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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한국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

조회 수 5243 추천 수 0 2010.12.05 14:59:07

프레시안에 정치 문제 관련해서 간만에 많은 부분을 동의할 수 있는 대담기사가 올라왔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01203175215&section=01



특히 최태욱 교수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한국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을 법한 것이다. 적어도 내 생각엔 그렇다. 이는 나도 이만큼 깔끔하게는 아니라도 누차 얘기해왔던 것이다.


아까 한국에서 복지 국가를 세우기 어려운 이유가 주류를 차지하는 신자유주의 반 복지 세력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에 맞선 친 복지 세력이 형성되어야 하고, 시민사회에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조직도 필요하다. 유럽의 복지 국가 같은 경우에는 강력한 노동조합이 그런 역할을 했었다.

한국의 경우에는 그런 친 복지 세력이 될 수 있는 이들이 비정규직, 자영업
자 다. 현재 정규직, 비정규직, 자영업자가 3분의 1씩 차지한다. 그런데 정규직 노동자는 복지 국가에 대한 바람이 덜 할 것이다. 그들은 기업 복지도 어느 정도 돼 있는데다가, 시장 복지에 접근할 만한 여력이 되니까.

그런데 비정규직, 자영업자는 아무런
보호
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시장 복지에 접근할 만한 여력도 없다. 그들이야말로 복지 국가로부터 가장 수혜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조직이 없다. 이런 비정규직, 자영업자의 조직화가 시급하고, 더 나아가 이들의 정치 세력화가 필요하다.

이런 친 복지 세력의 선호가 정치 결정 과정에 제도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즉, 그런 친 복지 세력을 안정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정당이 민주당인가?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대표하는 정당이라고 말한다. 말이 중산층과 서민이지, 사실상 한국 사회의 구성원 대다수를 대표한다는 얘기다.

도대체 누구의 정당인지 헷갈린다. 모두를 대표한다고 자신의 정체성을 내세우는 건 실제로는 아무도 대표하지 않는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이 지금까지 해온 모습을 봐도 그렇고. 이렇게 비정규직, 자영업자와 같은 친 복지 세력을 대표할 수 있는, 포괄할 수 있는 정당이 부재한 상황에서 복지 국가 건설이 쉽게 될 리가 없다.

이런 포괄의 정치가 작동될 때 이른바 '사회적 합의'도 가능하다. 포괄의 정치가 없는 상황에서는 사회적 약자 누구도 테이블에 나가지 않는다. 테이블에 나가봤자 법제도로 이어지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아까 <복지 국가> 얘기를 하면서 강조했듯이, 포괄의 정치가 작동될 수 있는 정치, 제도 개혁이 중요하다.



묻지마 야권단일화, 혹은 야권연대, 빅텐트론 등에 내가 동의할 수 없는 이유가 정확하게 나와 있다. 그래서는 한나라당 고정지지자수가 약간 더 많은 지금의 상황을 이겨낼 수도 없고, 한국 사회의 정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조직화되지 않은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들은 투표에서 배제되어 있거나 '지역'이란 요소에 따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계층적으로 해체해야 정치가 진전을 할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참여정부 정도의 경제정책과 이명박 정부 정도의 경제정책을 가진 정권이 반복되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의 유산을 송두리채 부정하는 행태가 반복될 것이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자본주의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다음의 정태인 소장의 발언도 핵심을 짚고 있다.


전 세계가 칭송하는 핀란드의 교육 정책은 1968년에 가장 극우를 제외한 좌우의 정당이 모여서 합의한 것이다. 복지 정책이든 교육 정책이든 이런 정책의 일관성을 보장할 수 있는 합의의 틀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 정권이 바뀌면 전 정부가 해놓았던 것을 모조리 부정하는 식이다.

그런 점에서도 지금처럼 한나라당과 반한나라당이 대립하는 정치 지형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무현 정부를 봐라. 상대 정치 세력의 동의를 얻지 못하니, 5년 내내 방어만 하다가 정권을 내놓지 않았나. 대통령의 자질, 정당의 비전 다 중요하지만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상대방을 인정하는 정치 지형의 정착이 시급하다.



민주대연합이니 진보대연합이니 합당이나 선거연합을 논의하는 정치공학은 분명 필요하다. 선거에서 이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문제의식을 가지고 가느냐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그런 논의는 허망해질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이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선거에서 이긴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뭐가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당이 정권탈환에 성공하면 '우리편' 엘리트와 정치건달들에게 줄 밥그릇은 확실하게 보장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밥그릇 교체'도 몇 만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노동인구의 2/3를 차지하는 이들의 배제를 고민하지 않는 관성적인 정치권력의 교체가 계속 된다면 사람들은 그들의 밥그릇 문제에 무심해질 것이고, 더 이상 투표장에 나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당신들 때문에 역사가 뒤로 간다!!!"고 질타하는 꼴을 보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일이겠는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여하튼 긴 대담기사이지만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꼭 한번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와 연관지어 읽어볼만한 내 글로는 다음의 것을 추천한다.


정당 지지자의 계층 분포와 진보정당 운동



결국 내가 바라는 것은 '더 나은 민주주의의 작동'을 통한 '더 나은 자본주의'인 것이니, 장하준이 자신이 좌파가 아니라고 하는 그런 의미에서 나도 좌파는 아닌 것 같다.


파도

2010.12.05 18:26:35
*.100.93.193

전 장하준 선생 정도면 충분히 좌파라고 생각합니다. 현 체제의 옹호가 아니라 개혁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윤형님 정도면 또한 충분히 좌파라고 생각합니다. 유시민 정도는 되야 중도 우파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뉴녕

2010.12.05 21:24:08
*.149.153.7

뭐 부르는 사람 마음이기는 하죠. 규정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2010.12.05 20:28:52
*.137.162.28

비-한나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전부가 아니다. 정치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그런 얘기로군요.

좌파든 우파든 뭔 상관... 뭐 이런 생각도 듭니다.

하뉴녕

2010.12.05 21:27:10
*.149.153.7

2012년의 결과에만 연연하면 한나라당 지지층을 해체할 수 없고 정치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죠. 제도개혁도 그 범주에서 논의되고 있고, '합의'의 전통을 만들어 나가야 한단 얘기도 있고...

조실

2010.12.06 02:51:41
*.185.8.189

이 기사는 저도 강추! 당게시판에도 소개했지만, 최근 본 정치관련 좌담 중 가장 좋은 듯. 그리고 윤형님이야 엄밀한 의미에서의 좌파는 아니지요 ^^. 그런데 지금 우리 상황에선 그게 그리 뭐 중요한 건 아닌듯. 가령 나같은 경우, 지향점에서는 말그대로 '빨갱이'지만 실제 정책을 다루는 입장에선 '개량'도 아닌 그냥 '상식' 수준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

ddd

2010.12.07 21:35:22
*.128.42.139

이럴 시간에 경제학원론 책이나 보셈.

하뉴녕

2010.12.08 07:00:11
*.149.153.7

읽으면 님이 용돈 줌?

여름

2010.12.08 19:02:59
*.114.116.34

다당제에 승자 독식의 투표제도에서는 대연합을 통한 의석확보와 그를 통한 투표제도 개편 순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꺼 가튼데요 그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갈갈이 찟겨진 야당으로는 거대 한나라당의 독식 구조를 깰수 없고 자잘한 진보진영 정당들은 지리 멸렬해질께 분명한듯한데 어느세월에 개혁을 꿈꿀수 있을까요..

하뉴녕

2010.12.09 07:56:09
*.149.153.7

연합을 하더라도 저런 문제의식을 인정하고 그에 입각한 정치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실천을 해야 한나라당 지지층도 찢어발길 수 있다는 거지요. 민주당 기득권을 위해 그런 건 귀찮고 그냥 너희 조그만 잡탕들 우리에게 먹을 거 바쳐라 식의 연합이라면 (지금의) 한나라당과 (지금의) 민주당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일을 벗어날 수 없다는 거지요.

물론 금융위기 이후 민주당이 복지국가나 진보담론을 좀 더 적극적으로 꺼내들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긴 합니다. 그런데 그 수사가 어느 정도의 의지를 지닌 것이었는지는 일단은 FTA 문제에서 드러날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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