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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게시판 시대는 블로그 시대처럼 점잖지가 않았다. 진보누리에 세라핌이란 아이디로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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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노혜경의 노무현 옹호가 매우 흥미롭다. 문체비평을 통해 <노무현>과 <Not-노무현>을 구별하고, 이에 대해 존재론적 등급을 매긴다. 이 작업은 크게 두 가지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가), <노무현>의 언어 특질을 해명하고,
나), <Not-노무현>이 실은 비슷비슷한 넘들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작업이다. 사실 세라핌은 이 이론의 바깥으로 튀어나와 "정말 노빠스런 기획이군!"이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런 메타-비평 보다는 (이런 비평은 자신이 텍스트 바깥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는 오만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론 자체를 조지는 세라핌의 더러운 성격상 생략하기로 한다. 그저 노혜경의 작업을 차근차근히 복기해보고, 밟아주도록 하자.

가)에 대한 노혜경의 결론은 그것이다. "노무현은 자신을 낮추는 말에 대해선 과격하고, 다른 사람을 지극히 존중한다." 그리고 그녀는 이것을 서민적인 언어, 그러니까 "머슴의 언어"로 칭한다.

그런데 이 명제는 구성부터 이상하다. 나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높이는 용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종류의 윤리의식에 존재한다. 지배적인 윤리의식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그건 "머슴의 언어"라기 보다는 "선비의 언어"에 가까운 것이다.

머슴의 마당놀이를 보았는가? 자학과 풍자로 점철된? 도대체 거기 어디에서 노혜경이 긍정적인 기준으로 삼는 그런 윤리의식을 찾을 수 있는지? 오히려 그 윤리의식은 근대적 인간을 기준으로 삼는 지극히 부르주아적인 윤리라, 그녀가 말하는 서민적 언어, "머슴의 언어"와는 아귀가 맞지 않는다. 그런데 이 두 개를 등치시키고 있으니, 매우 이상한 일이다.

내용은 어떤가? 노무현이 자신을 지극히 낮추고, 타인을 지극히 존중한단다. 한총련 사례를 들이대며 누군가 "반례!"라고 외칠 걸 알았던지, 한총련에 대해 "난동"이라 부른 것도 맥락적 요소가 있단다.

그럼 이건 어떤가? 지난 대선 토론 때 노무현이 권영길의 주장에 반론은 하지 않고 "떼를 쓴다"고 표현한 것. "떼를 쓴다"는 서민적 표현 쓰지 말라는게 아니다. 그런 표현 써도 된다. 다만, 왜 반론을 해야 할 자리를 수사법으로 떼우냐는 것. 그럼 이건 어떤가? 최근 전교조와 마찰을 빚던 노무현이 "전교조 교사 다 자르면, 교사 수급에 문제가 생기냐?"는 취지의 질문을 보좌관에게 던진 것. 이것들도 타인을 "지극히 존중"하는 행위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지 않다. 그래서 세라핌은 노무현의 성격을 노혜경과는 다르게 규정할 수밖에 없다. 약간 수정해볼까? "노무현은 자신과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깎아내리고, 자신보다 강한 이들을 지극히 존중한다." 이게 머슴의 윤리가 아님은 노혜경 자신도 잘 알게다. 이건 경상도 싸나이들의 윤리의식이다. 지금까지 노무현이 보여준 모습은 전형적인 경상도 싸나이에 가깝다. (그리고 "대통령 노무현"이 자신을 지극히 낮출 경우,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같이 "낮"아져 기분 드럽게 된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닌가?)

그럼 나)는 어떠한가? 좀 들어줄만 한가? 사실 가)가 "거짓"으로 판명났으면 이미 노혜경의 결론은 "거짓"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나)에 대해 세라핌은 그다지 칼을 갈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라핌이 노혜경을 아무리 존중하려고 애써봤자 나) 역시 엉터리다. 슬픈 일이다.

노혜경은 "언어 엘리트주의"로 한나라당의 출세주의자들과 민주노동당의 지식인들을 엮는다. "노대통령의 입장은, 어떤 방식으로 말하더라도 시비가 걸리게 되는 여성들의 경우와 참으로 흡사합니다."??

물론 세라핌은 노무현이 이라크 파병결정을 "어떤 방식으로 말하더라도" 시비를 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노무현이 제갈공명이 마속 죽일 때처럼 질질짜면서 파병결정을 내릴 경우, 노혜경이 감동먹을 거라는 사실도 그간의 사례를 통해 증명된 "공리"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문제는 "방식"이 아니라, "내용"인 것이다.

노혜경은 수구세력과 진보진영을 등치시키려 든다. 둘다 노무현의 막말을 문제삼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팩트를 점검해보라.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말을 비판한 건 진보진영 뿐이지, 수구세력은 아니었다. 오히려 조선일보는 한총련과 전교조를 비난하는 어조로,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수구세력과 진보진영은 연합공세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다른 관점에서 노무현을 비판하고 있을 뿐이다. 그 비판의 "말"이 넘친다고 엄살만 피우지 말고, "말"의 관점을 점검해 보라. 그럼 "노짱"에 대해 어떤 "조언"을 드려야 할지 조금 감이 잡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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