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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박용진 대의원께 질의합니다.

조회 수 953 추천 수 0 2004.06.30 23:07:00
이것이 김선일 씨 사건 국면에서, 대통령 탄핵을 주장한 어느 인터넷 글쟁이의 마지막 러시였다. 박용진 대의원은 답변하지 않았다. 그가 이 글을 보았다는 건 사적인 루트를 통해 확실히 확인했다. 몇달 후, 진보누리 송년회 모임에서인가 그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나는 굳이 이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글이 내 마지막 기력이었고, 나는 내가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한 후 마음편히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사건을 계기로 민주노동당과 진보누리에 대한 애정을 버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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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중앙위원 결의문과 박용진 동지의 제안글을 함께 읽었습니다. 두 글 모두 같은 정세인식을 담고 있지만, 결의의 수위는 달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중앙위원 결의문보다는 박용진 동지의 제안글을 훨씬 더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박용진 동지의 제안글이 짚어내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저의 소견을 간략히 밝히고 동지의 답변을 기대합니다.


1) 저는 김선일씨 피랍살해사건과 이라크 파병강행은 별도로 분리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라크 파병강행 역시 “침략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에 위배되는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16대 국회의원들은 그것이 침략전쟁이 아니라는 잘못된 인식하에서 파병에 동의했으므로, 그것이 절차적으로도 위헌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경우 우리의 투쟁은 헌법수호 투쟁이 아니라 정세인식에 관한 투쟁이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정책적인 투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김선일씨 사건은 다릅니다. 이 사건은 박용진 동지의 제안글이나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결의문에서도 지적하듯, 국가에 의한 선행살인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이라크 테러범들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예정된 시한을 18시간이나 거슬러서 “파병재확인” 입장을 밝힐 때에, 김선일씨는 이미 살해된 것입니다. 이는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을 뒷받침하는, 국가와 개인 간의 선험적인 사회계약에 대한 의도적인 위반으로, 이러한 행위를 저지른 정권이 더 이상 통치의 정당성을 가지지 못함은 충분히 증명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 동지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선일씨 사건이 이라크 파병건과 어느 정도 분리가 가능하고, 또한 그렇기에 별도의 방법을 통해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있으십니까?


2) 저는 이 경우 김선일씨 피랍살해사건에 대한 책임묻기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귀착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헌법의 기본을 위반한 대통령을 헌법에 의거해 단죄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고, 책임여부를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합니다. 퇴진 즉 ‘물러나라’는 구호는 너는 더 이상 잘할 가능성이 없으니 그만 내려오라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필요한 것은 노무현의 낙마가 아니라 노무현의 책임입니다. 그 책임을 탄핵으로 대신하라는 뜻에서 탄핵은 퇴진보다 당위적으로 정당합니다.

‘퇴진’ 구호는 비록 민주노동당의 투쟁에서는 아닐지라도 그간 여러 투쟁에서 관성적으로 사용되어 왔으므로,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요식행위’로 이해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의회에 진출해 의회정치를 실천해야 할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의회의 제도를 투쟁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시민들은 이미 탄핵 정국을 현실적으로 겪었으며, 누구 문제가 있는 사람 있으면 “탄핵시켜야 한다.”는 농담을 할 만큼 탄핵을 실제적인 책임추궁의 의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 역시 민주노동당 의원만으로는 탄핵 발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이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감임을 천명한다는 것, 그리고 탄핵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천명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당원의 투쟁역량을 집결한다는 것입니다. 형식적 불가능함으로 따지자면 퇴진 구호도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퇴진을 행위할 수 있는 위인은 노무현 본인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며, 그 요구가 투쟁입니다. 따라서 탄핵 역시 퇴진과 마찬가지로 실제적인 투쟁이며, 그 효과는 더욱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당게 일부에서는 탄핵은 가능하지 않다는 패배주의적인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중 일부는 더 많은 희생이 나온 후에 정권을 흔드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그야말로 인간의 목숨을 사물화시키고 수단화시키는 주장을 거리낌없이 개진합니다. 저는 김선일씨 피랍살해사건에 대한 투쟁이 이러한 정치공학에 가로막힐 만큼 사소한 사건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박용진 동지의 결의안 역시 김선일씨 사건에 대한 책임추궁보다는 이라크 파병 문제에 치우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정치투쟁에 한 개인의 권리가 묻혀버리는 것으로, 도의적으로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선일씨 사건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탄핵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저의 주장에 대한 동지의 생각은 어떠한지요?


동지의 조속한 답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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