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서 밥을 얻어먹을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 양반이 무슨 한약을 먹고 있어서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먹지 못하고 자극적인 음식도 먹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샤브샤브라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이 집에 가게 됐다.
간판에는 샤브샤브가 맛있는 집이라는 것을 자칭하고 있다. '스페셜 모듬샤브'의 컨셉 사진을 크게 실어놓고 있으니 이게 가장 뭔가가 많이 나오는 메뉴인 것이다.
가격은 전형적인 저가형 샤브샤브집의 정도이다. 주로 쇠고기, 야채, 버섯의 구성인데 왼쪽의 메뉴를 보면 육수를 특이한 것으로 구성해서 만드는 메뉴가 있는 모양이다. 샤브샤브인데 육수가 뭐 어떻든 무슨 상관인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샤브샤브를 먹을 때 이 장면에서 깊은 상념에 빠진다. 샤브샤브를 먹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과연, 그것은 무엇인가? 이 육수는 무엇인가? 무엇으로 만들었는가? 사람 키만한 솥에서 쇠고기 육수를 우려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다시마 등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아마 조미료와 소금 등의 조합일 것이다.
뭐라고 설명하기 뭐한 물김치와 양배추 샐러드이다. 물김치는 뭐 딱히 평가할 말이 없고 양배추 샐러드의 드레싱은 노랗다. 머스타드가 들어간 드레싱이다.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 할 지 잘 모르겠다. 파슬리가 뿌려져 있는 점이 이채롭다. 무엇을 위한 파슬리일까?
살사소스와 간장소스이다. 기름장으로 순간 착각했다. 과거에는 소위 참깨소스가 유행한 때도 있었는데 요즘 일반적인 샤브샤브집에서는 이렇게 두 종의 소스를 주는 것 같다. 간장의 농도가 엷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샤브샤브라는 것이 전통은 과거에 있지만 결국 현대적으로 변형한 요리이기 때문에 어떻게 먹든지 사실 상관없는 것이기도 하니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다.
이 광경을 보고 알 수 있는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이 가게에는 바퀴벌레가 산다. 둘째, 그래도 식당 주인은 바퀴벌레를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고 부정적인 부분도 있는데, 저 물건으로는 역부족일 것이다. 차라리 돈을 들여서 세스코 멤버스 같은 것에 가입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다.
그래도 일인당 만원인 버섯샤브샤브를 시켰다.팽이, 느타리, 새송이 등의 버섯이 있고 숙주나물과 배추 등의 푸성귀가 나온다. 죽을 만들기 위한 밥이 저 위에 보이고 기름이 별로 없는 부위의, 아마 등급도 낮아 원가가 저렴할, 얇게 썬 냉동 쇠고기가 나온다. 국수를 만들기 위한 면은 특이하게 주황색과 녹색으로 되어 있다. 작은 만두는 노랗다. 왜 이래야 하는지 모르겠다. 면이 그냥 하얀색이면 안 되나? 보통 이런 면은 주황색의 경우 당근즙을 넣었고 초록색의 경우 녹차 등을 넣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뭘 넣었는지 대체 알 게 뭔가?
육수에 숙주나물과 야채를 넣은 후 쇠고기를 담궜다가 건져서 데쳐진 야채와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일 것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재료를 재활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샤브샤브란 음식에는 뭔가 눈 앞에서 재료를 조리해서 먹는다는 그런 재미가 있는 셈이다.
다 먹고 나면 이렇게 죽을 만든다. 왜 그러는지 잘 이해는 안 된다. 밥을 먹고 싶은 마음과 뭔가 눈 앞에 국물이 있다 라는 것이 합쳐져서 이런 음식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죽이라고 해도 신경을 써서 잘 쑨 죽이 아니라 그냥 밥과 다진 야채, 계란을 넣고 남은 국물에 적당히 끓인 것이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몸이 좋지 않으신 분과 하는 식사이니 죽이 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샤브샤브가 고급음식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많이 대중화 됐다. 하지만 본래 샤브샤브의 유래라는 것은 그냥 막 먹는 것이다. 도구가 변변찮을때 그냥 끓는 물에 각종 야채와 고기를 데워 먹던 데에서 유래한 요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막 먹으면 된다. 막 먹는 것이니 퀄리티가 이러니 저러니 따지는 것도 좀 창피하다. 최근 식자재 원가를 고려하면 가격의 수준도 나름 합리적인 데가 있었다.
하지만 법의 세계는 냉정한 것. 당연히 여기도 유죄다.
주소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346-46이다.
흑.. 냉정한 법의 세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