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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답답

조회 수 2078 추천 수 0 2012.03.06 03:17:40

양평동 아지트이다. 할 일이 3개 있었는데 간신히 1개를 끝냈다. 내 생각으론 밤을 새면 3개를 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시간까지 1개 밖에 못했다. 이상한 생각들이 자꾸 떠올라서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지켜야 할 약속도 어겼다.


이것은 낮에도 마찬가지다. 그저 혼란스럽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스스로가 이런 상태에 빠져 있으면 나중에 틀림없이 후회할 것이 아닌가? 왜 그때 더 열심히 하지 않았는가 하고 자책을 할 것이 뻔하지 않는가? 그런데 왜 이러는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공적인 문제.

정치적으로 혼란스럽다. 업무 체계가 안정되지 않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갑자기' 떨어지는 일들에 대응하고 나면 실제 일은 밤에 해야만 한다. 하지만 밤이 되면 사무실에 계속 남아있기 보다는 여기에 와서 돈이 들지 않는 식사를 하고 남은 일을 마무리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곳에 오면 기분전환도 할 겸 가사노동을 시작한다. 식사를 준비하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한다. 식사를 끝내고 나면 잠시 쉰다. 그리고 일을 하려고 하면 도통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사무실에 밤새도록 있으면 일이 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꼭 이상한 이유로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어느 새 다른 것들에 신경을 쏟고 있다.


혼자 생각한 바, 장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고 지지부진 한 것이다. 일은 대단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진척되지 않는다. 사람이 사라지고, 다들 자기 일에 바쁘며, 그 누구도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모두가 불안해만 한다. 그러면 잡념이 생긴다. 아마 1차세계대전 시기에 참호 속에 있던 병사의 마음이 이랬을 것이다. 전쟁이 언제 끝날 지도 모르겠고, 도대체 군대가 전진을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으며, 적이 침투를 하려는 것인지 여부도 모르겠고, 물자는 바닥이 난 상태. 참호 밖으로 나가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뿐.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여기에 있어야만 한다. 그게 내 일이다.


사적인 문제.

외롭다.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이 부담스럽다. 모든 인간관계를 파괴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것들이 자꾸 나를 괴롭힌다. 죽은 사람을 메신저에서 지울 수가 없다. 내가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 모두 속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다. 나는 단 하나의 사회적 관계에만 속해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가장 납득할 수가 없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쓴 문장을 내 스스로가 계속해서 부정하고 배반한다는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 속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죽은 사람을 메신저에서 지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세상에 없는 것들을 잊지 않고 기념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모든 인간관계에 집착하고 있으며, 부담스러운 일들을 계속 하고 있으며, 인간관계를 유지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롭다.


기대고 싶고, 의지하고 싶지만, 누구에게도 그러면 안 된다는 이상한 기분을 계속해서 곱씹는다. 아마 상당기간 이런 상태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늘 그래왔듯 이런 창피한 '생각'들을 이런 곳에 전시하고 또 모순된 창피함을 즐길 것이다.


댓글 '4'

avc

2012.03.06 03:27:55
*.128.237.136

이상한 모자님 팬이에여! 힘내세여!

http://s3.amazonaws.com/data.tumblr.com/tumblr_lvy9ec3YfC1qizbpto1_1280.gif?AWSAccessKeyId=AKIAJ6IHWSU3BX3X7X3Q&Expires=1331058452&Signature=Di8ViJ0VXTexYJeVXi4FrT6K8PQ%3D

토닥토닥

2012.03.06 04:12:35
*.22.186.175

보추때기

2012.03.06 05:33:54
*.91.120.19

애인만드세요 큰스승. 저는 너무 멀리있어서 플라토닉밖에 못하지만

이상한 모자

2012.03.06 07:50:28
*.172.183.203

저는.. 사회적 위치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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