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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이상한 모자

2011.12.05 03:12

제가 계속 강조하는 것은 그 논쟁을 이렇게 단순하게 바라보면 안된다는 겁니다.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가슴이 터질 것 같네요. 답답해서.. 당의 중앙집권적 원칙에 따라 당 사업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고 분트가 자기들 마음대로 하겠다고 해도 그것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마르토프의 안이고 그것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레닌의 안입니다. 즉, 당의 사업이 집행되지 않고 '부르주아 인텔리겐챠'라고 레닌이 표현하는, 말만 무성하고 실제 혁명 사업을 집행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혼란스러움이 가증되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논쟁이 규약1조 논쟁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당원 개개인의 '머리'를 세뇌해서 '이념적 결사체'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해서 해소되는 문제가 아니라 당 조직 자체를 당 사업이 실제로 집행되고 당의 기초조직이 이것을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였고, 이것이 그대로 반영된 논쟁이 분트에 관한 논쟁과 규약1조에 대한 논쟁이었다는 말입니다. 이 얘기가 어렵나요???

논쟁의 맥락이 이런 것이었는데 이 논쟁을 가져다가 레닌이 사용한 '레토릭'만 가지고 갑자기 진보신당을 강력한 이념적 결사체로 만들자고 하니까 황당한거지요. 아니, 강력한 이념적 결사체를 만들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레닌과 마르토프의 논쟁은 그 예에 적절치 않다는게 제가 누차, 누차, 누차 강조하는 얘기의 핵심입니다. 그렇게 함부로 가져다가 붙이면 스탈린주의자들이 했던 오류를 그대로 저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제가 충심을 다해 얘기하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사노위의 조직체계가 레닌주의적 조직론에 입각한 것이라고 보는 것도 제 입장에선 황당한건 마찬가진데, 이 얘기 구체적으로 하기 시작하면 사노위의 누구 누구 트집잡는 얘기가 되니까 이건 관두고요.

민주노총 얘기, 분트랑 연결지어서 다시 생각해보세요. 규약의 문구 그 자체로 마르토프와 레닌 안의 취지를 정확하게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2차 당대회 전체 맥락에서 중요하게 촉발됐던 갈등 중 하나였던 분트 문제를 보라는 것입니다. 마르토프였다면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를 선언하였다는 것을 당의 지도를 받겠다는 결정으로 간주하고 민주노총이 갖고있는 80만 조합원에 대한 대표권을 부여하였을 것입니다. 레닌이었다면 민주노총이 당 내 부문위원회의 자격과 위상을 갖는 조직으로 정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일은 없고 결국 당원가입원서를 쓴 사람에게 당원으로서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겠죠. 그리고 민주노총은 당에 대한 의결권은 행사하고 싶지만 자기들이 필요하지 않을 때에는 자신들의 배타적 지지 방침을 지렛대로 당론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 마르토프의 안을 지지하였을 것입니다. 바로 이 구조가 분트 논란과 같다는 것입니다. 이 얘기도 그렇게 어려운 얘긴가요???

마지막으로 선진노동자 얘기. 그 얘기는 지금까지 우리 운동권들이 전위정당론을 스탈린주의적 버전으로 오용하여 생긴 오류를 바로잡자고 주장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2) 가능한 한 다양하고 광범한 노동자 조직' 이라는 문구에 덧붙여진 조건 등에 주목하세요. 더불어 당시의 시대적 상황 - 실질적으로 정치적 지향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광범한' 노동자 조직에 속할 수 밖에 없었던 바로 그 상황! - 을 고려해서 생각하세요. 이 얘기를 진보신당의 당원이 집회에 안 나와도 당권이 있다는 얘기랑 연결시키면 그게 말이 됩니까? 구석기 시대에 돌을 그냥 주워서 만든 돌도끼랑 도구를 이용해 돌을 갈아서 만든 돌도끼 얘길 하면서 누가 도구의 사용에 의한 역사적 진보를 말하는데, 거기다 대고 '돌을 갈아서 만드는게 왜 진보냐?' 라고 물으면 대화가 될까요??

제 생각에 이 덧글을 읽고 또 님은 똑같은 말씀을 되풀이 하실 것 같아요. 계속 그러시면 저도 똑같은 말을 또 해야 되고 그럼 낭비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 얘기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려면 아예 언제 독서모임 같은걸 해서 레닌 세미나라도 하는게 맞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입니다. 제가 지금 뭔 원고를 쓰다가 이걸 봐서 갑자기 막 달았는데.. 지금 저도 정신이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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