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당원이 발언 도중 노란 탈레반들에게 린치를 당했다는 소문을 듣고 깜짝 놀랬는데, 상황을 알아보니 그런 규정은 과도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일단 그 당원은 김일푼이라는 케릭터를 설정해서 일종의 풍자개그를 시도했는데, 이는 청중을 모욕하면서 자신의 케릭터에 대한 야유와 비난을 만들어내고 결국 김일푼을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이런 식의 개그에서 필수적인 것은 청중이 그 모욕을 진짜 모욕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데, 그 풍자가 벌어질 당시 일부의 청중은 그걸 자신들에 대한 진짜 모욕이라고 받아들였던 것 같다.
동영상을 보면, 발언 과정에서 청중들의 반응이 급속도로 냉각되는 시기가 존재한다. 초기에 청중들은 김일푼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등 긍정적인 리액션을 취하는데, 이것이 약간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야유가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김일푼이라는 이름을 제외하고는 이것이 풍자인지, 아니면 진짜 상황인지를 판단할 수 없게 만들 정도로 연기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당원은 청중들에게 진짜 김일푼으로 인식이 되었는데, 그걸 청중들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폭력 사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김일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풍자 케릭터 김일푼이 아니라 반FTA 집회에서 집회 참여자들에게 패배주의자들이라고 모욕을 준 실제의 인물로 오인된 김일푼이다.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 김일푼이가 시민여러분께 한 말씀 드리겠는데, 한미fta 해야되는거에요 아시겠어요?
왜냐, 대한민국 1% 나를 위해서. 여러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는데. 한미fta가 아주 좋은거에요
여러분 신자유주의 들어보셨어요. 미국이 밀어부치는게 다 이유가 있는거에요. 여러분들 잘살게 해주려고 미국이 밀어부치는거에요. 신자유주의 특징이 뭐에요. 승자독식체제. 여러분 승자독식체제 들어보셨어요. 승자독식 제 뭐야. 영어로 위너 어쩌구 뭐 그런거 있잖아요. 이긴놈이 다가져가는거지. 여러분 생각을 해봐요. 이기는게 좋아요 지는게 좋아요. 이겨야 되는거야. 이긴 사람이 다가져가는거지. 여러분 패배자가 되려고 해서는 안되요. 한미fta 찬성하고, 여러분이 승리자가 되서서 다 가져가려는 생각을 해야지. 어디 뭐 남이랑 나눠먹고 뭘. 이런 패배자 같은 패배주의자들.
이 김일푼이가 한말씀 드리겠어요. 여러분 한미fta 열심히 추진하시고 그 뭐, 국민이 죽는다 기반산업이 무너진다 신경쓸 필요가 없어요. 여러분이 한미fta 찬성하시면은 알아서 쌀값이 떨어지고 외제차가 생겨요. 아시겠습니까? 저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김일푼입니다. 아 그리고 여러분이 투표를 통해서 정권을 교체를 하면 fta 저지가 된다, 여러분 그렇게 믿고 투표하셔도 됩니다. 왜냐? 그랬게 해도 fta는 진행이 됩니다. 예 분노하세요. 분노하시되 꼭 투표는 여당연합에 찍어주시고 fta 추진을 하시면 됩니다. 이런식으로 해서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 미국과 한국이 더 가까워집니다. 관세철폐 그러면서. 여러분이 더 많은 경쟁의 장에 나서게 되요, 더 많은 경쟁의 장에 나서게 되면 여러분들이 승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겠죠. 여러분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학생 여러분 이런거 하지 말고 학교 돌아가서 공부하세요."
김일푼의 발언 도중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되던 시점은, 바로 그가 집회 참여자들에게 패배주의자들이라고 했을 때이다. 나는 이를 통해서 사람들이 상당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모든 사람들이 모욕감을 느낀다고 바로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상대에게 똑같은 모욕을 주기 위해 욕을 하면서 입배틀 정도에서 그칠 것이나, 기질적으로 흥분을 잘하는 사람은 아마도 멱살을 잡는 등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후자의 유형은 노빠라는 정치적 분류에 의해 갈리기보다는 한국같은 마초적인 사회에서 남성 일반에게 쉽게 찾을 수 있는 성향이다.
하나의 가정을 해보자. 가령 김일푼이 노동자 집회에 발언을 한다는 가정이다. 너희 노동자는 패배자들이고, 나라를 파탄내는 사람들이며, 오늘날 목숨을 담보로한 투쟁은 시대착오적이라며 그 곳의 모인 사람들을 모욕했을 때, 아마도 기질적으로 흥분을 잘하는 어떤 좌파 활동가가 단상 위로 뛰어 올라서 멱살을 잡고 발언을 저지할 것이라는 가정은 매우 상식적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사건은 진보신당에 대한 노란 탈레반들의 린치라고 간주하기는 힘들다. 심증을 가질 수는 있으나, 그리 합리적이진 않다고 본다. 더 간단한 설명은 이것이다. 개그에 재능이 없는 A가 한번 웃겨보려고 B를 모욕했는데, 욱하는 성질이 있는 B가 오해를 하여 A에게 폭력을 가했던 것이다.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전투모드로 들어가는 한국 남성 사회의 특성 상 이러한 일은 무수하게 많이 일어난다. 이번 일은 굉장히 독특한 장소에서 독특한 형태로 그것이 발현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