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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노풍 바로봐야 노무현 위기 넘긴다

조회 수 3041 추천 수 0 2002.04.23 13:57:00
안티조선 우리모두 게시판에 아흐리만이라는 아이디로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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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노무현 노풍은 안전한가"를 보강하는 (사실상 요지는 같은) 글입니다. "노무현 노풍은 안전한가"의 비유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다시 씁니다.


나는 유령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 "의외로 합리적이지 않군."이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경우 나는 이렇게 말한다. "있는 걸 있다고 하는 게 합리적이지." 진짜로 있다면 말이지만 말이다.


합리적이라는 건 "이성(理性)에 적합한 그 무엇"이라는 말일 테고, 이성은 그리 만만한 단어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합리적이라는 단어는 "유물론-기계론적 세계관으로 만물을 판단하는" 정도의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 앞에 유령이 나타난다면 나직히 말할 것이다. That's imposible. (트리니티를 쫓아가던 영화 <메트릭스>의 어느 경찰의 대사.)


노풍은 그런 의미의 "합리적"인 정치인과 정세 분석가들에게 "유령"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들은 그것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사람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끌어들여 설명하려고 애쓰는 존재이다. 유령은 환각이라고, 혹은 누군가 레이저 영상으로 투시한 사기극이라고 하듯이. 고로, "김심이 노무현에게 있다!" "광주의 선택은 김대중의 뜻이다!"라는 외침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저 유령은 있는 게 아니라, 누가 조종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대단히 애석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밖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좌우파를 막론하고 노풍에서 "김심"을 느끼는 사람은 조직 마인드와 세력 싸움의 세계관에 찌든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정치의 "합리성"은 세력싸움이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행할 수 있는 것은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판단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잘못 사용되는 언어 맥락에서) 또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노풍의 본질은 감동이다. 그리고, 감동은 세 단계를 거쳐 세력을 형성한다.

첫째 단계는 지역주의에 정면으로 대항한 유일한 정치인인 "바보 노무현"에 대한 몇몇 이들의 감동이다. 그들은 "노사모"를 만들고,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그 감동을 전파하는데 앞장섰고, 다른 이들을 감동시켜 조직에 끌어들였다.

둘째 단계는 "김대중 정권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한 노무현에 대한 광주 사람들의 감동이다. 김대중 정권은 그 과오(過誤)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영남 지역주의를 이용한 수구세력의 공격이다. 그래서 호남인들은 "전라도 정권"이 들어선 후에도 지역 소외의식을 청산하지 못하고 의기소침해 있었다. 그때 반 DJ 세력 앞에 떳떳하게 자신을 노출한 노무현의 모습을 보고 감동받은 것이다.

셋째 단계는 광주인들의 선택을 본 온 국민의 감동이다. 민주화의 성지(聖地) 광주가 지역주의를 넘어서, 사라질 확률이 높았던 민주당의 정신을 계승하는 인물인 노무현을 선택했다는 데에 온 국민이 감동한 것이다. 386 세대들의 감동은 "민주 정신 계승"에 초점이 맞춰졌고, 기타 세대들의 감동은 "지역주의 극복"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온 국민의 감동이 바로 노무현의 지지율을 60%라는 말도 안 되는 수치까지 올린 원동력이다.


진보정당이나 학생 운동권에서 노풍에 대해 희망을 느끼면서도 심리적으로 조금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이 노풍의 본질을 최소한 무의식적으로나마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역시 "노풍은 김심"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소수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들도 다른 이들을 감동시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고, 자신들이 그럴 자격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 믿음이 정당한 것인가라는 물음은 이 글에서 제기할 종류의 것이 아니다. 그들이 남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데에는 물론 내부적인 요인과 외부적인 원인이 같이 있다.) 그래서 가끔 조직 내부에서 감동을 강요하기도 한다. "모든 걸 다 바쳐 XXX(아무 조직 이름이나 집어넣어라.)를 위해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감동먹고 열심히 하라는 말이다. 에고 에고 아이고 두야...


여하튼 노풍은 감동이고, 노무현은 그것을 딛고 올라서서 현재의 위치에까지 서게 되었다. 굳이 이렇게 말로 풀어 설명하지 않더라도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관성은 무서운 것이라서, 새로운 사고방식을 받아들여 활동하던 사람이라도 금새 원래의 행동 패턴으로 돌아오게 된다.


일부 노무현 지지자들의 글을 보는 내 마음은 착잡하다. 노무현은 조직력을 동원한 세력싸움의 승자가 아니다. 물론 사람들이 감동하는 일이란 거의 없고, 조직 싸움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 역시 몇 개월 전만 해도 노무현이 여당 경선에서 승리할 확률은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노사모의 회원 숫자는 수천 명이었는데, 이인제의 사조직이 동원할 수 있는 수만 명을 당해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것은 당시로서는 확률적으로 올바른 판단이었다. 그러나 노무현은 사람들을 감동시켜 조직을 능가하게 되었다. 그것이 노무현의 힘이다. 그렇다면 노무현과 그의 지지자들이 할 일은 국민이 받은 감동을 지속시켜 나가고(그들이 감동받은 노무현의 모습이 진실한 것임을 보여주고),  노무현의 덕성을 현실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조직력을 보강해 나가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거꾸로 뒤집혀 있다. 노무현은 자신의 개혁적인 정책에 현실성을 부여해 줄 수 있는 정책팀을 정비하려고 하기보다는, 지자체 선거를 대비해서 몇몇 명망가들을 만나고 다니는데 치중하고 있다. 국민의 "감동"에 보답할 수 있는 현실적인 힘을 확보하는 "조직"에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 vs 한나라당의 "조직력을 동원한 세력싸움"에 적극 뛰어들 것임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때맞춰 서로서로 저격수 게임을 하면서 정국을 "조직력을 동원한 세력싸움"의 분위기로 만들고 있다. 그의 지지자들은 판세를 분석하면서 "아, 대선 대비해서 지자체에서 좋은 결과를 내야 하는 군. 김민석이 좀 아니라도 노무현을 위해서 찍어야 돼."라고 말한다. 노풍의 감동은 온데간데없고 한판 세력싸움이 시작될 찰나다.


이것은 뭘 모르는 행동이고, 사태를 잘못 파악한 것이다. 그것은 김심 음모론자들의 확신을 심어주는 행위요,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축으로 하는 수구기득권 세력의 이득을 대변하는 일이다. 수구기득권 세력이 노풍을 잠재우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노풍은 헛감동이다. 민주당(김대중이, 혹은 노무현 자신이,)이 자신의 세력을 쌓기 위해 국민을 찡~하게 만든 것이다."

그럼 감동한 국민들의 마음은 다시 차디차게 식는다. 다시 "판세"를 분석한다. "세력"을 본다. 그래서 "조직"의 약발이 먹힌다. 수구세력이 노무현을 꺾을 수 있는 길은 국민의 감동을 세력싸움에, 조직론에, 기계론적 세계관에, 유물론적 세계관에 가두는 것이다. "노무현이 세력을 쌓기 위해 그런 일을 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노무현은 위기를 맞게 될 수밖에 없다. 모두들 들떠 있지만 노무현은 아직 변변한 조직하나 없다. 이미 권력형 비리가 드러나 정국 주도권을 잃은 동교동계가 과연 노무현을 지지할 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만약 그들이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지지기반을 유지하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해 버린다면? 그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한나라당과 조선 동아 등 수구세력이 동원할 수 있는 조직력에 맞설 수 있겠는가? 조직 대 조직으로는 승산이 크지 않다. 노무현이 민주당 당파성에 갇혀서, 사람들이 노무현을 "민주당의 세력확장을 위한 카드"로 인식하게 되면, 그 역시 김대중이 갔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다. 김대중은 지역주의에 갇혀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사람에서 한 정파의 수장의 위치로 추락했다. 그래서 권력을 얻기 위해 김종필과 야합할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이 그렇게 된다면 설령 승리한다 해도 "광주의 감동"이 아닌 영남 지역감정을 바탕으로 한 승리가 된다. 그건 수구기득권 세력이 바라는 바다.


조직들의 세력싸움을 와해시키면서 성장한 노무현이 세력싸움에 적극 끼어들게 되면 국민들은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이미 그렇게 변질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당장 삼홍게이트가 노무현의 지지율을 추락시키지는 않겠지만 지자체 선거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것은 노무현이 노풍 이후 맞이하는 첫 번째 위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착한 사람이 두 사람이 있어야 한다. 착한 사람이 한 사람만 있으면 다른 이들은 그 사람이 착하다는 사실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일부는 그 사람이 정말로 착하다는 걸 깨닫는다.) 그러나 착한 사람이 또 한 사람 나오면 달라진다. 사람들은 "착함"이라는 덕목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감화를 받고 착해지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노무현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제 2, 제 3의 노풍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은 "아, 이제 세력싸움과 판세의 정치가 아닌, 감동의 정치의 시대가 왔구나. 좋은 사람을 밀면 조직이 없어도 이길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노무현의 힘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게 맞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노무현의 긍정성이 그대로 긍정된다. 노풍이 그대로 살아남는다.


그런데 노무현이 자신의 개혁적 정책을 현실화시킬 "올바른 조직"을 서둘러 꾸리지 않는 것을 비판해야 할 그의 지지자들이, 그가 삼홍게이트에 대해 적절히 언급하고 민주당 동교동계와 선을 그을 것을 주문하지 않는 그의 지지자들이, 엉뚱하게 다른 지점에서 서서 "판세"를 살피고 다른 이들에게 훈수를 두고 있다. 노무현을 살리기 위해 고려하지 않았던 걸 남들에게는 고려하라고 말한다. 그것은 윤리적으로도 올바르지 않지만, 위에서 살펴봤듯이 현실적으로도 이득이 전혀 없는 일이다.


그들은 서울 시장 선거는 대선의 전초전이 될 것이기에, 노무현을 위해서 김민석이 성에 차지 않더라도 찍겠다고 말한다. 내가 여당 경선이 벌어지기 전에, "아, 노무현은 어차피 될 가능성이 없어요. 그렇다면 경선에 나가지 않거나, 나가더라도 설렁설렁하는게 더 민주당에 유리하네요. 나가서 이인제를 비난하고 상처를 줘 봤자 한나라당만 유리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고 치자. (아마 skyang 님이 비슷한 류의 말을 했던 것 같다.) 노무현 지지자 여러분들은 이 말에 찬동할 수 있었겠는가? 어째서 우리가 세력싸움 논리를 존중해서 이문옥이 아닌 김민석에게 투표해야 하는가?


"제 2의 노풍"을 일으킬 수 있는 상징성을 갖춘 사람이 민주당 바깥에서 나타났다는 것이 얼마나 노무현에게 행운일 수 있겠는지를 노무현 지지자들은 바로 알아야 한다. 노풍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건지, 노무현에게 닥칠 수 있는 위기가 어떤 것인지를 바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노무현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좋지만, 당이 싫어서 이문옥에게 표를 주지 못하겠다는 분들께 한마디

: 나도 민주당은 진절머리나게 싫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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