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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최장집 교수와 대통령

조회 수 840 추천 수 0 2007.02.18 11:24:54
대통령의 인터넷 글질이 최장집 교수를 겨냥한 것이라는 견해가 나왔다. 당연한 일이다. 나도 그 글을 읽었을 때, '어라, 최장집 때문에 삐졌네.'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당연하지 않은 일은 그 견해가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통해 대통령의 글이 널리 퍼진 바로 다음 날에 공개되었다는 거다. 정말이지 우리는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가장 '솔직한' 대통령의 통치를 받고 있다. 그래서 노빠들은 거기에 매혹당하고 있고.

공화국의 수반의 머릿속을 궁금해하는 건 물론 올바른 정치평론의 자세가 아니다. 조중동처럼 신문지상을 대통령의 정신분석으로 도배하는 건 정치를 사적인 사건으로, 스캔들로 탈바꿈하는 짓이다. 문제는 역사상 가장 솔직하고, 진보주의자들에게 훈계를 하실 정도로 탁월하게 지적이신 철학자 대통령을 모시고 4년을 지내다 보니, 나도 가끔, 아니 자주 그의 머릿속이 궁금하다는 거다.  

물론 대통령은 너무 솔직하신 분이라 가끔, 아니 종종 그의 감정이 그대로 밖으로 드러나 보인다. 내가 그의 "내면을 지배하는 정조는 '억울함'인 듯하다."고 표현한 건 그래서다. 하지만 사람 마음은 자신의 것이니, 만일 대통령이나 노빠들이 "대통령이 억울해 하고 있다는 증거 있어? 있어?"라고 자꾸 묻는다면, "아, 죄송합니다. 공화국 수분의 머릿속을 궁금해하는 게 올바른 정치평론의 자세는 아니죠. 그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사과를 하기로 하고, 글의 나머지 부분에 대한 님의 견해를 들려주세요."라고 대꾸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라, 최장집 때문에 삐졌네.'라는 견해를 대통령의 글에 대한 반론에서 차마 드러내지는 않았던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반론에서 최장집 교수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물론 한번 언급했지만 그건 안티조선 운동의 탄생과정에 대한 맥락에서였으므로 논쟁과는 상관없다.) 또 있다. "제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여 ‘지역주의가 별 문제 아니다’거나 ‘일부 언론권력, 정치언론의 횡포가 별 것 아니다’는 논리까지 나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대통령의 언급은 최장집 교수를 겨냥하고 있지만, 그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 언급은 사실상 허수아비 논증이 되어, 무의미한 진술이다. 반론의 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노빠들도 최장집을 이해 못하는데. 우리의 탁월하게 지적이신 철학자 대통령께서는 노빠들보다 더 탁월한 지적 능력을 소유하셔서는 안 된다. 그러면 그들 간의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그분은 단지 김동렬보다 약간 위에 위치하실 뿐이다.

그렇지만 노빠들에 대한 비판은 노빠들의 균열을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언급이 최장집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이상은 저 문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해야겠다. 아니 왜 저 문장이 대통령이 최장집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증거인지에 대해 설명을 해야겠다.

첫째, 최장집은 지역주의가 별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 지역주의의 문제는 다른 정상적인 정치갈등을 가로막기 때문에 문제인데, 현 정부가 '지역주의'를 하나의 실체로 상정하고 그것을 싸움의 대상으로 전유하는 것은 현 정부 역시 다른 식의 갈등을 정치 이슈로 표면화할 의지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것은 지역주의 해소라고 볼 수 없다. 나 역시도 그때문에 열린우리당 창당 자체에 비판적이었다. 그때의 서술이 좀더 구체적이므로 약간 인용해 보기로 한다.

지역주의가 나쁜 이유는 '출신지역'이 정치인을 평가하는 데에 올바른 기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말은 곧 '출신지역'이 아닌 '다른 기준'으로 정치인을 평가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그렇다면 '지역주의 타파'는 "지역주의 타파"라는 구호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출신지역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이 받아들여질 때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이 "지역 대신 계급"이라고 생각하듯 말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내세우는 '개혁'이란 레토릭은 그 구체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는 이데올로기적인 기만이며, 실제적인 행태로도 열린우리당이 민주당보다 '개혁적인' 행위를 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의 포지션이 의미를 가지려면 적어도 민노당 > 열린우리당 > 민주당 의 위치에 열린우리당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말로는 그 점을 열심히 강변했으나, 행동으로는 전혀 그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이 '지역주의 타파'에 일조하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약간 이해가 오는가? '개혁'하고 그 '개혁'에 대한 지지가 전국적으로 고르게 나오면 그게 '지역주의 타파'가 되는 것이지, '지역주의 타파'라는 정책과제를 따로 상정하고 영남특위를 구성하고 어쩌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건 그냥 열린우리당의 '영남 표 얻기' 전략이지 지역주의 타파가 아니다. 현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책적 차이는 햇볕정책 정도인데, 햇볕정책에 관한 한 실제로 영남인들은 대개 반대하고 호남인들은 대개 찬성한다. 그렇다면 지역주의 타파를 무슨 수로 하겠다는 것인가? 햇볕정책 반대하는 영남인이 햇볕정책 찬성하는 열린우리당 찍으면 그게 더 웃기는 일이다. 햇볕정책이 아닌 다른 점에서 양당이 정책적 차이가 생기고, 사회갈등을 정당의 문제로 녹여낼 때에 지역주의 타파의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다.

둘째, 최장집은 일부 언론권력, 정치언론의 횡포가 별 것 아니라고 얘기한 적도 없다. 오히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보면 언론권력의 횡포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방해한 주요세력으로 언론권력을 상정하고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제의 대통령이 조선일보 사주보다는 훨씬 더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을 수행하는 건 대통령이지 조선일보가 아니다. 2004년부터는 의회에서도 여당이 다수당이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개혁을 안 한 책임은 대통령에게 돌아가지 조중동에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아주 상식적인 소리를 최장집은 하고 있는 거다. 이 부분은 최장집 교수 인터뷰의 일부를 다시 보면서 확인하도록 하자.

=그런 논법은 실패의 알리바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 들어와 뭐가 잘 안 되는 원인을 조·중·동이나 보수세력의 저항, 이런 식으로 얘기하곤 한다. 그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권력은 굉장히 강하다는 사실 또한 주목해야 한다. 이번에 개헌론을 제기하면서 현행 헌법 하에서는 대통령이 뭘 할 수 없게 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데 사실이 아니다. 한국의 헌법은 강한 대통령 권력을 제도화한 대표적인 유형이다. 현행 헌법 하에서 한국의 대통령 권한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미국보다도 강하다.

미국의 대통령은 예산 수립이나 집행을 맘대로 할 수 없다. 예산에 대한 권한은 우선적으로 하원에 있다. 인사에 대한 의회의 비준권도 우리보다 더 강하다. 사법부의 견제도 받아야 한다. 미국 헌법은 국가의 권력을 쪼개고 분할해서 견제와 균형의 틀 안에서 움직이게 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한국은 대통령이 강하지 의회가 강하지 않다. 한국 대통령의 경우 정치력만 잘 발휘하면 그가 제도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권력의 크기는 매우 크다. 4년 연임제로 대통령 권력을 8년으로 연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의 국가와 대통령은 제도적으로나 구조적으로 매우 강한데, 이걸 더 강화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 문제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보수 언론과 보수세력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민주정부와 대통령의 정치적 실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반영한다. 보수언론의 논리가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들이 이들에게 설득되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정부와 대통령을 비판하는 건 이제 보수언론만이 아니기도 하다.

이쯤 되면 대통령이 누구에게 화를 내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지 않은가?


idea

2007.02.20 17:54:23
*.61.201.25

햇볕정책을 영남인 다수가 반대하는 이유는 김대중대통령이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책적 사안에 대한 판단까지 왜곡하는 기준이 지역주의인데, 지역주의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현실적인 해결방법으로 반대적 정책을 가진 정치세력을 영남에서 키우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노력까지 매도하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권한이 미국보다 크다는 건 전적으로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측정하기가 힘든 걸 자기판단에 의존해서 기정사실화하고, 그걸 근거로 논리를 풀어나가면 사상누각이 되지 않을까요? 누구나 그런 오류를 범할 수 있지만, 최교수님정도라면 그런 오류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제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정치는 굉장히 역동적이라서, 노무현정권들어서 대통령의 권한은 대폭축소되었다고 봅니다. 언론에서 주도하는 여론에 의해서 쉽게 재단되어 버리기 일쑤입니다...

태공망

2007.02.22 21:27:18
*.109.202.16

핵심을 잘 정리해 주셨네요. 저도 노무현 대통령의 글 중에서 한윤형님이 지적하신 두 부분을 보고 "어 최장집 교수의 말을 잘못 이해하고 있네?"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글을 쓸까 했는데 이 블로그에 와 보니 벌써 잘 정리해 놓으셨더군요)
그리고 idea 님의 댓글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대통령의 권한이 미국보다 크다'는 건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정치 system에 대해 정치학자로서 판단을 내린 것이죠, 만약 그의 이 언급에 대해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므로 오류다'라고 한다면 똑같은 논리에 의해 idea님의 '측정하기가 힘든 걸 자기판단에 의존해서 기정사실화했다'는 말도 오류가 되는 것입니다. 그건(측정하기 힘들다는 것) 순전히 idea 님의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잖아요? 그렇다면 같은 사안에 대해 누구의 말이 더 권위가 있겠습니까? 정치학자일까요 아니면 idea 님일까요. 어차피 둘 다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한다면요.
말이 길어졌는데, 최장집 교수의 글이나 인터뷰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단지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화내는 사람들이 참 안타깝습니다. 진중권씨의 호모 코리아니쿠스던가요? 거기에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맹률이 무척 높다던데 (글자 읽는 능력이 아니라 독해력, 남의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요즘 그런 것을 많이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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