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 돌베개(2007)
1. 구성
프롤로그 <단성소>를 마음에 새기며 -p9
성공한 나라, 불행한 국민 -p20
선진통상국가, 박정희 대통령의 유산 -p27
사회투자국가, 지구촌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 -p43
비전 2030, 사람이 희망이다. -p52
대한민국, 진화는 계속된다 -p64
전통적 복지정책과 사회투자정책 -p83
사회서비스시장과 일자리 창출 p-98
책임성 있는 진보, 일관성 없는 보수 -p120
의료급여제도 혁신 -p133
약제비 적정화와 한미 FTA -p154
건강투자정책 -p176
파랑새플랜 -p192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국립서울병원 -p202
시한폭탄 국민연금 -p212
공적개발원조(ODA) -p233
민주적 리더십 -p249
에필로그 -p263
<대한민국 개조론>은 국민이 대한민국의 왕임을 역설하는 프롤로그, 대한민국이 선진통상국가과 사회투자국가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본문, 이 책을 겨우 한달만에 썼다는 것을 자랑하고 기타 신변잡기를 늘어놓은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 내용은 전반적으로 우리는 선진통상국가와 사회투자국가의 길을 '동시에' 갈 수 있는데 한나라당은 전자만 가자고 하고 민주노동당은 후자만 가자고 한다. 멍청한 것들이다, 둘다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우리가 제일 똑똑하다,로 요약될 수 있다. 거창하고 비장한 프롤로그와 본문 내용이 지니는 중대성을 감안해 보면, 이 책의 내용은 선진통상국가는 무엇이며 사회투자국가는 무엇인지, 우리가 왜 그 길을 가야하는지를 세심하게 논의하는 것이었어야 마땅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책 안에 그런 거 없다. 선진통상국가에 대해서는 “선진통상국가, 박정희 대통령의 유산”이라는 챕터에서만, 즉 p27에서 p43까지만 논의되어 있다. 그런 논의를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하 내용은 모두 사회투자국가에 대한 내용이다. 그러면 사회투자국가에 대해서는 섬세하게 기술했는가?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챕터 제목을 훑어보면 이 책의 흐름이 “책임성 있는 진보, 일관성 없는 보수”라는 챕터에서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사회투자정책이 무엇이고, 거기에 기존정당들은 동의를 안 한다, 뭐 이런 얘기까지 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책은 계속되고 있다. 이하 챕터들은 자신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취했던 조치들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글들에 불과하다. 물론 그 조치들도 유시민 본인이 주창하는 ‘사회투자국가’의 각론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보이려면 책을 좀 유기적으로 쓸 것이지. 한달만에 썼다는 거 티내는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발전방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권)인(물)의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한나라당 전 정책위의장 박세일이 쓴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과 비교할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박세일의 책이 서문에 쓰여진 목적에 훨씬 충실하다. 박세일은 서문에서 자신은 대략의 아웃라인만 그릴 것이고 기타 세부적인 내용은 후학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혀놓았다. 그리고 과연 그 선언대로 사회 전반적인 문제들에 대한 아웃라인을 그린다. 유시민 책이 그보다 더 재미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급여제도 혁신”과 “민주적 리더십”까지, 즉 p133에서 p249는 구체적인 내용이라 박세일의 딱딱한 논증에 비해 훨씬 잘 읽힌다. 정책실행자의 뒷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고,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유시민은 그 개별적인 사안들을 전체적인 구성의 틀에 녹여내는데 실패했다. 이 사안들이 어느 정도 사회투자국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어느 분야에 해당하는지를 정리하지 못한다. 사실 본인이 책임졌던 보건복지부 업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정리할 수도 없다.
유시민은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에 이르기까지 가장 재능있는 교양도서 저자군에 속했다. 그가 이런 ‘야부리’ 수준의 책을 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한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뭔가 사람을 숙연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 참여정부는 정말 신기한 정부다. 참여한 사람들은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고 아득바득 우기는데, 거기 들어간 지식인들은 다 망가졌다. 시인의 감수성은 잔인해지고, 산문가는 멍청해졌다. (멍청해진 사람이 여전히 글을 잘 쓴다는 건 정말 사회적으로 해로운 일이다.) 어떻게 5년만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의문은 끝이 없지만, 일단 이 책의 내용을 내용별로 정리해보자.
하여간 영악한 양반입니다. 이 양반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한국 정치에서 흥미로운 요소가 아닐지. 김민석 처럼 큰 실책 하나 저질러서 매장되지 않는다면, 역사에 큰 해악을 끼칠 재능을 많이 갖춘 사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