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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풍자와 해학 - 비판적 노빠의 '정치'

조회 수 1205 추천 수 0 2004.12.17 15:11:00
애쓴다.;; 실명으로 폴리티즌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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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광신적 노빠에 비해 소위 '비판적 노빠'들에 대해서는 관대한 평가를 내리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열린우리당에 함몰되지 않은 진짜 '개혁정치'의 지지자이며, 따라서 존중되어야할 뿐 아니라 잠재적인 민주노동당의 우군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지지'보다도 '비판'이 '노빠'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징후라고 생각해 왔다. 그들은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을 너무나 쉽게 구별한다. 그들에겐 열린우리당 비판조차도 노무현을 지키기 위한 알리바이다. 그리고 대자보 편집국장이라는 권순옥씨가 실토한 바와 같이, '반공노빠'를 질타하는 소위 '비판적 노빠'들도 민주노동당을 얼치기 보이스카웃으로 본다는 점에선 '반공노빠'와 차이도 없다.

오늘 나는 광신노빠의 소굴 서프라이즈에서 쫓겨난, 자칭 '사회원로' 공희준씨의 글을 미디어몹에서 읽었다. 읽고 난 심경은 물론 한심하다는 것이다. "비판했으면 됐지."라고 말할 분들을 위해 말한다. 비판은 그냥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했느냐가 문제다. 그게 아니라면, 실컷 어머니 국민에게 회초리를 맞은 다음에 "그래도 너만한 아들이 없지..."라는 어머니 국민의 나레이션을 내보내는 한나라당의 CF 역시 한나라당의 절절한 자기성찰을 담고 있는 것일 게다.

내가 공희준씨의 글에 들이대는 잣대는 과거 진중권이 배칠수의 '엽기 김대중'을 비판했을 때 쓰던 잣대다. 요약하자면 당시 진중권은, " '엽기 김대중'은 풍자의 대상이 될 김대중을 해학을 통해 보호했다."고 주장했다. 고물 비행기 F18을 사기로 했다면 한국 정부의 책임이다. 그러나 배칠수의 유머는 김대중이 부시에게 전화를 걸어 호통치는 상황을 유머러스에게 묘사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며 '김대중'이 아닌 '부시'를 사태의 주범으로 만든다.

방금 미디어몹 메인에 오른 "홍석현은 노무현의 이인제인가."라는 글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공희준씨는 참여정부를 질타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풍자가 아니라 해학이다.

"네티즌들의 반응에 재치가 번득인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주일대사로 마저 임명해 수구기득권세력의 대표선수인 족벌언론 오너들을 도매금으로 처리하라는 주문이다. 어디 중앙 홍회장과 조선 방사장뿐이랴. 이왕 칼을 뺀 김에 소위 비판언론의 오너들을 주변 4강외교의 선봉에 앞세워야 한다.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은 주중대사로, 윤세영 SBS 회장은 주러시아 대사로."

여기서는 진보누리의 예루리가 분석한, 사실 누구나가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이번 일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삼성과 노무현 정권 양측에서 치밀한 계산과 조율 끝에 이루어진 결과라는 인식 자체가 빠져 있다. 아예 생각하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공희준씨에게 이 사건은 YS류의 깜짝쇼로, 이벤트로, 노무현 정권의 '실수'로 취급된다. 그래서 노무현 정권, 언론개혁을 위해 사주들을 엿먹이기로 작정했다고 치고 그 '실수', 와장창 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에 대해 자조적인 서술이 이어진다. 이 '해학' 속에서 노무현 정권이라는 행위의 주체는 뒤로 숨는다.

저 글에는 '분석'이 없다. 노무현 정권과 삼성이 어떤 공통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그래서 앞으로의 전망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반공노빠'에 밀려난 '비판노빠'의 푸념 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서민의 대변자' 노무현은 실존했던가? 헛다리를 짚은 건 '반공노빠'들이 아니라 공희준씨 본인이 아닐까?

나는 노무현 정권의 이번 인사조치를 그다지 비판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삼성과 참여정부의 이해관계에 대한 예루리의 분석은 올바르고, 그 조치는 한국 경제를 불건전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의 정책은 원래 친기업적이고 반노동자적이다. 최근 2년간 한국사회의 문제는 그런데도 이른바 '수구세력'이 그저 '노무현이 미워서'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역시 정책과는 상관없이 노무현을 미워하는 세력들에게 '발끈해서' 나라를 더 시끄럽게 만들었다. 특히 자본가들은 아예 투자를 하지 않는 이른바 '자본파업'을 해왔다. 자,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찌 해야 할까?

나는 시끄러운 것, 그러니까 갈등과 투쟁, 국민분열 따위는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이라는 한국 보수세력의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민주주의가 뭔지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싸우려면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 노무현 정권의 문제의 핵심은 그 소란스러움에 어울리지 않는 개혁의 약소함에 있다. 김영삼 정권 초기처럼 아주 소란스러우면서 일을 팍팍 해 나가던가, 김대중 정권처럼 은근과 끈기로 찔끔찔끔 개혁을 추진한다면 그저 그 정도 의의가 있구나 하고 말겠는데, 온 세상을 뒤엎을 것처럼 소음을 내면서 하는 일은 찔끔찔끔이다.

'비판적 노빠'들의 생각은 이 딜레마를 열우당이 좀더 많은 개혁을 수행하면서 해결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생각은 아름답다. 하지만 이전부터 주욱 노무현 정권의 핵심인자들에게서 들리는 목소리는 그쪽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면 이제 노무현 정권에 대한 합리적인 요구는 무엇인가? 당신들, 그냥 김대중 정권 2기인 것을 인정하고 (솔직히 그만큼 하기도 쉽지 않다.) 좀 조용히 조용히 일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열우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바다. 왜냐하면 열우당처럼 노선도 비전도 없는 당은 싸워야만,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야만 지지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판적 노빠'는 괜히 4대 개혁 입법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열우당을 비난하지 말라. 민주노동당에게도 주문드린다. 그런 비난하지 말라.

열우당의 문제의 핵심은 4대 개혁 입법에 대한 의지의 실종이 아니다. 문제는 열우당이 4대 개혁 입법을 통과시킨 후에 할 '개혁'이 없다는 것이다.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끝없이 연기하는 거다. 그런데도 4대 개혁 입법을 같이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한심스럽다. 나는 이미 형법보완으로 너덜너덜해진 국가보안법보다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훨씬 더 '개혁'에 걸맞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왜 '개혁' 걱정하는 열우당은 꼭 4대 개혁입법을 종합선물 세트로 통과시키려고 드는가? 김대중의 충고처럼 지지가 높은 것부터 통과시키면 되지. 민주노동당은 허구의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자기 일을 하면서, 나중에 개혁법안이 국회에 상정되면 '찬성표'만 던지면 되는 것이다. (권순옥씨는 말 함부로 하시지 마시라. 당신의 견해는 민주노동당이 '반대표'를 던질 때에나 성립되는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노무현 정권의 선택은 그릇된 것이 아니다. 친자본적인 성격을 지닌 정권이 자본가 파업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상이 아니다. 상상적인 대립이 유물론을 압도한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시도는 이 유물론적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개혁'일 뿐이다. 삼성이 투자를 시작하고 다른 재벌들도 할 수 없이 투자를 시작하게 되면 수구언론이 목청높여 부르던 '경제위기'라는 것도 최소한 체감상으로는 한풀 꺾일 것이다. 일단 그것은 그 자체로도 괜찮다. 아무도 자본가 파업으로 무너진 아르헨티나를 바라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나라 거덜내기 전에 자신의 본성에 충실하게 행동해준 노무현 정권에게 차라리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를 통해 비로소 노무현 정권과 수구언론은 정당한 위치, 민주노동당의 주적의 위치를 공통적으로 확립하게 되는 것이다.  

잘못한 건 노무현 정권이 아니라 노빠들이다. 이 분들의 잘못은 조중동에서 중앙을 빼고 조동으로 해야 한다던 민언련의 현실인식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언론비평이 신문의 정책에 대한 태도가 아니라 행정부 수반에 대한 '예의'를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일보만큼 친재벌적 경제정책을 옹호한 신문도 없었는데, 주요 개혁입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신문도 없었는데, 단지 노무현의 심기를 덜 거슬렀다는 이유로 '착한 신문'으로 인정받았던 것이다. 노무현 정권과 중앙일보(삼성)이 만나게 된 이 지점은, 그러한 노빠들이 예측할 수 없었던 지점이다. 그것은 노무현의 실패가 아니라 노빠의 실패다. 제갈길을 가는 노무현과 어디로 갈지 모르는 노빠 사이의 괴리다.

그러므로 '비판적 노빠'들에게 말한다. 지금 당신들이 비판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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