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사람들은 정말로 어려운 글을 싫어하고 쉬운 글을 좋아하는가? 내 경험에 한정지어 말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어려운 글이 자신을 편들어주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비난하는 글쓰기의 어려움도 내용의 어려움이라기 보다는 ‘누구 편을 드는지를 파악하기 힘든 어려움’이 아니었던가 한다. 가령 ‘이 글은 노무현을 찬양하기 위한 글입니다.’라고 천명하고 시작한다면 어떤 어려운 철학자나 정치학자의 말이 나와도 이해(?)받기는 어렵지 않다. 정치학자들이 쓸모없는 것들로 격하되는 경우는 그들이 민주주의에 관한 이론을 끌어들여 참여정부를 비판했을 때 뿐이다.
지식인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주장하는 것처럼, 세상은 단순하고, 복잡한 건 지식인들의 말밖에 없고, 알아야 하는 모든 것들은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미네르바에 대한 열광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자그니는 소넷 등과의 논쟁에서 미네르바 현상을 해석할 수 있는 아주 적확한 어휘를 만들어냈다. ‘우리편 전문가’라는 단어 말이다. 대중이 원하는 것은 우리편임이 확실하며, 뭔가 내가 모르는 맥락으로 상대편의 기를 죽이는 사람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리편 전문가’에 대한 열광이 ‘딸딸이’ 이상의 의미를 지니려면, 적어도 전문가는 존재해야 한다. 즉 대중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도 무의미한 소리가 아니라 맥락이 존재하며, 수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이며, 세상의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라야 한다. 근데 만일 전문가의 지식이 그런 것이라면 그가 내리는 결론이 한 정파의 입장과 온전히 포개질 수는 없을 거다. 만일 어떤 전문가가 ‘우리편 전문가’가 되어 우리편의 입장만을 대변한다 생각해보라. 그의 ‘판단’이 전문가의 판단이라고 믿기는 좀 미심쩍지 않을까? 사실 그는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있으며, 자신이 내뱉는 말에 별도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내세우고 치장하고 권위의 도구만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념어들을 내뱉는 것이 아닐까?
즉 사람들이 사랑하는 ‘우리편 전문가’는 실은 사람들이 경멸해 마지않는 바로 그 ‘지식인’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경멸하는 것은 그 자신의 모습일 뿐, 실제의 지식인은 아니다. 한국인들의 인식체계에는 지식인들이 뭐하는 종자인지에 대한 고려 자체가 없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지식인들은 철저하게 무력하다고 봐야 할 거다. 그리고 그 무력함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우리편 전문가’를 사랑하는 이들에 의해 “자신을 내세우고 치장하고 권위의 도구만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념어들을 내뱉는” 타락한 지식인으로 규탄받는다.
저는 검찰 발표를 지식인들마저도 너무 곧이곧대로 믿는 것을 보고 저는 좀 놀랐어요…
부엉이
문제는 지식인이 그런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라, 그런 지식인을 경원하는 대중의 로망이 '우리편 전문가'로 가 있을 때 어떻게 되느냐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중은 우리편 전문가를 갈구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를 말로 풀어보면, 그들이 싫어하는, 그리고 싫어해야 마땅하는 진영논리의 화신에 불구하거든요. 그러므로 우리편 전문가의 잣대로 지식인을 비판해서는 지식인들을 활용할 방도가 안 생긴다는 것이 제 말의 요지였습니다. 오히려 대중이 지식인을 아무리 싫어해도 지식인은 개선되지 않고 사이비들이 활보하게 되는 거죠.
즉,지식인들과 대중들,모두 서로 아쉬울때만 이용해먹는 방식이 깨지지 않으면 이 바닥은 계속 그렇게 간다고 봐야겠죠.한윤형님은 타겟을 대중들쪽으로 잡았다고 보고 부엉이님은 지식인들쪽으로 타겟을 잡았다고 보는데 제 말이 맞는지요?
예. 그것은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지식인 일반을 옹호한다거나, 그들이 잘 하고 있다고 말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근데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대중을 이용한다기보다는 대중을 안 만나려고 한다고 보구요. 그런 식으로 스스로 무력해지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그리고 대중과 만나게 된 지식인들이 균형을 잡는 문제는 참 어렵습니다. 일단 매체 자체가 진영논리에 따라 지식인을 호출합니다. 지식인-언론-담론 소비자 모두 정신을 챙겨야 하는 문제인데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지식인과 언론이 모두 기득권이라면 당연히 변화의 키포인트는 담론 소비자의 변화에 있지 않을까 싶네요...
박노자님 글은 링크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자세한 얘기를 해 봐야 소용이 없을 듯해서 일반론만 말씀드렸어요. 증거를 쥔 사람들이 나름대로 작전을 짜 가면서 작은 것부터 조금씩 내놓는 듯하니 아직은 기다려야 할 듯해요. 저도 '구경꾼'일 뿐이라 함부로 얘기하긴 어렵네요.
변호를 좀 해본다면..
제가 소개한 '카더라 통신'은 그야말로 '카더라'일 뿐이지만, 미네르바가 폭로한 정보가 "보좌관 정도나 되야 알법한 정보"인지 아닌지는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미네르바 아이디 및 아이피로 올라온 글 모두 백업되어 있고 관련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고 정보 가치를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1차 소스를 누구나 볼 수 있는 마당에 '풍문'이라 하시면 안 되지요. 함부로 단정 짓지 마시고 어떤 게 논리적인 태도인지 생각 좀 해보시죠. 한윤형씨는 적어도 자신이 모르는 것은 그대로 인정하시니 말이라도 해보는데 이런 식으로 꼬투리나 잡는 사람이 있으니 아예 자세한 얘기는 안 하려는 겁니다.
그리고 미네르바가 뭔가를 알고 있었을 거라는 추측은, 사실 검찰이 그를 두려워하여 심각하게 다룬 상황과도 연결되어 있을 테지만 (이전에도 그렇게 썼습니다.) 실제로 그의 정보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입수할 수 있느냐는 것은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미네르바 체포 이전에는 엄청난 고급 정보라고 하더니 체포 이후에는 짜집지만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였다고 하더군요. (비단 조중동만 그랬던 게 아닙니다.)
어떤 기사에서, 미네르바가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유료회원이었다면 모든 것이 설명되지만, 당시엔 보고서 열람료가 비쌌기 때문에 박대성씨가 회원이었던 것 같지도 않다, 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P.S 그리고 링크하신 박노자 님 글은, 충분히 할 수 있는, 평균적인 비평이라 생각합니다. 이건 음모론이나 카더라 수준의 얘기가 아니죠.
변호를 좀 해본다면..
이상하게 흥분하시네요. 미네르바의 정보가 보좌관 정도나 되야 알법한 고급정보인지 아닌지는 물론 검증 가능하겠습니다만, 저는 단지 그것이 검증되지 않았으며 님 또한 그 정보를 '풍문'의 형태로만 언급하고 있기에 드린 말씀입니다. 문제는 누구라도 1차 소스를 볼 수 있고 정보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마당에 여전히 그것을 풍문이나 전설의 형태로밖에 전하지 못하는 사태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저는 단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직관에 기반한 판단을 내리고 있을 따름이며, 그 직관의 근거는 1.자취방에서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고급정보가 아니다. 2.박대성씨의 신상을 감안해볼 때 다른 루트를 통해 고급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도 낮다. 3.공신력 있는 어떤 기관이나 매체에서도 그 '폭로'라는 것을 다루지 않았다, 정도입니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저는 주로 2차 자료를 통해 사태를 파악하고 사건의 경중을 가늠하는데, 여기서 필요한 건 논리적 태도가 아니라 정보를 받아들이는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요? 그리고 님이 말하는 폭로가 본질이 될 수 있는 건 실제로 그 폭로가 증명되고 사회적으로 비중있게 다루어진 이후의 일입니다. 김용철 변호사를 언급하셨는데, 제가 눈여겨보는 폭로는 그와 같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공개적으로 출처와 경위가 확실한 물증을 제시한 경우입니다. 여기서 두고보자는 말 외에 제가 또 어떤 말을 들을 수 있을까요?
부엉이
그게 어느 정도 '죄'가 되는지는 법리적인 영역이 되겠으나, 여하간 '예측'을 '폭로'로 조금씩 더 가져갈 수록 책임져야 할 부분이 훨씬 더 커지죠. 근데 전후맥락을 볼 때 미네르바가 김용철 변호사처럼 무언가를 실제로 들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 귀족들이 부정하단 얘기는 셜록 홈즈 시리즈를 봐도 나오지만, 대충 상류사회 속성에 비추어 때려맞춘 거지 코난 도일이 무언가 근거를 가지고 폭로를 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미네르바의 글은 아마도 2)에 해당할 문제를 3) 진상을 알게 된 자신이 '폭로'한 문제로 기술했던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그걸 '폭로'가 아니라고 보았던 것이구요. 그 부분은 예전에 제가 미네르바 사건에 대해 얘기했던 논지와 벗어나기는커녕 정확히 일치하는 것입니다.
"상위 1%, 혹은 0.1%에 해당하는, 국가 정책과 시장의 자금흐름의 동향에 기민한 (그러니까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는) 어떤 사람은 이명박 정부가 대한민국을 붕괴시키고 있다는 시나리오를 폭로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미네르바다."라는 것이죠.
사실 말씀하신 부분은 미네르바의 강점이 아니라 약점입니다. 왜냐하면 그건 예측이나 추측이 아니라 작문에 해당하거든요. (그게 법적 처벌의 대상인지에 대한 판단은 따로 하더라도) 아마 그 주장은 자연스럽게 박대성씨가 미네르바일 리가 없다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식으로 사태를 바라보려는 시각이 비본질적이라고 말한 겁니다. 김용철 변호사와 같은 내부고발자가 실제로 나왔던 것은 아니니까요. 설령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 지도 모른다는 추측과 미네르바의 작업의 본질이 폭로였다는 주장은 별개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