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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학생논단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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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좋은 것이 대한민국에도 좋은 것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삼성이 잘못되면 우리 사회가 잘못된다. 그래서 우리는 삼성이 잘 되도록 힘써야 한다.” 언젠가 ‘삼성 공화국’ 현상과 관련된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대기업 전문기자의 말이라고 한다. 문제는 그런 삼성이 이윤을 추구할 때 국민경제가 치러야 하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윤을 추구할 때는 사기업이지만, 막상 위기에 처하면 국민경제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국민기업’으로 변신하여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할 것이다.


재벌을 향한 두 가지 시선 ●

슈퍼 재벌’이 되어 버린 삼성에게 무엇을 바래야 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장하준과 같은 경제학자는 그나마 재벌들이 외국의 투기자본보다는 국내 여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재벌을 활용한 ‘사회적 대타협론’을 주장한다. 스웨덴의 경우에도 그런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기조를 구성하는 일군의 경제학자들은 주주자본주의의 원칙을 확립하는 재벌개혁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총수 일가의 전횡적인 권력을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용적인 입장에서야 주주자본주의를 강조하는 개혁으로 그들을 압박하다가 사회적 대타협이 이루어진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터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실제로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의 전략은 그들이 국민여론을 우선시하기보다는 권력을 통제하는 쪽을 택했음을 보여준다. 여론에 대해서도 여론에 우호적인 행동을 하기보다는 언론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유포해달라고 요구하는 쪽이 더 ‘싸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


내부직원의 제보만으로 강도 높은 비자금 조사를 한 후 총수를 구속시켰던 현대 비자금 사태 때와는 달리 검찰은 미적지근하게 반응하고 있다. 확률적으로 볼 때 이번에 검찰이 무언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삼성을 치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있는 증거는 과거 내부자의 고발뿐인 현 시국에서, 게다가 삼성이 증거인멸을 할 충분한 시간을 준 상황에서, 설령 특검제가 시행되더라도 밝혀낼 것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검제를 추진하는 여야 각 정당 역시 삼성의 돈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할 테니까 말이다.

삼성은 이 모든 사태에 대한 관리비용이 사회적으로 올바르게 처신하기 위한 비용보다 ‘싸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삼성이 변할 수 있는 순간은 오직 그 ‘싸다’는 판단이 ‘비싸다’로 변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하다. 우리는 그들의 판단을 교정하기 위해 설득하거나, 지속적인 비판을 통해 실천적으로 그 관리비용이 더 들도록 만들어야 한다.


삼성이 알아야 할 것 ●


삼성은 그들의 ‘오묘한 인력관리 능력’이 김용철 변호사를 통제하지 못한 점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한다. 조직론의 관점에서 봐도 삼성의 상황은 좋지 않다. 노조 없이 높은 연봉만으로 인력을 관리한다던 그들의 오묘한 시스템은 평생 고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십 수 년 근무한 연구 인력이 다른 기업에 삼성의 기술을 팔아넘긴다면 개인의 입장에선 더욱 ‘합리적인’ 선택이다. 시장의 원칙은 무제한적인 이윤추구가 아니라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행위를 하라고 가르친다. 삼성은 자신들만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윤형 서울대 인문 01 (대학내일 3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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