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씨니컬하게 쓴다는 이유로 카테고리명을 '식당 재판'이라고 해보라는 얘길 들었다. 식당을 평가해서 형을 선고해보라는 것이다. 음식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렇게까지 하긴 어렵고, 그냥 애교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날은 요즘들어 부쩍 건강에 신경을 쓰는 한윤형 기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식사를 하기 위하여 콩비지 찌개를 파는 집으로 원정을 왔다. 이름이 '들꽃하우스'인데, 주 메뉴는 콩비지와 순두부인 것 같다. 특이한 네이밍 센스다.
메뉴 구성도 이해가 잘 안 간다. 들꽃메뉴는 뭐고 식사메뉴는 뭐며 일품메뉴는 뭔가? 무슨 구분인가? 아마 들꽃메뉴 라는게 주무기고 식사메뉴라는 것은 그래도 이런 걸 할 수는 있다, 이런 의미인 것 같다. 일품메뉴는 술안주를 말하는 것 같다. 그러면 그렇게 분명하게 써놓는 것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눈여겨 볼 것은 콩비지와 콩비지(담백)이 구분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냥 콩비지는 보통 떠올릴 수 있는 콩비지찌개를 의미할 것이고 콩비지(담백)은 거의 콩비지로만 끓였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건강을 위한 식사였으므로 콩비지(담백)을 주문했다.
메뉴 끝에 원산지를 밝혀놓은 것은 좋은데 좌측에는 '가격 변동에 따라 수입산을 쓸 수도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쓰나마나한 문구다. 저 글을 안 써놓고 원산지 표기를 허위로 하면 불법인데, 저 글을 써놓아도 밝혀진 원산지의 재료를 쓰지 않으면 불법이기 때문이다. 쌀, 콩, 김치, 된장, 고추장을 수입산을 쓰는 한 무슨 경우든 불법이다. 저런 문구를 붙여놓은 것을 보아 때때로 수입산을 쓰는 것일 테다. '우리는 원산지 표기를 허위로 합니다'라고 광고를 하는 꼴이다.
기본찬의 구성인데, 특이하게 두부부침이 나온다. 계란을 입히지 않고 두부를 있는 그대로 식용유에 부친 것이다. 사실 이렇게 먹는 것도 맛있다. 두부 자체는 무슨 원산지의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 구성이면 무언가 건강한 식사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나는 두부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쁘진 않았다. 시금치 나물은 특이하게 들기름으로 무친 것 같았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계속 먹어보니 특이한 풍미가 느껴졌다.
콩비지(담백)이다. 평가할 것도 없이 콩비지 그 자체다. 파를 약간 썰어넣었고 새우젓으로 약간의 간을 한 것 외에는 거의 첨가된 것이 없다. 다양하게 양념을 해서 내놓는 것이면 콩비지의 보관 등에서 신경을 덜 써도 되는데, 이런 메뉴면 아무래도 콩비지의 보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맛이 가지 않은 상태에서 냉동보관 정도는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콩비지 그 자체에 가깝기 때문에 맛에 대해서는 평가할만한 것이 거의 없다. 그리고 어차피 콩비지이니까 양도 넉넉한 편이다. 새우젓의 원산지와 뚝배기의 위생상태 정도가 좀 걱정됐지만 확인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입구에 이런 것이 있어서 신기해서 찍었다. 보통 비위생적인 커피자판기 같은 것이 놓여있기 마련인데 나름 커피와 차를 마시기 위한 적절한 도구들이 갖추어져 있어서 놀랐다. 실제로 손님이 먹을 수 있는 것은 커피메이커의 원두커피 정도이겠지만 그라인더까지 갖추어져 있는 것을 보며 뭔가 주인이 차를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원산지 표기 문제에서 걸리는 것이 없었으면 굳이 부정적으로 평가할만한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쨌든 죄가 없다고까지는 할 수 없는 정도였던 것 같다.
주소는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39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