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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밴드

기타 조회 수 681 추천 수 0 2013.05.27 01:27:38
밴드를 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표현을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은 말과 글이다. 하지만 말과 글은 사회적 차원의 어떤 약속을 전제한 도구이기 때문에 감정의 동물인 인간의 마음에 잘 스며들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더 잘 전하기 위해 그림도 그리고, 영화도 찍고, 음악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현대적 형태의 밴드는 비교적 완전한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단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포크나 아카펠라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리듬, 화성, 멜로디라는 서양 음악의 기본 구성의 재현을 말하는 것이다.

하여튼, 그래서 뭔가 말하고 싶은 걸 가진 그 누구라도 밴드를 할 수 있고 그걸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저렴한 악기가 생산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으면 좋겠고, 홈 레코딩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기술이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물론 근 10년 간 이 방면에서 그야말로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 이제 데스크탑 PC와 오디오인터페이스 등의 주변기기만 있으면 어느 정도 지식을 갖춘 사람들은 쉽게 자신만의 음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음악을 만든다고 할 때 신경쓰게 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어떤 형식을 취할 것인가와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건 결국 음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형식으로서는 단순함, 내용으로서는 아이러니를 말하려고 노력해왔다. 형식의 단순함은 대중음악의 본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잘 알아들어야 한다거나 편하게 들리도록 해야 한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대중음악은 대중을 위한 음악이기도 하지만 결국 대중에 의해 만들어지는 음악이기도 하다. 그걸 구현하는 건 간단한 몇 가지 코드의 반복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세계 유수의 밴드들이 다들 이렇게 해왔기 때문에 이제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음악은 일정한 한계에 부딪쳤다. 그리고 그걸 돌파하는 게 프로페셔널들의 임무일 것이다.

아이러니는 솔직함의 다른 표현이다. 기쁨 속에도 늘 슬픔이 있고 슬픔 속에도 늘 기쁨이 있다. 전적인 기쁨과 전적인 슬픔은 개인적 감상 속에만 있다. 최대한 남을 기만하지 말아보자는 그런 생각을 갖고 접근해보려고 한다.

근래에 이런 저런 인디 밴드들의 긍정적 시도가 많이 있었다. 이게 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밴드를 하고 싶다는 열망을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 것 같다. 표현의 범위를 넓히고 듣는 사람이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하려면 기술적인 측면도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소위 말하는 '실력'이라는 것이다. 많은 스케일을 알아야 하고 화려한 즉흥 연주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적어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확한 음을 내며 전체적인 박자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여야 하고 악기의 소리 하나 하나도 듣기 좋게 해야 한다. 실수를 하더라도 순식간에 정해진 틀 안으로 복귀할 수 있는 센스도 갖춰야 한다.

이건 참 어려운 얘기다. 거기에 개인의 악기 다루는 능력도 중요한 것이지만 모든 구성원들이 호흡을 맞춰 합주가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매우 필요하다. 아마추어 밴드의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서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루 이틀 사이에 되는 게 아니다. 따라서 무엇이든 만만히 보고 접근하면 안 된다. 자신이 음악의 천재가 아닌 이상 자기 파트에 대한 최소한의 장인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7월에 공연을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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