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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허지웅 토론회' 발제

조회 수 2453 추천 수 0 2011.12.14 17:51:47

완성을 못했습니다. 밑의 두 단락도 만만치 않은데 제가 바쁘다 보니...토론회장에서 말로 설명해얄듯.


오늘 저녁 7시 신촌 위지안 카페입니다. http://www.twipl.net/bVXI



허지웅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진보진영은 종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먼저 지식인과 언론종사자들 중에서 참여거부 선언을 조직할 수 있을 것이고, 시민사회 진영에선 시청거부 운동이나 광고주 불매운동과 같은 대응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비상식적인 광고료 단가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도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총괄적인 대응에 대해선 다른 토론자들이 섬세한 대안을 제시해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나는 좀 더 사소한(?) 문제, 종편에 대한 논란이 허지웅 개인의 거취에 대한 비판으로 불거져 나온 이 사건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고 들어 보려고 한다.

 

강준만이라면 허지웅을 비판했을까?

 

먼저 나는 안티조선 운동을 한참 주도할 당시(99년~01년 정도)의 강준만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했을지 추정해 보겠다. 우리가 강준만의 의견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의견을 추정해 보는 것은 이 문제를 살펴보는 데에 하나의 지침은 될 것이다. 왜냐하면 허지웅을 비판하는 논거의 대부분은 안티조선 운동을 통해 구성되고 확립된 언론관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토론회가 연기되는 동안 변희재가 선수를 쳤다. 변희재는 빅뉴스의 칼럼에서, “안티조선의 논의된 원칙으로만 보면 허지웅 건은 논란의 여지조차 없는 사건이다. 안티조선의 원칙에서 자기 스스로 콘텐츠 생산과 마케팅을 다 해야 하는 프리랜서는 해당 사항이 없다. 이것은 안티조선의 창시자인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라고 말한다. 나는 변희재의 주장에 대략 수긍은 하지만, 이보다는 좀 더 깊게 파볼 생각이다. 문제는 ‘강준만의 원칙’ 자체가 아니라 그 원칙이 어떤 고려지점들을 통해 나왔는지를 우리가 납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변희재는 극우인사, 공직자, 기업인, 연예인, 문인이 조선일보에 글을 쓰는 데엔 시비를 걸지 않는다는 강준만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공이 떨어진 곳을 보고 in인지 out인지 판정하는 배구경기의 심판처럼 이분법의 잣대를 들이밀일은 아니다. 여기서는 이렇게 말했더라도 강준만은 문인들에게도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고, 개혁정권의 공직자들이 조선일보를 배제한다면 환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나는 “허지웅은 안티조선의 원칙에서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하는 것에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 강준만이 가장 소리높여 비판했던 “좌파지식인이 조선일보에 기고하는 것”과 “허지웅이 채널A의 영화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 사이에 맥락상으로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강준만이 좌파지식인들의 조선일보 기고를 비판할 때 좌파지식인들은 대개 ‘조선일보 활용론’으로 맞섰다. “조선일보 독자들에게도 좌파적 시선을 접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한 강준만이 반론은 “그런 것으로 조선일보 독자들이 바뀔 일은 없는 반면, 그들이 칼럼을 쓰는 것은 조선일보가 극우지임을 가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홍세화는 강준만의 주장의 핵심을 그람시의 논의를 끌어들여 “한국의 지식인들이 조선일보의 진지구축전에 종사한다.”고 정리하였다. 오늘날 허지웅이 “나는 채널A에서 영화 얘기를 하게 되어 있고 만일 이 프로그램 출연이 내 정치적 칼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절필하겠다.”고 거듭 천명했음에도 사람들이 그를 비판하는 이유의 핵심도 그것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강준만은 허지웅을 비판했을까? 그렇게 보기에는 두 개의 상황 사이에 몇 가지 차별지점이 있다. 첫째로, 강준만은 비판을 할 때 오직 조선일보와 그 계열사만을 문제삼았다는 것이다. 강준만이 임지현에게 “유럽에 있는 당신의 좌파 친구들도 극우지에 칼럼 기고하느냐?”라고 거세게 쏘아붙였을 때 임지현은 “물론 아니지. 하지만 거기엔 좌파언론이 일정한 세를 구축하고 있고. 한국에선 하다못해 한겨레도 진보언론이 아닌 것 같은데?”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임지현은 “강준만의 주장은 의회진출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는 과거 어떤 좌파들의 논의를 떠오르게 한다.”고 촌평했다. 이에 대한 강준만의 대답은 “조중동이 신문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으니 조중동 전부를 비판하고자 했다면 그 비유가 어느 정도 성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선일보 하나만 문제삼자고 하지 않았나?”란 것이었다. 실제로 강준만은 신동아 인터뷰를 통해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공격받았을 때 조선일보와 기타 신문의 차이를 적극적으로 강변한 바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조선일보 기고 거부’라는 원칙을 구성하는 데에 “당위성”과 “실천적 문맥에서의 정치적 판단”이 함께 개입했음을 알 수 있다. 강준만이 바란 것은 ‘굶어죽더라도 원칙을 지키자.’는 지사적인 꼿꼿함은 아니었다. 물론 그런 것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나, 그것이 사회운동에 미치는 영향이 어떨지에 대해선 함부로 얘기하기 어렵다. 강준만은 차라리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엔 좌파지식인들의 글이 기고되는 상황을 원했을 것이다. 그래야만이 조선일보가 고립되었다는 인식을 확실하게 독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2000년이 아니라 2011년을 사는 우리가 그러한 강준만의 원칙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는 없다. 조선일보와 중앙/동아를 구별하는 것은 그때보다 훨씬 더 난망한 문제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당시의 조중동이 담론시장의 70%를 장악했다면, 오늘날의 조중동은 신문시장에서의 여전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포털사이트의 뉴스소비와 SNS의 발달 등 뉴미디어의 팽창으로 인해 조금은 위축된 상태다. 우리는 조중동을 함께 묶어서 비판하는 운동의 원칙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그런 원칙들을 구체적으로 정립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 차별점은 지식권력에 대한 문제제기의 맥락 속에 있다. 당시 조선일보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신문이었다. 따라서 그들이 동원하려고 하는 지식인이나 문인 역시 신망과 영향력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강준만은 조선일보와 세계관이 명확히 다른 그 영향력이 큰 사람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신문에 이름을 올릴 기회를 포기하는 윤리적 선택을 할 것을 주문했다. 종편에서 청탁을 하는 이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사실 공중파 방송에 출연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인/방송인이라면 굳이 종편의 초대에 응해야 할 필요가 없다. 종편에 유혹을 느끼는 이들은 공중파 방송에는 아직까지 출연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PD나 작가 등 방송노동자들 역시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종편에 참여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좌파성향 교수의 종편참여는 꽤 비판받을 만한 일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기존에 진보적 프로그램을 만들던 PD가 종편에 참여했다고 시민들이 비판한다면 나는 그 비판이 꽤 가혹하다고 여길 것이다. ‘허지웅 사례’는 이 중간 정도에 속해 있다. 그 점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의 선택이 선을 벗어났다고 말하는 것은 지적으로 지나치게 게으른 일이 아닐까? 종편을 문제로 삼는다면 논리적으로 따질 때엔 조중동 및 경제신문들과 얽혀 있는 모든 매체들에 대한 참여를 문제삼아야 할 것이다. 나꼼수 정봉주의 여성중앙 인터뷰도 문제가 될 테고, 하다못해 나같은 듣보잡 자유기고가도 중앙일보 계열사라는 패션잡지 <쎄씨>에 세대론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원고료를 받은 전력이 있다. 종편 참여를 직관적으로 비판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런 사항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야 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 종편이 언론기업들에게 특별한 이윤모델이기 때문에 비판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별도의 합의를 세우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허지웅 사례’를 좌파지식인의 조선일보 기고와 구별하는 것은 비단 허지웅의 ‘밥벌이’에 대한 고려 때문만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모든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실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유효한 지점을 중점적으로 함께 공략해야 한다는 운동의 기본적인 원칙 때문임을 깨달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언급해야 할 것은 강준만의 비평활동 역시 변해왔다는 것이다. 처음에 강준만은 ‘조선일보와 친하게 지내는 지식인/문인/출판사’들을 일괄적으로 비판했다. 그리고 이 방법은 많은 사람들에게 반감을 산다는 우려 때문에 여러 사람의 비판 끝에 전술적으로 폐기되게 된다. 그후에 채택된 방법은 자발적으로 조선일보에 기고/인터뷰 거부 선언을 하는 지식인들의 모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네거티브 방식에서 포지티브한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허지웅 개인만 ‘조져서’ 진보진영의 윤리원칙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 시민들, 이 사례가 좀 가혹할지라도 ‘대의를 위해’ 허지웅을 옹호하지 않고 침묵해야 한다고 믿는 지식인들은 얼핏 세련된(?) 사고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모든 맥락에 대한 판단을 건너뛰고 있다.

 

‘중도파 급진주의’의 성과와 폐해

 

‘정치적 주체’를 이끌어내는 비판인가?

 

(밑의 두 단락은 작성하지 못하였으므로 말로 풀어내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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