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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폭행당직자 고발이 순리다

조회 수 944 추천 수 0 2004.09.01 14:42:00
이건 뭐 그냥 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 관련된 짧은 글 하나를 덧붙였다. 이 일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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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 두 명의 남성당직자가 한 명의 여성당직자를 폭행한 사건 말이다. 사건을 설명할 때 '취중에' 따위의 수식어는 안 붙였으면 좋겠다. 그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것이니까. 중요한 건 사람을 때렸다는 것이지 왜 때렸냐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맞을 놈이 존재한다면 "네가 맞을 짓 했다."며 주먹을 쳐드는 그 놈이다. 주먹에 자신이 있거나 그것을 동경하는 분들은 좀 달리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진보정당의 당원이나 지지자라면 저 점에 있어서 합의가 되어 있어야 된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서술하라느니, 피해자 여성의 행위가 어떠했는지를 알고 싶다느니 따위의 소리를 하는 분들은 몽땅한 좆잡고 반성하길 바란다. 그따위 관음증은 연예인들에 투사하는 정도로 끝내야 건전한 시민이 된다. 그런 점에서 사건의 원인으로 해이된 활동기간과 잘못된 술문화 등을 언급한 민주노동당 징계위원회의 결정문도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런 세세한 얘기는 문제의 본질에 닿아 있지 않고, 오히려 본질을 흐리는 역할을 한다. 그건 마치 김선일 청문회가 끝나기 전까지는 정부가 무슨 짓 했는지 모르겠으니 노무현 욕하지 말라는 노빠들의 '하이퍼 리얼리즘'과 동일한 것이다.


이 사건은 민주노동당 외부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운동권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덧붙어서, 소위 '진보'를 칭하는 이들도 나이 서열관계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는 그 점은 조금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소위 '운동권 문화'라는 것에 부정적인 부분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소위 '시민'이란 것들이 경기를 일으키는 그 수준으로 그것이 부정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리고 운동권 출신들은 각 정당으로 골고루 들어갔기 때문에, 가끔씩 하는 짓들을 보면 운동권에서 '수혈받은' 또라이 짓을 다른 정당들 역시 충실하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을 '대표 운동권'으로 인정(?)해주는 작태가 신경질이 안 나는 바도 아니다. 나의 경우는 인터넷으로 사람을 사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에서 나이서열관계를 느끼는 일이 많지는 않았다. 그 점에 있어 민주노동당은 다른 집단보다 특별히 낫지도 않고, 그렇다고 못하지도 않다. 따라서 나는 두 당직자가 민주노동당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바가 없으며, 그들 개인의 또라이성을 보여주거나 혹은 그들이 생활해온 생활환경의 또라이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후자에 집착하여 이 문제를 특정정파의 문제로 치환하려는 분들이 있는데,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이 또라이든 소수집단이 또라이든 잘못을 한 이는 처벌을 받으면 된다가 정답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당내에서 정치적으로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바로 이 사건을 민주노동당의 문화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만들고 있다. 징계위원회가 할 수 있는 것이 징계면직이고, 당기위원회가 할 수 있는 것이 출당조치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당 지도부는 뭘 하고 있단 말인가. 사무총장의 사과? 누가 무슨 잘못을 했기 때문에 누구에게 사과를 한다는 개념은 가지고 하는 짓인가? 상황이 불편하면 하는 것이 사과인가?


고발을 하지말고 당내에서 정치적으로 처리를 하자는 주장은, 이 사건의 책임을 민주노동당이 정치적으로 지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커밍아웃하는 것이다. 그것이 말이 된단 말인가.  


두 가지 반론이 가능할 것이다. 첫째는 당내의 다른 사건들은 당내정치로 해결했는데 왜 차별을 두냐는 반론이다. 그러나 당내의 다른 사건과 이 사건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전에 민주노동당에서 떠들썩했던 사건, 가령 황광우 사건이나 이영순 사건의 경우는 대한민국 법으로는 처벌받지도 못할 사건이었다. 만약 황광우를 성폭행범으로 고소한다면 보나마나 무죄판결 받고 정치적 면죄부를 받을 것이다. 역으로 피해자 여성이 명예훼손이라는 판결이 날지도 모른다. 이영순의 행위는 당기위에서 지적했듯 현행 법률은커녕 공무원 윤리규정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두 사람의 행위는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요구하는 가치의 최소한의 합의보다 더 많은 것을 합의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이 집단의 특수한 논리에 따라 처벌받은 것이다.


둘째는 자본주의 법논리의 처벌이론을 진보정당이 따르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교화와 교정을 통해 가해자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동당의 일부 당원들은 뭐 앞에다가 '자본주의'만 같다 붙이면 무조건 씹을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본주의'적 좆을 달고 다니는 마초 남성인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법이라고 해서 모두 부당하기만 하겠는가. 국가보안법이 부당하다고 해서 다른 모든 법이 부당하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가령 최근 뇌물을 받은 민주노동당 시의원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면 얼마나 웃기는 짬뽕이겠는가. 부당함을 논하려면 앞에다가 '자본주의'만 붙이지 말고 왜 부당한지를 설명해 보시라.


두 당직자의 행위는 특수폭행치상죄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폭행과는 달리 반의사불벌죄가 해당되지 않는 중범죄다. 그들이 처벌받지 않는 이유는 피의자의 의사에 반해서가 아니라, 아무도 고소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불합리한 상황이다. 이 불합리한 상황을 민주노동당은 추인하고,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두 명의 폭행범이 민주노동당의 무언가를 대변하고 있다고, 민주노동당이 뭔가 찔려서 이들을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사람들이 추측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폭행당직자는 고발하는 것이 순리다. 굳이 피해자가 직접 해야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자신의 정치적 올바름을 보여주려고 한다면, 그 고발은 민주노동당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그나마 정치적 불명예를 줄이는 길이 될 것이다. 최고위원회가 되었든 당기위가 되었든 여성위가 되었든 말이다. 쉬쉬하려다가 나중에 누군가의 고발로 그들이 처벌은 처벌대로 다 받으면 그 쪽팔림은 어찌할 작정인가. 민주노동당은 지금 누구를 위해 머뭇거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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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당직자 고발이 순리다]라는 글을 내 블로그에도 올려놓았다. 뭐 좋은 일이라고 그런데 올리냐고 핏대를 올릴 분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원칙적으로는 어떠한 정당이든 잘못한 일이 있을 때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도 당과 당원이 잘못에 대해 비판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더욱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여성분이 내 블로그 포스팅에 대한 트랙백을 걸어놓기를, "고발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남자직원에게 폭행을 당한 뒤 여직원 협의회에서도 회사에서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던 사적경험을 이야기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떤 말을 들려줘야 할 것인가? 지금의 사건은 현재진행형이기에, 나는 그러한 '말'에 대해 어떤 '대답'도 돌려줄 수 없었다.

"민주노동당도 조직인데, 회사와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느냐. 딴나라당보다 좀 나은 정도겠지. 여성당직자가 계속 일하고 싶다면 폭행 당직자들을 어찌 일벌백계할 수 있겠느냐."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대중들의 우려에 대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폭행당직자들은 일단 면직이 된 상태이니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조금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들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다 졌다고 볼 수 있겠는가? 민주노동당은 고발이나, 그게 아니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들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애초부터 그런 일은 꿈도 꿀 수 없는 집단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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