한 표정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여러가지 정치적 이유로 국가보안법에 관한 사건이 조작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아마 이 여성도 그런 경우이리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억지로 피의자의 말들을 끼워 맞춰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다만 이 그림에 필요한 자백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나의 상관들이 그녀를 조사할 때마다 그녀의 진술은 조금씩 달라졌고, 그런 와중에도 양심을 지키려는 그녀의 노력 때문에 '큰 그림'의 퍼즐 맞추기는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진술을 통제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녀의 말 자체에 집중해서 조용히 들어주는 방법을 택했다. 그녀는 정말로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나의 마음 속에는 사랑이 싹트고 있었다. 몇 번의 조사 끝에 '이 여성을 지켜줘야 겠다' 라는 어줍잖은 생각을 하기에 이르자 나는 고뇌에 빠졌다. 이 엄청난 독재자의 국가에서 그녀의 혐의가 사실로 입증되면 아마 법정최고형을 언도받을 것이다. 어떻게든 그녀를 도와줘야 하겠지만 그런 시도를 하는 순간 나 역시 공범으로 몰리고야 말 것이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습니다."


그녀는 대답했다.


"알고 있었어요."


다시 내가 대답했다.


"당신을 돕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 힘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나는 아쉬운 발걸음을 옮기며 취조실을 나섰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됐다. 갑자기 조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돼 그녀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망연자실한 나에게 직속상관이 이상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거 좀 이상하던데? 어떻게 한거야?"


나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된 거지? 그녀와 나눈 대화가 새어 나갔나? 나도 이제 공범으로 몰리게 되는건가? 우리 사이가 들통난건가? 어색한 표정을 짓는 나를 보며 다시 상관이 말을 잇는다.


"네가 들어갔다 나오니까 이 여자가 진술을 갑자기 아주 일관성있게 하던데?"


댓글 '5'

ㅇㅅㅅ

2011.11.17 10:16:01
*.10.233.107

웃어야합니까 울어야합니까

Q

2011.11.17 11:33:24
*.134.84.154

ㅋㅋ 요 근래 본 반전 글 중에서 가장 재미있네요.

실연왕

2011.11.17 14:06:08
*.64.96.100

아! 슬프다!

처절한기타맨

2011.11.18 14:50:22
*.128.231.141

아 미치도록 우낀데 무지무지 슬프당!

야우리

2011.11.22 02:05:35
*.192.180.36

무슨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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