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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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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26일의 지방선거는 '안철수 현상'의 '정치적 파괴력'을 보여준 상징적인 정치 이벤트였다. 안철수는 한나라당을 지지율로 앞서지 못하고 의제선점에서도 지리멸렬하던 야권, 5%의 지지율을 가지고 있었던 박원순 모두를 매끈하게 봉합하면서 오세훈의 '무상급식 파동'이 만들어낸 첫 번째 국면의 승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 가지 질문이 생길 것이다. 1)무엇이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내는가? 2)안철수 현상의 정치적 방향은 무엇인가? 3)안철수 현상은 지속가능한가? 4)안철수의 향후 정치적 행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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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대답이 바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이다. 아이폰의 '밀어서 잠금해제' 버튼을 그대로 제목으로 활용했다. 달리 이야기하자면 예상 독자군이 스마트폰, SNS로 대표되는 20~40대의 젊은 층인 것이다. (실제로 세대별 박원순 득표율은 대체로 이 책의 예상 독자군과 거의 일치한다.) 그리고 필진은 '20대 논객'으로 시작하여 이미 3권의 저자가 되어버린 한윤형, (나는 잘 모르는) 한겨레 이재훈 기자, '미디어 비평' 바닥에서는 '선수'로 분류되는 <미디어스>의 김완 기자, <레닌을 사랑한 오타쿠>의 저자이며 활동가인 김민하(이 시대의 큰 스승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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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톤은 일관되게 조율되지 않았고,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를 읽는 독자들은 각각의 공저자들의 정치적 입장의 불일치와 동시에 그들이 공통적으로 인지하는 문제들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한윤형이 며칠 전 트위터에서 투덜댔지만, 이 책은 전혀 서술이 눈과 머리를 팽팽돌게 만들지 않게끔 '평이'하게 쓰여있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쓰는 '강남좌파'와 '표준시민'을 구성하는 대다수의 40대 이하는 물론, 나 같은 '면목동 양아치'도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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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으로 들어가보자면, 앞서 언급했던 몇 가지 질문들에 대해 
먼저 한윤형은 2)항에 대해 대답한다. 단순히 '신자유주의자'냐 혹은 '정당정치를 와해시키는 트로이목마'냐로 간명하게 대답할 수 없는 안철수의 위치를 확인한다. 그리고 그 정치적 방향에 기대하는 '대중'들의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를 통하여 한국 정치의 문제가 어디에서 꼬여있는지를 진단한다. 요컨대.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낸 문제, 그리고 안철수를 활용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도 결국엔 이 '여의도 정치 계급'의 문제라 볼 수 있다"(p.76).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유권자의 정치에 대한 '요구(needs)'를 반영하지 않는 '여의도 정치'의 균열 기제(political cleavage), 즉 전통적으로는 계급이나 정책, 이념에 기반을 두지 않은 '여의도 정치 계급'이 재생산하는 정당구조. 그리고 최근에는 '열망과 절망'의 악순환을 보여주었던 '민주 정부'에게 기대했던바와 어그러짐, 거기에 절대 한나라당은 풀 수 없는 중층적인 '불만'들이 안철수에게 몰입하게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한윤형의 글에서 핵심 쟁점은 이러한 한윤형의 문제설정이 '사심을 담아'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이들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말로 중요한 지적은 "안철수는 국가를 운영할 경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지만, 실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역설이야말로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p.52). "영역별로 그런 의견을 스스로 만들어내거나 적어도 감별해낼 수 있는 '팀'이 존재"하는지의 여부가 문제인데, 내가 볼 때 박원순에게 가장 '불안'한 것들, 그리고 진보정당이 지역에서부터 성장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어쨌거나 지금은 그러한 팀이 얼마나 구성되어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이재훈의 두번째 글이 드러내는 '신자유주의적 자기계발하는 주체'의 화신인 안철수에 대한 비판 포인트가 첫번째 한윤형의 글과 불러일으키는 묘한 불협화음이다. 이건 읽어보면 될 것 같고. 김완의 세 번째 글을 읽으면서 1992년에 선도적으로 시작되었던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작전과 안철수 현상을 통해서 드러나는 SNS의 정치적 운동의 향배를 읽어낼 수 있다. 또한 김민하의 글을 읽으면서 <나꼼수>의 소설보다 좀 더 흥미로운 2012년 국면에 대한 '정치적 예언'의 경지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아아.. 큰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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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한 호흡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잠금해제된' 안철수가 어떤 방향으로 튈 지에 대한 예측도 어느 정도 이 책에 나온 격자 안에서 진단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댓글 '6'

이상한 모자

2011.10.27 22:24:32
*.208.114.70

서평인 셈인데 내 얘기가 한 줄 밖에 안 나오는 슬픈 서평이다.

양승훈

2011.10.27 23:43:49
*.129.41.34

그것은 스승님이 4장을 읽지 말라하여 그 부분에서 잠시 졸았기 때문입니다;;

분홍나비

2011.10.27 22:32:58
*.205.199.198

ㅋㅋㅋㅋㅋ

Q

2011.10.28 00:28:21
*.134.84.164

ㅋㅋ 그래도 큰 스승 이라는 별호가 생겼으니 만족하시죠?

그물짜는이

2011.10.29 09:19:06
*.122.144.3

ㅋㅋㅋㅋㅋㅋ

낑낑경

2011.10.30 12:34:05
*.198.243.1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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