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한미FTA를 둘러싼 논쟁의 이념지형도를 설명하자면 딱 이런 규정이 될 것이며, 어쩌면 우리가 보수-진보 논쟁이라고 일컫는 여러가지 것들이 저것으로 수렴될 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여러가지 숭고한 것들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놓을 수 있는 동물이며, 심지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동물이지만, 타인의 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을리는 만무하다. 그러므로 저 '이기적 전체주의'라는 것은 원래 권력자들이나 주장하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계층과 상관없이 누구나 다 저리 말하고 있다. 현대사의 험난한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가 죽은 자들을 짓밟고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는 '학습효과'가 있어서일까? 물론 주위를 둘러보면 다 그 시대를 거쳐 살아남은 사람들 뿐이겠지만, 이왕 생각을 하려면 죽은 사람 생각도 좀 하면 좋을 텐데.

'적자생존'을 근거로 약자의 파멸을 정당화하는 건 거의 코미디 같은 일이다. 적자생존이 법칙이라면, 그것은 당위적인 법칙이 아니라 하나의 자연적인 현상일 뿐. 우리는 누구도 중력의 법칙을 준수하기 위해 비행기를 띄워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적자생존의 법칙을 준수하기 위해 약자의 생존을 도와서는 안 된다고 태연히 말한다. 이런 식의 주장들은 그야말로 '개념에 대한 착시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인간세상에서 약자된 괴로움은 빨리 빨리 죽지도 못한다는 데 있다. 동물세계에선 약간의 상처만 입어도 과다출혈로 죽음에 이르지만, 인간들은 패배자들도 죽지는 못하게 한다. 살아 있으면 다 노동력이니까. 그러니 '자살'이란게 있는게 아니겠는가. '적자생존'의 지지자들은 아마 자살자들을 가장 경멸하는 사람이기도 할 게다. 앞 뒤가 안 맞다. 사회가 죽도록 내버려두지도 않으니까,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인데.

자유주의자들로서는, 국가와 투쟁해 왔던 서구 자유주의자들의 전통을 생각해 볼 때, 자신이 하는 짓이 국가를 보위하는 짓이라는 게 좀 어색하기도 할 게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분명 "국가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 혹은 해야만 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국가의 개입이 필요없는 적자생존의 전체주의"를 주장하는 사람 사이의 대립이 현존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은 공동체의 규범을 준수하는 국가를 호출해야 하고, 요구해야 하며,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 한미FTA는 단적으로 그런 공동체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그렇지만 이 나라에서의 자유주의라는 게 실은 얼마나 국가의 레벨에서 사유되는 것인가를 상기하면, 가끔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 극우파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멍청한 녀석들 다 때려잡고 '국가의 영광'이란 걸 제대로 추구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한국의 자칭 보수들은 제 밥그릇만 챙길 줄 알지 국가가 무엇을 해야 강해지고 폼나는지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똥개'들이니까. 제 밥그릇 뺏으면 짖는다. 강한 놈이 나오면 개집으로 도망간다. 누가 때리면 죽기살기로 덤빈다, etc.

쟁가

2007.05.01 15:13:07
*.50.69.85

'적자생존'은 인간사회에서도 상당부분 적용됩니다.
정작 개념적 문제는 좀 다른데 있습니다. 그걸 주장하는 인간들이 '적자생존'을 대부분 '강자생존'이나 '대형자생존'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죠. 노무현을 포함해서.

아큐라

2007.05.01 23:03:00
*.208.209.216

대개의 시장근본주의자들이 사회진화론자들인데 사회진화론의 내용을 담은 말과 글을 쓰는 사람들 중에 진보연하는 사람들이 있죠. 다윈을 욕되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문명인들의 만행과 무지를 야만,미개,윈시라는 말로 비판하는 경우에도 좀 말을 가려써야 되는데 생각합니다. 석기시대 문명을 유지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웃이 굶어죽도록 내버려 두는 사람들은 없으니까요.

삼성공화국이니 하는 말도 공화국이 왜 삼성하고 붙어야 하는지 짜증이 나죠.

(한윤형님을 비판하고자 하는 말은 아닌데) 밥그릇이라는 표현도 처음에는 '당사자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니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라는 함의가 담겨서 쓰였는데 언제부턴가 '천박한 이권이 개입된 일'이라는 뜻으로 쓰이더군요.

1주일 까지는 몰라도 한달에 한번 정도는 댓글 달겠습니다.

kritiker

2007.05.02 00:11:29
*.238.169.96

잘 읽었어용. 히히.
...미안;ㅇ; 휴대폰 배터리가 다 떨어져가서 연락 온 줄도 몰랐다. 얘가 진동도 좀 약해. 몸이 많이 부실한가봐-_-; 주인은 날로 살이 불어가는데;;

JK

2007.05.10 10:16:46
*.178.132.7

극우파가 되고 싶다는 말.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말이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181 [대학내일] 학벌 위조 사회를 바라보며 하뉴녕 2007-09-12 845
1180 [대학내일] 실용외교? [1] 하뉴녕 2008-05-27 845
1179 '노무현 시대'는 '자유연상'이다. 하뉴녕 2003-12-18 846
1178 [판타스틱10월호] 무라는 현실, 협이라는 환상 하뉴녕 2007-11-03 846
1177 중앙일보 논설위원, 본인부터 거짓말 하는 능력을 키우셔야 [6] 하뉴녕 2008-02-27 846
1176 한때 똑똑했던 친구들이... [5] 하뉴녕 2009-09-08 847
1175 오늘의 스갤 감명글 [4] 하뉴녕 2007-03-18 848
1174 '실패한 패러디'에 대해 [10] 하뉴녕 2009-08-12 848
1173 투쟁노선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하나마나한 얘기다 하뉴녕 2004-06-21 849
1172 현문우답 : 이 모든 것이 다 영어 때문이다. [8] [1] 하뉴녕 2008-02-02 849
1171 근황 [9] 하뉴녕 2009-06-27 849
1170 [펌]스타리그 역대 2회 이상 결승진출자들 [3] 하뉴녕 2007-02-07 850
1169 달리기와 술 하뉴녕 2007-04-04 850
» 이기적 전체주의 vs (일)국가적 자유주의 [4] 하뉴녕 2007-05-01 850
1167 요 며칠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43] 하뉴녕 2009-05-30 850
1166 민주노동당적인 현실성 하뉴녕 2003-12-31 851
1165 최저생계비로 살 수 있는 인간들 하뉴녕 2004-08-14 851
1164 시간을 달리고 싶은 소년 [3] 하뉴녕 2008-01-16 851
1163 기륭분회 후원 일일주점 안내 [10] 하뉴녕 2008-12-04 851
1162 '단호한 글쓰기'로 진실을 호도하기 [21] [2] 하뉴녕 2008-04-15 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