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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백색의 진중권

조회 수 1081 추천 수 0 2008.03.22 16:49:29


피터팬 진중권



진중권이 돌아왔다. 세기말의 명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에서 선보였던 그 발랄한 문체를 되찾았다. '회색의 진중권'에 이어 나타난 '백색의 진중권'이다. 이명박 시대에 뭔가 더 좋아진 것을 굳이 열가지쯤 꼽아야 한다면, (열 개나 꼽힐까?) 그중 첫번째나 두번째를 차지할 일이다. 얼마전에 중앙대 출신들을 만나 술을 마셨는데, 그들은 이명박과 절친한 박범훈 중앙대 총장이 언제까지 진중권을 용인할지에 대해 무척 궁금해 하고 있었다. 나도 궁금하다.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중앙대는 진중권은 자를 수가 없다. 진중권은 중앙대 겸임교수에서 해임되어도 별 타격이 없다. 그의 네임벨류는 이미 독자적이고, 금전적인 타격도 별로 크지 않다. (꽤 오래전에 진중권 본인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겸임교수 월급이 따로 있는게 아니고 다만 강의료를 시간강사 기준의 두 배로 책정해서 줄 뿐이라 한다.) 반면 중앙대가 입을 손실은 명백하다. 진중권의 강의는 중앙대에서 굉장히 인기가 높다고 한다. 게다가 그런 손실과 별개로, 진중권이 해임된다면 그 사건 자체가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총장은 쪽이 팔릴 것이고, 진중권의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일은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지만, 요즘 세상이 합리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레벨에서 놀고 있으니 또 모르는 일이다. 자를 수도 없는데, 그냥 놔두기는 너무 괴로운 사람. 진중권은 진짜로 '조커'가 되었다.


진중권이 박사학위만 있었더라면 교수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진중권은 의지만 있다면 지금도 박사학위를 딸 수 있을 것이다. 학교측에서 그에게 박사과정을 밟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진중권 본인이 그 제안을 탐탁찮게 생각했는데, 왜냐하면 그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가르침을 내려줄만한 교수를 찾기가 힘들고, 그런 교수가 없는데도 형식적으로 학비를 납부하고 학위를 받는 것은 뭔가 찜찜하다는 것이다. 본인 말로는 비싼 학비가 아까워서라고 하는데, 모두들 교수가 되고 싶어하는 세태를 생각하면 이건 곤조라고 봐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택광 선배의 경우는 이러한 상황 자체도 진중권이 '피터팬'이라서 그렇다고 해석하고 있다. 나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올해 46세의 '진중권 선생님' (사석에서도 이렇게 불러본 적 한번도 없다. -_-;;; 인터넷에서 만난 사이다보니...쿨럭;;)이 이렇게 젊게 살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놀랍고 부러운 일이다.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멋있는 어른'이라니. 나같은 사람은 이런 식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정말 멋지다.





P.S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친구들이 짜증이 나는 이유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세 때문인데, 그에 비하면 진중권은 '무한책임 소년'이라 불릴 만하다.
 


여울바람

2008.03.22 17:14:19
*.143.20.250

아..겸임교수의 위치가, 그런 미묘한 공학적(?)위치였군요.ㅋㅋ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멋있는 어른"
이라….
와우, 저의 관념의 벽(어른이 되기 싫어하거나, 멋있는 어른이거나)을 깨는 상큼함!+_+

hyun

2008.03.22 23:40:13
*.99.81.195

형식적인 학위에 목매지 않기 때문에 진중권일 수가 있는 것이고, 만일 그가 현실 운운하면서 그런 일을 하고도 지금과 같은 행위를 한다면 가짜죠.
그리고 왜 윤형 씨는 진중권처럼 살 수가 없을 거라고 하시나요. 물론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 말이라고 이해는 합니다만. 흔치 않지만 진중권씨 못지않게 저항하고 (그래서 그 모든 누릴 것들을 포기하고) 자유로우며 그리고 진정성을 가지고 사는 '한국'사람들 있습니다.

ㅎㅎ

2008.03.22 23:55:37
*.140.64.224

와우 입중권^^

생태도시

2008.03.23 00:54:01
*.15.72.125

항상 저런 부류의 사람들이 부러움. 세상이란 게 할 말 다하고 살기 쉽지 않은데 자리에 초연하면서 할 말 다하는 생활. 요게 가능하려면 비빌 언덕(실력)이 있어야 한다는거.

근데, 잘려도 금전적인 타격이 쉽지 않은 이유가 시간강사 보다 많은 강의료와는 상관없어 보입니다. 교수자리가 아닌 상태라도 금전적으로 그리 곤란하지 않을 수 있는건 시간강사보다 두 배의 강의료를 받기 때문에 괜찮다...라면 앞뒤 호응이 맞아 보입니다.

잘려도 금전적인 타격을 받지 않는 이유는 잘려도 인세가 있는데다가 다른 책을 내도 적정부수의 판매가 예상되고, 다른 학교에서 초빙할 수 있기 때문인 듯...정도가 앞뒤 호응이 맞아 보여요.

여튼 실력이 있는 사람이고 자신이 어떻게 하면 어떤 반응이 오는지 충분히 예상을 할 수 있는 사람, 진중권이 부럽군요.
어떤 면에선 할 말 다할 수 있는 사회보다 한국처럼 폭력적인 사회에서 할 말 다하는 게 오히려 발화자나 청자나 더 재밌는 것 같습니다.

Azure

2008.03.23 23:11:02
*.5.156.223

윤형씨는 "시간강사보다 두 배의 강의료를 받는 건 전체수입비중에서 그리 크지 않은 부분에 불과하다"라는 의미로 괄호 안의 문구를 집어넣은 것인데요. 님이 3번째 문단에 쓰신 문장과 같은 논집니다.

와넬

2008.03.23 08:33:17
*.185.30.6

'무한책임 소년'을 순간적으로 '무책임한 소년'으로 읽었습니다;

양녕

2008.03.23 08:56:19
*.24.179.53

2MB 시대를 맞아서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season 2"를 기대한다능...

뫼르소

2009.05.09 14:49:23
*.233.18.188

세기말의 명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큭큭

명저이긴 하지 세기말의 코미디 논리학....

진중권이 스스로 독자층을 마련한 네임밸류있는 사람이라고 누가 인정하는지 궁금하다. 난 아직까지 진중권이 자기 언어로 자기만의 글을 쓴걸 본적이 없는데...( 참고로 영어로 '네임밸류'라는 말은 안 쓴다. 그건 콩글리쉬다.)

진중권이 의지가 있었다면 박사학위를 딸 수 있었을 것이라고...ㅋㅋ 왠만하면 전부 따는 그 흔한 박사학위를 그 먼 독일까지 가서 받지 못했다는 건 실력이 없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럼 애초에 박사를 딸 의지가 없이 공부만 했단 말인가...

이런 자를 스스로 제자로 자청하며 떠 받는드는 자들이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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