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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모든 이가 절박하단 분석인데, 비단 정치권만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 자본가도 절박하고 중소기업 자본가는 월급쟁이보다 나을 거 없고, 월급쟁이도 절박하고, 자영업자는 그보다 훨씬 더 절박하고, 실업자는....에에...뭐 그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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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문제를 다룬 PD수첩의 방영 보류는 이 정권의 문제가 '오만'과 '독선'이 아니라 어떤 '절박함'에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사건이다. 이 정권에는 정치적 트라우마가 있다. 2008년 6월의 촛불 국면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정권의 핵심 관계자들의 생각에 이 위기적 상황의 배후는 이전 정권의 관계자들이며 이 모든 것이 시작된 방아쇠는 MBC의 PD수첩 방영이었다. 이전까지 '대선에서 민주당을 상대로 압도적인 표 차로 승리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이 우리를 지지한다는 것이다'라며 의기양양해했던 이 정권의 관계자들이 촛불 이후에 다시는 그런 소리를 내뱉지 못했다는 것은 이들이 본인들의 처지를 한국 사회의 정치적 '다수파'가 아닌 '소수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즉, 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PD수첩에서 괜히 쇠고기 얘길 떠드는 바람에 본인들의 허약한 존재적 조건이 만천하에 드러나버린 셈이다.

 

쇠고기 수입 문제가 '오만함'에 의해 빚어진 실수라면 '대운하'는 예정된 재앙이다. 그들은 숱한 여론조사와 다양한 방식의 의견 수렴을 통해 '대운하'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음을 알았다. 대통령 본인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것 중 거의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철회한 것이 바로 이 대운하이다. 그런데 또다시 'PD수첩'에서 이 문제를 자극적인 방식으로 다룰 것이라는 정보가 들어왔을때 이들이 겪었어야 할 정신적 혼란스러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이 될 것이다. 까딱 잘못 하다가는 촛불 시위 국면이 다시 도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도 최근과 같이 어려운 정국에서!

 

그렇다면 이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이 온갖 비난과 공격에 직면하는 한이 있더라도 PD수첩의 방영을 보류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하리라는 것을 우리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는 그야말로 '죽을 수도 있다'라는 '절박함'이다.

 

그런데 이러한 '절박함'이 한국 정치 전반에서 계속 반복해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당 내 문제에 있어서도 매우 '절박한' 처지이다. 박근혜는 여전히 대선주자 지지율 1등이고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순간 소위 '이명박계' 정치인들은 살아 남지를 못할 것이다. '박근혜계' 정치인들에게 있어서도 이는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대선주자로서는 1등을 하고 있지만 당 내에서 권력을 빼앗겨 점점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 있다가는 고사당한다는 '절박함'이다. 민주당으로 오면 어떤가? 정세균과 486들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비주류를 탄압한 전과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 당권을 놓치면 가뜩이나 지지기반이 없는 처지에서 앞으로의 정치인생이 상당히 어려워 질 것이라는 '절박함'이 있다. 소위 비주류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로 이번에 당권을 잡지 못하면 앞으로도 영영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완전히 한 물 간 정치인들이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는 '절박함'이 있다.

 

정치권 전체가 공포와 혼돈이다. 기회를 잡았을 때에 자기 영역을 넓혀놓지 않으면 나중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그러느라 상대를 더욱 찍어눌렀기 때문에 앞으로 상대가 권력을 잡았을 때 내 목숨이 어찌될 지 모른다. 과거와 같은 봉합과 나눠먹기가 여, 야를 막론하고 많이 어려워졌다.

 

이 상황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 가능성은 한국사회에서 '정치의 실패'를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어떤 파국적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형태로 벌어질지 가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그러한 순간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이러한 상황 자체를 제 정치세력이 인정하고 사회적 합의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형성하는 것이다. 시민사회라고 해도 좋고 공론의 장이라고 해도 좋다. 여기에서 헤게모니 싸움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진보주의자들의 공간을 형성하는 것을 일종의 근대적인 정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런 방식의 정치적 기획이 가능하겠는가? 이미 시민사회 또는 공론의 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은 이러한 '절박함'에 포섭되어 있다. 이들에게 어떤 의미에서 2002년에 열렸던 희망찼던 정치적 공간은 '독'으로 작용한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여전히 우리에게 남은 가능성은 파국적 결말일 것이다. 이것이 PD수첩의 방영 보류를 눈 앞에 두고 소위 진보정치세력이 당혹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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