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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양비론 구별하기

조회 수 1111 추천 수 0 2003.03.12 03:09:00
그땐 뭔놈의 글을 이리도 많이 썼는지... 진보누리의 아흐리만씨는 참 부지런했다. (인터넷에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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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는 호남차별에 관해 양비론을 가지는 것은 호남차별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중권의 말이 이것과 달랐다고, 어떤 유령들은 대비된 발언을 엮어 여기저기 사이트에 퍼날랐다.

단적으로 말하면 나는 홍세화의 발언도 지지하고, 진중권의 발언도 지지한다. 둘의 발언은 사태의 다른 부분을 가리키는 것이다.

강준만식으로 단어 만들기 게임 해볼까? 상황의 변화를 막기 위해 이놈도 나쁘고 저놈도 나쁘다고 주장하는 "퇴행적 양비론"과 상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구조를 분석하는 "발전적 양비론"은 구별되어야 한다. 정치 허무주의를 조성하고 수구기득권의 입맛에 맛는 것은 전자다. 그것에 대한 강준만의 비판은 올바르다. 그리고 일부 사이비진보가 자신의 글이 미치는 효과를 생각하지 못해 후자가 수구언론에서 전자를 전파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던 점이 있음도 인정된다. (그 사람들 대개 민주노동당과는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여기에 대한 강준만의 비판 역시 올바르다.

그러나 양비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비판을 막는 효력이 있다. 한나라당 같은 놈이 있으면 다른 사회 주체들의 부정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 사우론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 우리가 반지를 쓰던 말든 아무 상관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건 올바르지 않다. 최근 민주당 지지자들의 "양비론 비판"은 매사가 이런 것이다. 이것은 실용적이지도 않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당"구조"를 존속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이용될 뿐이다.

역지사지로, 이렇게 생각해보자.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정치시장에 신규진입하려는 세력이 겪게 되는 차별이 있다. 이 차별에 대해 "민주노동당도 잘못이 있고, 언론과 정치권에도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대개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런식으로 말하드만.) 그러나 더 나아간 차원에서 민주노동당이 고쳐야 할 점을 비판하는 것은 충분히 인정된다. (물론 건실한 비판이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구별하지 않으면 서로간에 개*새*끼 라는 규정 외에 나올 것이 없다. 의사소통이 막히는 것이다.

이것은 머리나쁜 수군작이 주장하는 것처럼 도덕성/윤리성의 문제가 아니다. 독백을 할 게 아니라면, 우리는 글을 쓰면서 의사소통이 되는 방향으로 걸어가야 한다. "양비론"이라는 단어를 기계적으로 "나쁜 것"이라고 규정하는 방식은, 상대방의 말을 막는 길이다. "양비론에 대한 조소"는 "퇴행적 양비론"만큼이나, 아니 그것보다 더 나쁘다. 강준만은 앞문의 늑대를 피하기 위해 뒷문에 호랑이를 부른 셈이다.

아흐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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