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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인크루트 스타리그

조회 수 1072 추천 수 0 2008.10.08 12:50:01



한때 스타리그 팬덤에서는 (특히 스갤에선) "너 스타 질레트배부터 봤냐?"라는 말이 유행했다. 스타리그 본지 얼마 안 된 듯한 이들(팬들 말로는 'X뉴비')을 비아냥대기 위해 쓰던 말이다. 언젠가, 아마도 아주 오래 전에, "스타삼국지"와 "슬램탱크" 등의 걸출한 패러디물을 남겼던 SEIJI 님이 이 관용어구에 대해 분석한 글을 본 기억이 난다. 그는 그런 관용어구를 탄생시킨 질레트 배의 특성이 무엇이었는지를 물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특성은 임요환이 진출하지 못한 첫 스타리그이면서 성공을 거둔 스타리그, 4대천왕 이후 세대의 강자들(최연성, 박성준)이 주연으로 등극한 스타리그, 그런 특성 탓에 스타리그의 지반이 탄탄함을 보여준 스타리그, 실제로 많은 신규 팬들이 유입된 스타리그 등으로 정리되었던 것으로 안다.


실제로 확장된 것은 팬뿐만 아니라 선수이기도 했기 때문에, 그후 스타리그에선 '질레트 세대'란 말까지 통용되었다. 4대천왕과 질레트 세대가 피터지게 싸우던 질레트배와 에버배(2004년)는 스타리그 올드팬들에게 가장 어필했던 추억의 리그로 남아있다. 기억이 나지 않는 어느 포모스 인의 분석처럼 그후 '질레트 세대'라는 규정에 견줄만한 세대 규정으로는 '곰티비 세대' 정도가 있다. 곰티비 엠에스엘은 엠에스엘이 온게임넷 스타리그에 전혀 꿀리지 않을 만큼의 유명세를 갖추게 된 대회이면서, 당시 엠에셀 해설진들이 '뉴타입 군단'이라 칭했던 진영수 김택용 등의 어린 게이머들이 데뷔하게 된 스타리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레트배는 그처럼 세대의 분기점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나에게 그것은 그 스폰서의 홍보문구만으로 스타리그가 소년들의 로망이라는 사실을 증거하는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이동통신사 스폰서들이 대다수였던 스타리그 판에서, "내 생애 첫 면도는 질레트와 함께!"라는 질레트 스타리그의 홍보문구는 확실히 내 감성 어딘가를 잡아채는 데가 있었다. 아레나 엠에셀을 보고 "아, 우리한테 수영복도 팔아먹으려고? 하긴."이라고 생각했고, 박카스 스타리그를 보고 "형은 국토대행진 싫어한다."라는 볼멘소리를 지껄이긴 했지만, 질레트배를 능가할 만큼의 임팩트를 갖춘 스타리그 스폰서는 다시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크루트는 달랐다. 그것은 질레트배와 정반대 방향에서 내게 충격을 주었다.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인크루트가 스타리그를 개최하게 되었을 때, 온게임넷은 인터넷의 중계권은 플레이플 닷컴에 넘겼고 플레이플 닷컴에서 동영상을 보려면 인크루트 회원 아이디가 필요했다. 이제 인크루트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내 이멜 계정으로 취업정보를 전송해 온다. 지방에서 열리는 스타리그 8강전에선 인크루트가 주최하는 몇몇 기업들의 취업설명회가 병행된다고 한다.


첫 면도를 어떻게 뽀대나게 할까 고민하던 소년은 자신의 스펙과 기업들의 조건을 가늠해보는 청년이 된다. 우리의 소년 시절의 꿈에, 잔혹한 현실이 틈입해 온 것이다. 하지만 나보다 훨씬 어리고 멋진 소년들에게 열광하기 직전에, 저 기업들의 채용정보를 체크해 봐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잔혹한 일이 아닐까?



ssy

2008.10.08 15:50:37
*.121.160.24

'질레트'에서 '인크루트', 하드하다 그쟈?

조명래

2008.10.08 21:23:56
*.150.216.105

와우! 이 글 스타리그 매니아를 위한 글인 줄 알았는데, 끝까지 읽어보니 참 명문이네요! 소년에서 구직자에 이르는 우리의 삶과 함께 하고 있었네요, 스타리그가...

쿠르세

2008.10.09 02:29:01
*.128.158.237

님은 좀 부지런 한듯..그새 그걸 글로..ㅎㅎㅎ난 왜 이 새벽에 여길 정독중?ㅋㅋㅋ

잭필드스포츠닷컴

2008.10.09 13:11:19
*.129.61.164

질레트, 그리고 인쿠르트..
그러다보면 종점에서 기다리고 있는건 보람상조인가요. 어쩌면 스갤에서 농담처럼 떠돌아 다니는 보람상조 스타리그도 불가능한것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김대영

2008.10.09 16:14:23
*.135.235.241

오호... 그렇담... 앞으로는... 현대자동차?... ㅋㅋ

하뉴녕

2008.10.09 16:37:51
*.49.65.32

조명래// 감사 ㅠ.ㅠ


쿠르세// ㅋㅋㅋ


잭횽// 보람상조...ㄷㄷㄷ 15년만 버티면 가능할 것도 같아요. (버티기는 힘들겠지만;; ) 역시 스갤이로군효


김대영// 우리의 계급적 구성을 보건대 현대자동차보다는 기아자동차 모닝 쪽이 가깝겠지...-_-;; 전원 비정규직인 동희오토에서 생산하는 그 모닝 ㄷㄷㄷ

현대자동차 노동자는 현대자동차를 살 수 있었지만, 동희오토 노동자는 기아자동차 모닝을 못 삽니다...(먼산)

차라의숲

2008.10.10 18:27:19
*.113.119.239

이미 현대차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투싼배 팀리그를 했었....

하뉴녕

2008.10.11 13:25:43
*.49.65.32

헉!! 그러고보니? ㅋㅋ 그나저나 반가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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