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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정치를 왜 하는가?

조회 수 1799 추천 수 0 2011.09.21 22:12:03

자칭 통합파들과 독자파들의 악다구니와 억지를 보면서 이 사람들은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는가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남들을 그렇게 매일같이 욕해봐야 별로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선 나 자신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있었다. (사실 프로페셔널의 입장에서 정치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게 노동운동이 됐든, 진보정당운동이 됐든, 아니면 그냥 정치건달을 하든, 어쨌든 정치의 영역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일텐데, 그렇다면 그런 큰 의미에서의 정치를 대체 왜 하는 것인가?


이념적으로 잘 무장한 사회주의자로서 유럽식 사회민주주의 한계와 현실사회주의의 오류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주의의 깃발을만들기 위한 것인가?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사회주의는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에게 매우 참고할 만한 이정표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이정표를 제시하는 것은 학자나 지식인, 아니면 그냥 파워블로거가 해도 된다. 꼭 진보정당으로 이런걸 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역시 현실권력을 움켜잡고 이 세상의 시스템을 내 마음대로 바꾸려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인가?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심지어 어린 아이도 자기 손에 닿는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해보고 싶어하는 욕망을 갖고 있다. 나라고 그런 것이 없을리가 없다. 이 세상에.. 바꿔버리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단지 그런 욕망인 것이라면, 그냥 보수정당을 해도 된다. 굳이 진보정당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박용진 아저씨처럼 하면 된다. 그게 훨씬 효율적이다.


이렇게 생각해놓고 보니 진보정당을 하는 이유는 좀 더 원초적인 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남들보다 잘나고 싶어서인가? 진보정당이 아니면 어차피 받아주는 데가 없기 때문인가? 철들고 배운 게 이것 밖에 없기 때문인가? 그런 모든 물음들에 아니라고 대답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그런 이유도 내가 정치에 한 발 걸쳐놓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는 될 수 없다.


애초에 이 짓을 하게 된 어떤 근본적인 뭔가가 있었을 것이다. 주위의 동료들을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도대체 남들보다 저렇게 잘난 사람이 되려고 아둥바둥 해서 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진보진영에서 인정받는 것으로 대체 뭘 하려고 하는가? 대체, 왜 그러는가..


결론은, 내가 이러고 있는 데에는 별로 그렇게 대단한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딱 하나 남은 생각은 '사람들이 주눅들어 살지 말았으면 좋겠다' 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주눅들어서 사는 걸 보면 화가 난다. 중학생의 장래희망이 '먹고 사는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 대학생들이 취업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 점점 비겁한 신세가 되어가는 것을 느낄 때마다 화가 난다. 덤프아저씨들이 약한 사람한테는 강하고 강한 사람한테는 약한 모습을 보면 화가 난다. 젊은 사람들이 현실에 주눅들어 쓸데없는 욕망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난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 내가 꼭 무엇을 해야 할 필요도 없고 남들보다 잘나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다. 이럴려면 목사나 될 걸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제와서 그런 생각은 해서 뭐하나. 마음을 비우고, 내가 할 수 밖에 없는 일에 인생을 거는 수밖에.


댓글 '1'

그물짜는이

2011.09.22 19:09:53
*.122.144.3

음... 제가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보수정당에서 안 받아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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