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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아이추판다 님이 너무 많은 글을 올리셔서 어디에다 트랙백을 달아야 할지 모르겠는데, 최신 포스트에다 한 번만 달기로 한다. (그리고 이 논란과 상관이 있는 얘기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나를 비판하는 것으로 보이는 socio 님의 포스트에도 트랙백을 달았다. 해당 포스트 주소는 http://socio1818.egloos.com/4059106 ) 참고로 역시 이 논란과는 별 관련이 없지만 문제의 인터뷰에 대한 내 개인적인 후기는 이것이었다.

2011/06/04 - [문화/생활] -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과 한국 사회? 


해당 인터뷰에서 아이추판다 님이 문제삼는 구절은 이것이다.


이진호 제가 다니는 인문학부에서 가장 인기 많은 학과가 심리학과예요. 지원하는 학생들이 선생님처럼 상담치료 쪽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데 막상 공부하는 건 ‘뇌의 신호’가 어떻다는 등 학생들 기대와는 다른 내용이에요.

정혜신 심리학을 공부하는 많은 사람이 상담을 통해 남을 돕고 싶어 하는 동기로 시작해요. 그런데 막상 뇌신경 분야 같은 기능적인 학문 쪽만 가르치는 게 사실이에요. 미국 정신의학계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렇다고 봐요. 유독 한국 사회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을 꺼리는 거 같아요.

이진호 선생님도 기능적인 연구에 한계를 느끼고 상담치료 쪽을 택한 건가요?

정혜신 그런 셈이죠. 현재 우리나라에선 상담분야 공부를 안 해도 정신과 전문의가 될 수 있어요. 수련의 과정을 약물에 의존해야 하는 만성적 정신분열증 환자가 있는 폐쇄병동에서 진행해요. 그분들은 기본적으로 상담이 불가능한 분들이에요. 상담보다는 약물치료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의사 탓만 할 수도 없어요. 약을 줘야 치료받았다고 생각하는 풍토도 문제죠. 마음이 아픈 분이나 치료하는 사람, 모두 좌절하고 있는 구조예요. 안타깝죠.
- 청춘상담 앱 "치유하세요, 그래야 더 잘 투쟁합니다."


 
이 아래 내용으로는 아이추판다 님이 문제삼을 만한 얘기가 나오지 않으니 이것만 인용해도 될 것이다. 그러면 먼저 아이추판다 님의 비판글들을 보면서 그 논지를 추려보자. 해당 글들은 다음과 같다. 

너 컴퓨터 공학과 나왔으니 내 핸드폰 좀 고쳐봐라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자들의 과거는 반복된다

그래서 어쩌라고?
 

미국의 맹목적 추종자들


정신분석학은 진보적인가?


편의상 이 글들의 논지를 스스로 정리해 보았다.

1) 이 글에는 제목 외의 논지는 없다.

2) 이 글은 과거 미국에서, 정신장애의 생물학적 기초를 무시하고 정신분석에만 집중했던 과오가 있었음을 설명한다.

3) 세 번째 글에선 심리학의 입장에선 임상/상담이 하나의 분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이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의 논지를 굳이 선의로 해석한다면 가) 뇌의 신호가 어떻다는 둥하는 것은 심리학의 '기초'가 아니며 나) 정신분석학이 심리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가 되는데 이 결론은 더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한다. 덧붙여 심리학과 교과서를 봐도 상담에 관한 부분이 있고 정혜신이 나온 연세대 심리학과 실험실을 봐도 14개 실험실 중 4개가 임상/상담 분야인데 뭐가 문제냐는 항변이 나온다. "아마 정신분석이 아니면 상담으로 치지도 않는 모양이지?"라는 질문으로 글이 마무리된다.

4) 네 번째 글에선 미국 심리학 교육의 상황이 언급된다. 미국 심리학 교육의 경우 학생들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 어려운 과학수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한국 심리학 교육도 그 길을 따라가고 있고, 인터뷰에 나온 주장이 그 길을 더 독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혜신 등이야말로 진정으로 미국의 맹목적 추종자가 아닌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5) 다섯 번째 글에선 왠일인지 진보적인 사람들이 정신분석학을 좋아하지만, "정신분석학은 원래 부르주아에 의한, 부르주아를 위한, 부르주아의 학문"이란 주장이 나온다. "정혜신만큼은 아니라도 정신분석을 받으려면 1회에 10만원이 훌쩍 넘는데 그것도 몇 년 동안 해야 된다. 효과는 둘째치고라도 비용면에서 도저히 일반 대중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라는 설명이 나온다. 



이상의 얘기들에 대해 내가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뭔가 불만이 있으신 것 같아 (인터뷰 내용과 판다 님의 글을 읽기 전에) 자리에 있었던 내가 맥락을 설명해드리겠다고 약속을 하긴 했는데 좀 막막하다. 인터뷰를 처음 시작하는 저 짧고 나이브한 인삿말에서 뭘 그렇게 많이 '추론'했는지 납득이 안 간다. 


판다 님의 일련의 글에는 적어도 세 개의 구도가 등장한다. 하나, 정신의학과 심리학의 구도, 둘,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의 구도, 셋, 정신분석학을 진보적이라고 착각하는 좌파들의 구도. 그런데 해당 인터뷰 내용이 과연 이 구도를 담고 있었는가? 이중에서 이해가 가는 구도가 있다면 첫 번째 구도 뿐이다. 정신과의사인 정혜신은 심리학에 관한 학생의 질문에 대해 한국 정신의학의 일반적인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심리학 전공자의 입장에서는 심리학의 맥락을 고려해주지 않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쁠 수 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인터뷰에 참가한 학생들이 뭐라고 참견하겠는가? 의대생이나 심리학과 학생이나 한 명 끼어있었다면 모를까, 애초에 관심사도 아니고 끼어들 필요가 없는 영역이다. 


판다 님은 인터뷰의 논지를 선의로 해석한다고 하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의 대립구도를 끄집어낸다. 그게 판다 님 블로그의 주요 화제임은 분명하지만, 그 화제가 남들의 담화에서도 언제나 중심화제가 되리란 법은 없다. 더구나 그러한 판다 님의 글 때문에 socio 님 등은 정혜신이 정신분석 담론을 설파한다고 '확신'한 채 글을 썼으니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저 인터뷰의 중심적인 화제는 단연 정혜신 박사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한 '상담'이었다. 정혜신은 국가권력에 의한 고문 피해자들과 상담을 한 경험을 토대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상담 프로그램을 제의하고 실행 중이다. 정혜신은 상담받아야 할 사람은 넘쳐나는데 상담할 사람은 별로 없는 '현실'을 지적한다. 노컷뉴스 인터뷰의 일부분을 보자.


▶정관용> 고문 피해라든지...

▷정혜신> 고문피해, 이런 과도한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 이렇게 항상 정치적으로 사회적인 맥락에서 생기는 집단적인 병입니다. 이것은 국가가 나서야 되고요, 사회에서 이런 맥락, 이런 데에서 발생하는 이런 질환들의 치유를 위한 기관들이 생겨야 해요.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것들이 있고요.

▶정관용> 예,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정혜신> 그런 센터들이 있지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만 진료하는 치유 센터, 그런 전문 기관들이 있지요. 

▶정관용> 그리고 특히 이번 케이스, 쌍용차와 같은 이런 집단적인 이런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그런 치유센터에서 예를 들어서 집단적으로 상담을 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고요?

▷정혜신> 그런 거지요. 그래야 되는 거지요. 그리고 이게 개인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워서 정신과에 간다거나 개인 의원을 가거나 그냥 개별적인 의사를 찾아서 가면 사회적으로 이 이슈가 갖는, 이 사람들이 겪은 이 맥락을 정신과 의사가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거나 그런 상황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지요. 그러니까 갔다가 포기하거나 접고, 이거는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문제로구나, 라고 다 접고, 혼자서 극단의 고통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지요.

▶정관용> 우리 사회에 그런 센터 같은 것을 만들자, 필요하다, 라는 문제제기가 그래도 있어왔을 텐데, 진척이 전혀 없습니까?

▷정혜신> 진척이 없네요. 아직. 지금 고문 피해자들이 이제 국가폭력, 국가공권력에 의한 개인에 대한 엄청난 그런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유발하는 거지요. 그 외국에는 그런 고문의 역사들이 각 나라마다 있으니까, 그런 센터들이 또 있지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치료하는 센터도 있고, 고문 생존자들을 치료하는 센터도 있고. 그런 거 우리가 오랫동안 이야기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고요, 최근에 제가 3년 동안 ‘진실의 힘’이라는 재단에서 이분들, 그 심리적인 외상을 치료하고 있었는데, 이분들이 중간에 예전에 과거 정권에 의해서 그렇게 간첩으로, 빨갱이로 몰려서 고문당한 분들이 재심청구를 해서 무죄를 받은 분들이 생겨나고 있지요.

▶정관용> 그렇지요.

▷정혜신> 보상금을 받으셔서, 그 보상금의 일부를 내서 지금 진실의 힘이라는 재단을 만든 거고요. 피해자들이 돈을 내서 치유를 위한 재단을 만들어서 지금 치유를 하고 있는 거지요. 그러니까 가해자는 빠지고. 피해자들이 남아서 치료까지도 우리가 알아서 해야 되는... 전문가들도 아닌데... 지금 그 일을 같이 하고 있는 건데요, 그런 좀... 슬픈 상황... 슬픈 현실...

▶정관용> 우리는 언제 이런 것을 할 수 있을까요? 

▷정혜신> 우리가 이런 얘기를 자꾸 하다
보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다른 나라에선 국가기관에서 책임져 주는 일을 피해자들이 돈을 내서 재단을 만들어서 치유를 하는 현실을 말하고 있다.  즉 정혜신의 문제의식은 정신분석학이 심리학을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있지 않고, 더 많은 상담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데 있다. 여기서 이진호 님의 질문을 다시 복기해보자. 


이진호 님의 질문은 활발한 상담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혜신에게, 학생들이 상담에 관심이 많지만 막상 심리학과에 가보니 그런 것을 별로 배우지 못하더라는 일반적인 경험에 대해 고백하는 것이다. 기사에서 좀 축약되긴 했지만 그의 원래의 질문의 맥락은 "심리학과에선 상담에 대해 별로 배우지 않던데, 정신과의사인 선생님은 어떻게 그런 것을 학습하셨나요? 정신의학 커리큘럼에는 그런 과정이 있나요?"라는 것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정혜신의 답변의 맥락은 "그런 건 의대에서도 딱히 배울 수 있는 건 아니고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은 스스로 따로 찾아서 공부한 것"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미국 정신의학계의 영향에 관한 얘기도 차후에 하긴 했다. "왜 한국엔 그런 과정이 없을까?"란 질문에 대한 대답의 차원에서. 


문제의 핵심은 이진호 님과 정혜신 님의 이 짧은 문답에서 훼손된 맥락을 위와 같이 추정하는게 더 상식적인지, 아니면 판다 님처럼 애써 세 개의 구도를 집어넣어 '선의'(?)를 추정하는게 더 상식적인지 여부다. 나는 굳이 나같은 참석자가 이렇게 길게 코멘트하는 수고없이도 위의 추정이 더 심플하다고 생각하는데, 판다 님은 그보다 훨씬 멀리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듯하다.  


그런데 판다 님의 추정엔, 그것이 내가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단순한 추정보다 너무 복잡하다는 것 말고도, 두 가지 정도 문제가 더 있다. 첫째는 정혜신이 얘기하는 상담이 온전히 정신분석 담론에 기반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정혜신이 약물치료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위 인터뷰만 봐도 오류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두 번째, 세 번째, 다섯 번째 글은 합리적 비판으로 수용되기 어렵다. 남은 것은 미국의 사례까지 자료로 포함한, 심리학과 정신의학의 올바른 커리큘럼에 대한 그의 문제제기일 것인데 이에 대해 정혜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위 인터뷰에서 등장하지 않지만 굳이 판다 님이 흥미를 가지고 있다면 직접 문의해봐도 좋을 것이다. 


해당 인터뷰에서 정혜신 박사에게 상담의 기술을 수련한 방법을 자세하게 문의해볼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 정신과의사들이 상담에 관해 학습할 경우, 관심있는 의사들끼리 모여 이것저것 세미나를 한다고 알고 있다. 의사들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체계를 선택할 것인가가 아니라 치료에 도움이 되는 뭔가가 있느냐는 실용적인 물음이다. 따라서 정신과의사들이 설령 정신분석담론에 관한 세미나를 통해 학습할 때라도 이 사람들이 정신분석학으로 심리학을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정혜신 박사는 인터뷰 중에 '정신분석'이란 단어를 한 번 정도 사용했는데, 인터뷰 중간쯤에 등장하는   "정신분석에선 ‘자기에서 멀어지면 병이 난다’고 해요."라는 말이 그것이다. 나는 이 말에서 아이추판다 님의 '대적'인 라캉의 냄새는 맡지 못했고 융의 분석심리학의 향기를 느꼈다. (요즘 글은 잘 모르겠지만 정혜신 박사가 십년 전에 한참 인물비평 시리즈를 연재할 때 사용하던 언어도 별로 정신분석학적이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노컷뉴스 인터뷰에 나오는 서술을 봐도 별로 정신분석담론의 영향은 보이지 않는다.) 뭐 판다 님이 "어찌됐든 정신분석은 사기고, 의사들은 융이고 라캉이고 그런 놈들 세미나를 하면 안돼!"라고 생각하시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건 의사들에게 가서 따질 일이다. 그리고 정신과의사들이 라캉을 주제로 세미나를 할 때라도, 그들이 '라캉주의자'로 변신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건 판다 님이 더 잘 알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혜신이 약물치료의 영역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위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복기해보자. 


정혜신 그런 셈이죠. 현재 우리나라에선 상담분야 공부를 안 해도 정신과 전문의가 될 수 있어요. 수련의 과정을 약물에 의존해야 하는 만성적 정신분열증 환자가 있는 폐쇄병동에서 진행해요. 그분들은 기본적으로 상담이 불가능한 분들이에요. 상담보다는 약물치료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어요.


 
이에 덧붙여 정혜신은 인터뷰 현장에서 "사실 상담치료가 필요한 건 우리가 흔히 '환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아니고, 여기 있는 우리같은 사람들이다."라고 얘기했더랬다. 이 말을 덧붙이면 좀 더 이해가 쉽긴 하지만, 사실 인용된 인터뷰 내용만 봐도 정혜신의 인식은 명확하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약물치료가 더 알맞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상담치료가 더 알맞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 지점만 읽어낸다면 아이추판다 님의 두 번째 글은 설자리가 없어진다.


하지만 아이추판다 님이 그간 정신분석학의 옹호자들을 비판해왔던 주요한 방식은, 정신분석이 심리학이 담당하는 모든 영역을 대체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상정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약물로 치료해야 하는 어떤 이들에게 정신분석학은 무력하기 때문에 그것은 사이비라고 결론짓는다. 판다 님이 정신분석학을 비판하는 모든 논거가 그릇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논증 방식은 설득력이 없으며 그 스스로 심리학vs정신분석학의 대립구도를 호출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던 짓을 그냥 정혜신에게도 해본 건데 문제는 정혜신은 라캉주의자가 아니라 그냥 상담치료를 열심히 하는 정신과의사에 불과(?)했다는 거겠지.


그리고 정신분석 담론이 진보적인지 보수적인지 따지기 위해 그게 돈이 얼마나 드는지를 따지는 맹구같은 짓은 안 했으면 좋겠다. 나는 특정한 담론이 그 자체로 진보적인지 보수적인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정신분석학은 원래 부르주아에 의한, 부르주아를 위한, 부르주아의 학문"이란 말은 타당할 수도 있는데, 나는 같은 식으로 치면 모든 학문과 예술이 부르주아의 것이라 생각한다. 판다 님이 말하는 방식을 보면, 어떤 얼치기 좌파가 "심리학은 먹고 살만한 나라에서나 발달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악랄한 부산물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연상될 뿐이다. 설마하니 그런 공격을 많이 받아봐서 화풀이로 그걸 정신분석 담론에게 되돌리려고 한 것일까? 상대방을 공격하는 논거가 있다면 그게 평소의 자기 주장을 지지하는지 지지하지 않는지 가리지 않고 무조건 가져다 써먹는 것도 판다 님이 가진 나쁜 습관 중 하나다. 


판다 님이 말하는 바가 옳다면, 우리는 한 교실에 6-70명을 몰아넣고 체벌을 동반하여 이루어지는 주입식 교육이 핀란드 공교육보다 '진보적'이라고 말해야 한다. 물론 나는 전자가 보수적이고 후자가 진보적이라는 견해에도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20세기 중반 한국의 실정에서 전자의 교육은 낮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용을 산출하는 합리적인 시스템이었을 수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에서 장하준이 이런 식으로 언급한다.) 그리고 '핀란드 공교육'이란 게 과연 한국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는지도 불명확하다. 뭐가 진보고 뭐가 보수냐는 물음은 적어도 이러한 상세한 맥락적 논의에서 답변되어야지, 판다 님 식으로 말하자면 답이 없다. 무엇보다 진보적이라고 해서 꼭 보수적인 것보다 옳은 것도 아니다.  


정신분석 담론의 지지자들이 오히려 미국의 추종자라는 진술도 가령 백분토론처럼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상대방을 타격해야 하는 공간에서 해볼만한 진술이긴 한데 토의에 큰 도움을 주는 주장은 아닌 것 같다. 가령 전경련과 참여연대의 싸움을 생각해보자. 전경련도 미국을 배우자고 하고 참여연대도 미국을 배우자고(소액주주를 위한 권리보장) 하는데 결론은 전혀 다르지 않던가. "한국 정신의학은 미국 정신의학의 영향을 받아 상담을 중요시하지 않지만, 실은 미국에 비해서도 상담이 훨씬 부족하다."라고 정리하는 것도 분명히 가능하다. (이를테면 정치/경제적인 담론에서도, 한국 사회가 미국을 본받아서 문제라고는 하지만 미국에서 작동하는 규제장치들만 들여와도 훨씬 '진보적'으로 변할 거라는 얘기도 공존한다.) 물론 판다 님은 한국 실정이 미국 실정보단 오히려 낫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는데, 나는 그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인식도 견해도 없으니 이쯤에서 물러나도 되겠다.   


 

대물

2011.06.10 17:06:18
*.228.192.223

박가분 : 남이하면 인맥질 내가하면 당파성

아이추판다 : 남이하면 관심법 내가하면 앨런소칼

mah0140

2011.06.11 13:06:49
*.38.62.67

대물// 앨런소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xiom

2011.06.17 00:38:47
*.76.71.110

해냈다 해냈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zpod

2011.06.16 14:50:55
*.199.254.123

조롱에 동조하시는거보니 자신만만한 것 같은데 트랙백 내용에 대한 제대로된 반박을 기대중...

지적하는 내용에 대한 핀트를 또 고의적으로 옮겨놓으시려나?

하뉴녕

2011.06.16 14:53:26
*.171.89.66

예 곧 쓸겁니다만...저는 판다 님이 제가 지적하는 부분에 대한 핀트를 (고의적으론 아니게) 옮겨놓았다고 생각합니다.

Bachmann

2011.06.16 16:51:41
*.201.146.205

그분은 언어에 대한 화용적 접근에 미숙하신듯. 저 사람들이 어떤 맥락에서 저 말을 했는지에 대해선 귀를 막은 채 혼자 이상한 맥락 집어넣는 모냥새가...

RE

2011.06.19 22:02:54
*.62.105.32

내 생각에 유효한 아이추판다의 비판은 2번째 글 정도까지. 정혜신이 심리학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고 보인다는 거지. 심리학이 과학적인 기반이 있기에 인간에 대해서 말할 수 있고, 또한 정신적인 여러 질병들을 고칠 수 있는거지. 이건 심리학과 정신의학을 착각했다고 보면 잘 설명이 되는데, 기초에 무지하다고 비판할 수 있는거지.

RE

2011.06.19 22:03:10
*.62.105.32

근데 거기서 "기초학문에 대한 진보진영의 무시"를 말하고, 정신분석의 진보성에 대한 비판같은 걸 하는게 에바인 거다. 전자는 두 마디 문답으로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걸 꺼냈고, 후자는 그야말로 정혜신의 영역이지. 정신분석학이 진보적이지 않다고 정신분석학을 하는 사람도 진보적이지 않은 건가? 정혜신이 그간 한국 사회의 문제를 그 나름대로 읽고 상담의 중요성에 대한 옹호, 칼럼 활동,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치료활동 같은 건 정혜신이 부르주아적인 정신분석학을 하고 있으니까 진보적인 활동이 아닌건가?

RE

2011.06.19 22:04:42
*.62.105.32

" '강남 심리카페'에서 정신분석가랑 앉아서 미국식 신자유주의 교육구조조정하고 과학 교육 개판치자고 시시덕거리는 이야기로 신문지상에 실리는 것보다는 나아보이는데?" 라고 말하는 아이추판다는 그럼 그동안 뭘한건가? 라깡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통한 신성한 과학적 방법론의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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