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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대학내일] 실용외교?

조회 수 845 추천 수 0 2008.05.27 16:37:41

마키아벨리가 저 유명한 <군주론>을 저술한 까닭은, 자신이 군주들의 통치기술에 대해 아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과시하여, 군주들에게 관료로 등용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 책은 금서가 되었고, 군주들은 마키아벨리 평생토록 그를 잡아가두려고 노력했다. 군주들의 통치기술을 솔직하게 폭로하는 행위는 군주들의 바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저 실용외교라는 것은 가장 고차원적인 수준에서조차도 마키아벨리의 역설을 벗어날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자기 자신의 편익을 추구한다. 그렇지만 “나는 나 자신의 이득만 취할 거야!!”라고 끝없이 외치는 누군가와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외교의 세계는 물론 사적인 친교의 세계보다 냉혹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절차에 대한 예의와 철저한 준비가 더 중요해진다.


조공과 몰이해


이명박 정부의 실용외교라는 것을 보면, 이런 기초적인 사실을 알고 있는지부터 의심스럽다. 한미 FTA 의회 비준을 위해 무리하게 진행된 ‘쇠고기 조공 협상’에 대해선 조선일보조차 비난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협상단의 숫자나 전문가의 폭, 1주일에 그친 협상 최종 준비, 쇠고기 업무 전문가 부재, 쇠고기 업무 경험 없는 통역이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전문적인 수의 용어를 알아듣지 못하여 미국측 통역의 도움을 빌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자기 화투장을 보여주며 ‘이게 뭐에요?’라고 물었다는 얘기인데, 정말이지 기도 안 찬다. 우리가 대충 퍼주면 미국이 알아서 챙겨줄 거라는 이 근거 없는 기대심리를 설명하려면 그야말로 ‘조공’이라는 한마디 표현이 적절하다.


한편으로는 오히려 ‘조공’ 관계의 원산지인 중국과의 외교 관계에서는 그들의 ‘대국’ 심리를 고려하지 않은 무성의한 대응이 눈에 띤다. 원래 한국 외교의 전통(?)이 대미 외교를 축으로 하고 다른 나라들은 종속변수로 삼는 것이기는 하다. 이것은 일본이 오랫동안 견지하다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아 최근에는 탈피하려는 외교 노선이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도 그런 식의 외교 노선을, 일본보다도 더 철저하게 추구하려고 한다. 참여정부보다 더 오른쪽으로 가려는 이명박 정부의 집착은 미국 밖에 보지 못하는 ‘시야가 좁은’ 외교 관계를 만들고 있다. 별다른 일도 없었는데 취임 후 특사 파견같은 자질구레한 문제에서도 중국측이 기분이 상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기본적인 예절을 안 지켰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이번 성화 봉송 당시 중국인 폭력 상태에 대한 대응을 보면, 중국에게도 당당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무신경과 몰이해로 점철되어 있을 뿐이다. 


줏대없는 대북정책


대북정책의 난맥상은 한국의 국익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치고 있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국민의 정부 이후 시행된 ‘햇볕정책’을 줄곧 비난해 왔지만, 사실상 햇볕정책은 대북문제에 관련해서 수립된 ‘최초의’ 외교 정책이다. 이념에 대한 동의 여부룰 떠나, 여기엔 여하간 ‘전략’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보수주의자들이 햇볕정책을 거부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다른 것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거부하다가 미국과 북한이 교류를 시작하려는 낌새를 보이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 미국이 북한에 50만톤 쌀을 지원한다는데 한국은 지원을 안 할 수도 없고 지원을 하자니 이전에 내세운 조건들이 걸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돈은 돈대로 내고 북한으로부터는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한 김영삼 정부의 전철을 밟을 판이다. 냉온탕을 오가려거든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탕밖으로 나오는 것이 더 낫다는 따끔한 지적도 나온다.


실용외교라는 수사로 치장했지만, 사실은 아무런 원칙없이 자극에 ‘반응’하는 수준의 외교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명박 정부다. 참여정부는 관료들에게 너무 의존해서 비판을 받았는데, 이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관료들 하는 일에 간섭이나 하지 말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다른 분야도 비슷하겠지만,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도대체 뭘 하고 싶어서 정권을 잡았냐’라고 묻고 싶은 심정이다.
 

(대학내일 4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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