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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8851


“누구를 위한 진리인가?”라고 물은 것은 니체였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노무현과 이명박이 조금도 다르지 않단 말야?”라며 대답을 강요하는 이들을 보면 내게 떠오르는 말이 그거다.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 차이가 있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므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차이를 느끼는 건 누구인가


미네르바 구속과 김제동의 하차에 위축되어 여론조사 때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차이가 크다. 한편 김대중 서거에 대해서 한마디 하지 않고 이영애 결혼 소식을 두고 “돈을 벌어야 할 이유를 잃었다”고 상심해 하는 최저시급 노동자들에겐 차이가 별로 없다.(한겨레신문, <사천원 인생>에 나오는 에피소드)


참여정부 시절 정부 광고 수주와 공기업 광고 수주가 가능했던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오마이뉴스에겐 정말이지 하늘과 땅 차이다. 하지만 도대체 왜 저 진보언론들이 선거 때만 되면 진보정당을 외면하는지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는 이들에겐 별 차이가 없다. 유시민의 항의에 대한 한겨레신문의 조속한 사과에서 드러난 사실은, 우리가 무시당하는 이유는 ‘몰상식’의 문제가 아니라 ‘돈’의 문제라는 거다. 우리는 광고를 흔들면서 윽박지르는 삼성은 물론 다수의 노무현 지지자들에 비해서도 ‘돈’이 안 되는 존재들인 거다.


‘잃어버린 십년’ 동안 정부 보조금을 받았던 일부 시민단체들, 꼭 돈 문제만이 아니더라도 자신들의 발언이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경험했던 원로 민주화 운동 인사들에겐 그 차이가 실로 뜨거운 금성과 싸늘한 명왕성의 차이다. 하지만 보조금과 별 상관이 없는 영세한 운동단체 활동가들에겐 별다른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5+4 연대라는 곳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원로들이 군소정당들의 자살을 종용한 이유를 굳이 유물론적으로 분석한다면 그렇다.


노파심에서 변명한다. 나는 이명박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일이라 믿는다. 참여정부가 광고를 군소언론에게 분배한 것은 정당했으며, 다만 정권 말기에 한미FTA 광고 폭탄을 투척하여 진보언론들을 길들이려 한 것이 쪼잔했다고 믿는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시민단체에 보조금을 준 것은 타당했으며, 다만 정권 말기 한명숙 총리가 시위에 연루된 단체에 대한 보조금 삭제를 승인한 것이 치졸했다고 믿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이에겐 이런 일들이 ‘모르는 일’이거나 ‘딴 세상 얘기’라는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차이라는 것은 ‘관념적인 것’이다. 중간쯤 사는 이들이 보기에 저 절대악 한나라당 앞에서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차이라는 게 ‘한낱 관념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너희들 좌파는 민중을 위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민중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반한나라당의 길로 나서야 하지 않겠어?”라는 윽박지름은 십 년이 넘게 들어왔다. 민중이라, 소수의 권력자 제외하고 다수의 노동자/대중이 비슷비슷하게 살던 수십 년 전에는 의미가 있는 개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또다시 그 질문을 해체한다. 민중, 국민, 시민과 같이 ‘보편적인’ 개념들이 ‘특수한’ 정치적 성향이나 계급적 위치를 지닌 사람들을 위해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이 우리에게 충고한다. 자신과 지지자의 이념에 얽매이지 말고 국민을 위해 정치하라고. 여기서 ‘국민’이란 ‘모든 사람’이 아닌 단일화를 염원하는 특정한 이들에 불과하지 않은가? 세상에 나는 국민이 아닌갑다. 그래서 물을 수밖에 없다. “네가 말하는 것은 어떤 국민(혹은 민중, 또는 시민)이냐?”


물론 ‘민중’이 죽어나간다. 4대강 사업이란 놈 때문에, 낙동강에서 골재 파먹고 살던 이가 자살하고, 팔당에서 친환경농업하던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스님이 죽고 신부가 삭발해도 꿈쩍도 안 한다. 재작년 용산에서는 다섯 명의 철거민과 한 명의 경찰이 죽었다. 하지만 지역민 중에선 4대강 사업이란 것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 무엇보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사람은 죽었다. 노동자 농민이 분신했다. 지금의 분신은 권력에 항거하는 마지막 실존적 외침이고, 그때의 분신은 대통령이 만만해 보여서 정권을 흔들려고 한 거라고 얘기하지는 못할 거다. 근데 그땐 그런 식의 조소도 들렸던 것 같다. 예전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자.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위치, 그리고 진보정당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얘기는 통계적 근거가 부족해서 뇌내망상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얘기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고 다만 구체적인 수치는 달라질 수 있는 가설이라 생각하고 싶다. 하려는 얘기는 한국의 유권자를 100으로 볼 때 민주당과 한나라당, 그리고 진보정당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다.


민주당의 지지층을 20~30으로 본다. 한나라당의 지지층을 30 정도로 본다. 경험적으로 볼 때 민주당 지지층이 실망했을 때 이탈의 폭이 크다. 그렇다면 무당파를 50~60으로 계산해야 할까. 안이한 분석이다. 전혀 다른 성격의 두 개의 무당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당파 중에는 가장 정보가 많고 의식화된 시민이 있는가 하면, 가장 정보가 적고 관심이 없는 시민도 있다. 전자를 유동투표층이라 이름짓고, 10~20이라 가정해 보자. 이제 선거에 참여하는 이들을 합산해 보면 70이 된다. 이는 2002년 대선 당시의 투표율이었다. 투표율은 1987년 89%로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낮아졌는데, 내 생각엔 지금의 양당체제로 동원해낼 수 있는 최대치가 70에 들어맞는 것 같다. 


누군가를 민주당 지지자나 한나라당 지지자로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역, 세대, 이념, 계급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역이다. 콕 집어 말하면 영호남 지역주의다. 영호남 인구 비율을 말할 때는 원적지 인구를 따지는데, 해방 직후 인구를 통해 그것을 추산한다. 영남이 30%정도로, 호남이 20~30%로 알려져 있다. 이것만으로도 절대값으론 떨어지지만 물론 그렇게 단순하진 않을 거다. 다른 요소가 보강해 주기 때문이다. 그 보강의 양상은 크게 두 가지로, 영남 사람이 이탈한 자리를 다른 요소를 통해 채운다거나, 영남 사람이 김대중/노무현/민주당을 여전히 미워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세대로 말하자면 한나라당 지지자는 60대 이상에, 민주당 지지자는 30~40대에 집중된다. 세대는 흔히 이념과 결부된다. 여기서 말하는 이념은 ‘북한 문제’다. 한국 사회에서 시민권을 획득한 이념 문제라는 게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냉전이념과 탈냉전이념의 대립, 좀 더 단순화시켜 말하면 북한체제를 타도의 대상으로 보느냐 대화와 협력의 대상으로 보느냐다. 60대 이상은 햇볕정책을 경멸하고, 30~40대는 햇볕정책에 안도한다. 마지막으로, 계급. 부르주아 계급은 반드시 한나라당을 지지한다. 반면 중간쯤 사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한나라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의 ‘전형’을 호출해보자. 한나라당 지지자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60대 이상의, 햇볕정책에 반대하는,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에 거주하며 대출을 끼고 집을 사 고금리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민감한 사람이다. 민주당 지지자는 호남 출신이지만 말쑥한 서울말을 쓰는, 30~40대의, 햇볕정책에 찬성하는, 집 한 채 가지고 있거나 전세에 살면서 자녀를 서울대 보낼 생각에 골몰하는 교육정책에 민감한 사람이다. 물론 이 ‘전형’은 확률적 전형은 아니다. 한나라당이 존속하려면 이보다 훨씬 못 사는 사람의 지지도 받아야 하고, 민주당이 대변하는 계층도 지역을 넘어서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아까 말한 10~20의 유동투표층은 어디에 위치하느냐다. 눈치챘겠지만 나는 민주당 지지층이 이탈을 할 때 이 유동투표층에 흡수된다고 보고 있다. 유동투표층은 따로 계산해 내야 할 필요가 없다. 민주당 지지자의 전형에서 ‘호남’이란 값을 지우고 ‘수도권 거주’라는 값을 입력하면 이들의 모습이 나온다.


진보정당의 지지층은 어디에 있는가


도대체 진보정당 얘기는 어제 나올건가 궁금할 텐데, 이 얘기의 결론은 진보정당의 지지층이란 것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보정당의 지지층은 이 유동투표층에 속해 있다. 민주노동당이 2004년에 거둔 놀라운 성과인 15% 정당지지율을 살펴보자. 당시 투표율이 60% 정도였으므로 이 값을 우리의 백분율로 번역하면 9가 된다. 참여정부가 민주당 이탈층을 모두 흡수한 가운데 나머지 유동투표층을 독식하면 그 값이 나온다. 물론 2002년 대선 권영길의 3.9%와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노회찬의 3.3%처럼 어지간해선 흔들리지 않는 열혈 지지층도 있다. 이 값을 번역하면 2 정도다. 그러나 이 값조차도 계층적으로 볼 때는 유동투표층과 비슷하다. 


“어떻게 증명할 거냐?”라고 물을 거다. 지금 한 얘기들은 강준만, 우석훈, 손낙구,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논의들을 내 멋대로 짜깁기한 것인데, (손낙구가 없으면 좌파들 쪽팔릴 뻔 했다.) 논의에 무리가 있을 테고 그 책임은 내게 있다. 하지만 한국 정치학자들이 게을러서인지, 내가 생계형 글쓰기에 급급하느라 공부를 못해서인지, 민주당 지지자와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더 정교한 얘기를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일단 가설을 던져놓고 정황증거들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2002년 유시민이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에서 한 분석을 인용한다.


“'노무현 바람'은 기성 정치의 사각지대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연말 이후 봄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노무현은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 학력별로는 대학 재학 이상의 고학력층, 소득 계층으로는 월수입 2백만원 이상, 성별로는 남자, 직업별로는 화이트컬러와 전문직 유권자들에게서 처음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으며 출발했다. 이들은 정치에 냉소적이거나 무관심하며 투표율이 낮은 집단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 정치 거부는 '더 많은 민주주의와 보다 효율적인 개혁'에 대한 그들의 열망의 표현이었다. 그들은 이 열망을 지속적으로 배신한 낡은 정치를 거부했을 뿐이다.

이들이 노무현에게 높은 지지를 보낸 것은 그에게서 새로운 대안을 조직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의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반면 '저학력, 저소득, 고령층, 생산직과 서비스직'의 서민들은 국민통합과 민족화해, 권력문화의 혁신과 새로운 동북아 질서 구축 등 그가 내세운 정치적 가치와 목표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서민 후보를 자처하는 노무현이 아니라 귀족 이미지를 가진 이회창이 서민층의 지지를 받는 역설은 이렇게 해서 발생한 것이다.“


세대와 소득을 살필 때 8년 전 이야기임을 유의하라. 유시민은 그들 지지층을 ‘신주류’나 ‘여론주도층’으로 지칭하는 등 참으로 난감한 자뻑을 보여주긴 했으나, 현상은 제대로 짚었다. 우리가 경험적으로 만나본 노무현 지지자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상이 잡힐 것이다. 문제는 진보정당 지지자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다. 노회찬은 식당에 갔을 때,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는데 나중에 온 식당주인이 알아보더라는 얘기를 한다.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TV에서 본 박근혜 밖에 모르더라는 것이다. (꾸리에, <진보의 재탄생-노회찬과의 대화>에 나오는 에피소드) 우리는 역시 경험적으로, 이런 일화가 어떤 경향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임을 알고 있다.


서두에서 나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차이를 느끼는 건 누구인가?”라고 되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이 우리에겐 잘 떠오르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실은 우리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차이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 계층이라서가 아닐까.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저 엄청난 정체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지자들은 심정적으로 ‘우리’를 ‘저들’의 편으로 단정짓고 후보 단일화를 강요한다. 어째서일까. 실은 ‘우리’가 ‘저들’과 크게 다른 종자가 아님을 본능적으로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는 말한다. 변화된 환경에 맞춰 진보도 변화해야 하고, 좀 더 ‘큰 물’로 나아가야 한다고. 좋은 얘기고, 옳은 얘기다. 그런데 이 얘기 뒤에 따라와야 할 문제의식은 이런 거다. 도대체 뭐가 변했고, 진보가 어떻게 변해야 하며, 그래서 우리가 나가야 할 ‘큰 물’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진보를 비판하는 사람은 ‘이념의 교조성’에서 그 답을 찾는 것 같다. 물론 이념이 지나치게 교조적이라면 현상분석에 장애가 될 수 있다. 근데 이념을 유연하게 한다고 해서 한미FTA에 동의해야 하느냐를 묻는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다. 이념을 유연하게 하면 영세 자영업자도 노동자와 비슷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걸 바득바득 아니라하고 더 이상 노동자가 없다고 하는 관절이 굳은 교조주의자들이 바로 신자유주의자다.


남들더러 계급을 배반하는 투표를 한다고 비판하지만, 어찌보면 진보정당 지지자야말로 ‘계급을 배반하는 존재’다. 가령 글줄이나 팔아먹고 사는 나를 생각해보자. 내 글 독자성향을 생각해 볼 때, 참여정부의 ‘상대적 진보성’이나 노무현이란 캐릭터의 매력에 대해 조금만 더 파스텔풍으로 그려도 먹고 살기가 더 편할 거다. 미욱한 나조차 그럴진대 노회찬이나 심상정 같은 훌륭한 정치인들이 받는 압박이 어떨지는 차마 상상이 안 간다. 


노회찬의 진보대연합론이나 심상정의 제3정당론 등은 앞서 내가 말한 유동투표층을 염두에 두고 있다. 2에서 벗어나 과거 민주노동당이 성취했던 9로 가자는 논의(진보대연합론), 더 나아가 민주당 이탈층까지 흡수해 20까지 만들어 역시 20이 된 민주당과 쇼부를 보면 승산이 있다는 논의다(제3정당론). 주대환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3당의 지지층이 같으니 합당하는 게 옳다고 거든다. 지지층이 같다는 건 지금 내 얘기기도 하다. 심상정은 진보신당의 정체성이 ‘반 노무현, 반 민주노동당’ 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내 생각도 그렇다.


그들의 광장이냐, 우리의 광야냐


먼저 현실론의 관점에서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구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국민참여당은 그런 민주당과의 지지층 경쟁에 더 관심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당과의 연합에서 대성공을 거두었으니, 진보신당에 관심가질 이유가 없다. 특히 분당 과정에 민주노동당이 받은 ‘상처’는 진보신당을 정상적인 경쟁자로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의 통합을 바라지 않는다. 멸절시킨 후 흡수하는 쪽을 선호할 것이다. ‘분당 5적’은 척살하고, 나머지 인원은 반성문을 써서 오면 받아준다는 것이 그들의 심리일 거다.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래서 정말로 반성문을 쓰고 들어가겠다는 것인가?


본질적인 부분도 있다. 진보정당이 대변해야 할 것은 적어도 사회적 약자다. 한국 사회의 부르주아들은 악착같이 한나라당을 찍는다. 중간계급들은 민주당을 찍거나, 진보정당들을 찍거나, 정치에 관심을 가진 채로 주변에서 관망한다. 그들의 20대 자녀들은 투표를 안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언제나 그랬고 한국 사회가 ‘모범’으로 보는 미국 사회도 그렇다. 그 아래 계층들은, 영호남 지역주의에, 냉전이념이나 그것에 대한 과잉된 공포에, “너희들이 투표 안 해서 나라가 망한다.”는 386세대의 20대들에 대한 ‘투표 안 하면 정박아’론에 포박되지 않는 이상 투표를 하지 않는다. 투표를 할 겨를이 없거나 정치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다. 무당파 층의 다른 버전이다. 이들은 투표소외층이라 불려야 한다. 정치가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여러 종류의 이데올로기에 포박된 ‘서민’에 비해 차라리 더 우월하다.


유시민은 87년 이전의 통합으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개인적인 소망에 따라 20년 30년을 거슬러 갈 수는 없다. 그건 그 시절의 진보, 박제된 진보, 교조적인 진보다. 주대환 논리를 좀 더 나아간다면, 결국 유동투표층은 민주당 지지층과 계층이 같으니 민주당과도 합당하는 것이 옳다. 그걸 이 시대의 진보라고 볼 수는 없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당이 필요하다는 신념을 지닌 2를 제외하면, 우리에게 표를 던졌던 나머지 유동투표층은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한 용도로 우리를 활용한다. 민주당이 ‘중산층, 서민을 위한 정당’이란 자신들의 모토에서도 이탈하자, 민주당이 지키기로 했던 그 약속을 우리에게 지켜내라고 하는 것이다. 2005-2006년의 민주노동당이 별도의 의제를 설정하지 못하고 4대개혁입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급진적 열린우리당’이 된 건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지지층은 후보 단일화의 압력을 넣는 그 지지층이지, 우리 시대에 맞는 탄탄한 진보정당을 위한 지지층은 될 수 없다.


나는 이 섹터는 민주당 이탈층을 노리고 나온 국민참여당과, 학력에만 차이가 있지 소득은 중간계급화한 민주노총을 기반으로 한 민주노동당이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믿는다. 그 섹터를 두고 아웅다웅할 거라면 진보정당이 따로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해산하고 민주노동당에 가든, 국민참여당에 가든 그건 자신의 선택이다. 글줄이나 팔아먹고 사는 쁘띠 리버럴 주제에, 지가 몸 던져 운동할 것도 아닌 주제에, 인생을 운동에 바친 선배들에게 더 힘든 운동을 권유하는 지금 내 마음은 편하지 않다. 다만 나같은 놈도 돈이 되는 글과 안 되는 글을 동시에 쓰고 살며, 이 글은 후자의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을 변명으로 붙일 뿐이다.


가슴아픈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여, 설령 내가 사랑하는 정치인들이 민주당으로 간다고 해도 나는 그들을 축복할 것이다. 나는 그들이 출중한 능력이 있음을 알고, 그들이 가장 훌륭한 보수 정치인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이 ‘새로운 진보’라는 이름을 쓰는 것만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건 진짜로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을 할 사람들을 막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유시민에게 당했던 그것을, 또 누군가에게 물려준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심상정은 진보에게 산에서 내려와 광장으로 나가자고 말했다. 그런데 그녀가 나가고자 하는 광장은 내가 민주노동당을 떠날 때 동의했던 그 사람들이 있는 광장이 아닌 것 같다. 남들이 닦아 놓은 그 광장에 우리도 들어가 아웅다웅 경쟁해보자는 것 같다. 가설정당인 진보신당이 2년 동안 제 정체성을 만들지 못했다는 건 사실이다. 거기엔 내 책임도 있고, 그녀 책임도 있을 거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를 대변해야 하는가?”라고 물어야 할 문제를 정치자영업자들의 정체성과 이합집산의 문제로 그릇되게 환원할 수는 없다. 차라리 아무도 돌보지 않았던 광야로 나가자고 했으면 좋겠다.


노회찬은 노조가 대변하지 않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을 위한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었다. 멋있었다. 내가 아는 것쯤은 그도 다 알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계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과 유동투표층의 이하에 있는, 저 30에 해당하는 투표배제층을 만날 기회를 못 찾는다. 민주노총 뒷다리를 붙들고 “민주노동당만 사랑하지 말고 나도 사랑해 주세요!”  외치는 동안 비정규직 연대기금은 쓸 곳을 찾지 못하고 쌓여간다. 민주노총이 한국 사회에서 그나마 비정규직 투쟁을 열심히 하는 단체라는 건 나도 안다. 문제는 진보신당이 민주노총에 일말의 기대를 가지는 한, 스스로 투표배제층을 만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진보정당들의 배후에 있는 유일한 대중조직이 ‘귀족노조’라 불리는 민주노총 뿐이란 것은 우리에게 절망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보정당을 접을 수는 없다. 


진보정당 다운 진보정당을 위해


진보신당의 당원과 지지자들은 나름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혹자는 이들이 노회찬 심상정보다 유시민을 좋아하는 현실을 투덜거린다. 2008년 촛불 이후 들어온 당원들의 성향이 그랬다. 하지만 그후 2년이다. 빠져나갈 사람은 다 빠져나갔고, 남은 사람은 또 조금은 변했다. 한편으로 이 새로운 당원들은 민주노동당과 통합해야 할 이유를 모르고 ‘도로 민주노동당’이 된다면 안 따라갈 거라고 말하는 당원이기도 하다. 유시민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당내 명망가들이 당원들의 숫자를 자신들 정치협상의 지분 취급하는 것을 유쾌해 하지도 않을 거다. 만일 그런 짓을 한다면 유시민이 개혁당을 팔아먹은 것을 욕할 수가 없다.


당의 지지자와 대변하려는 사람이 다르다는 그 ‘계급 배반’의 상황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설정당의 틀을 벗고, 당원들과의 합의를 통해,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을 만드는데 동의하는 모든 사람을 그러모아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정체성이 분명해야 오히려 당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당원들의 자부심이 분명하면 지인에게 설득할 수 있고 당원은 늘어나고 당비수입도 많아진다. 생활환경이 비슷한 민주당-국참당 지인들이 단일화를 종용해도 “우린 대변하려는 사람들이 달라. 그리고 너희 표를 뺏으려는 것도 아냐.”고 말할 수 있다. “설령 너희 표를 빼앗는다 해도 장기적으로는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될 거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것이 정체성을 세우는 길이지, 인위적인 정치협상이 정체성을 세우지는 않는다.


지지층을 점검하되 실제로 투표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만나고 배려하고 대변하는 구체적인 활동들을 시작해야 한다. 부부가 매일 10시간 넘게 일해서 월 150 정도를 버는, 사실상 최저노동시급에도 못 미치는 벌이를 하는 자영업자들, 가사노동과 비정규 노동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들, 사용자가 누구인지 도통 알 수 없는 파견/도급 노동자들, 최저시급 알바를 전전하면서도 본인이 문화생산자나 사장님이 될 수 있다고 꿈꾸는 청년들 등을 구체적으로 호출하고 접근해야 한다. 노동조합 조직에 비해 훨씬 지난한 일이다. 하지만 척박한 땅이라고 씨앗도 뿌리지 않으면 어떻게 추수를 꿈꿀 수 있겠는가.


이 시대, 변화된 환경과 변화된 자본주의에 적응하는, 앞으로 살 날이 많이 남은 사람들을 위한 진보정당은 그런 모습이 되어야 할 거다. 당이 그런 모습이 될 수 있다면 야권 단일화론자들의 욕을 감수하는 것쯤이야 별 일이랴. 각자 가진 능력을 동원하여 진보정당을 위해 일할 마음이 생길 것이다. 선거연합 전술 따위의 문제는 그에 비하면 훨씬 부차적이다. 이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기는 한데, 글이 너무 길어졌으니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자. 


남이사

2010.06.16 21:06:15
*.134.71.180

아~^^;;ㄳ...

남이사

2010.06.16 21:11:52
*.134.71.180

사실 이런글 쓰는 제일 큰 이유가 소위 '원적지'를 분석단위로 삼아서 분석하는게 제가 보기에는 문제점이 많아 보여서예요...

악명높은 사무엘 헌팅턴의 저서가 이라크, 아프칸전쟁을 예측했다기 보다 자기충적적 예언이라고 비판 받는것과 비슷한 맥락이죠...

남이사

2010.06.16 21:20:37
*.134.71.180

아.. 사회과학 방법론 부터 시작해서 뭔가 길게 쓰려고 했는데.. 뭔가 저혼자.. 오바하는 느낌이네요...

사실..위에 글이 특별히 틀린 이야기 한것도 아니고.. 레디앙 글보다가 불편한 구절이 있어서 지적했다가 좀.. 욱해서 쓴글이긴 한데... 죄송합니다...

남이사

2010.06.16 21:35:36
*.134.71.180

아.. 그래도 이거 하나는 지적하고 싶은데요... 미국 사회과학이 미국 사회현상을 대변해 왔기 때문에 오늘날 사회과학 형태를 띄는건 아니예요... 현대 행정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허번트 사이먼 같은 경우에도 사회현상내부에 존재하는 아포리아를 철저하게 배제하는 방식으로 사회과학의 토대를 마련했지요.. 이런 작업들이 소위 행태론의 토대를 이루게 되었고요..

그냥 그렇다고요...

ㄴㅇㅅ

2010.06.16 22:09:08
*.57.162.61

정량적분석이든 정성적분석이든, 적시적소에 잘 하면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윤형씨의 경우는 그냥 정성적 분석을 잘 하면 될 것 같은데, 어설프게 통계분석을 가져다 쓰는게 문제라면 문제겠지요. 전반적인 논조는 좋다고 봅니다만..

하뉴녕

2010.06.16 22:12:52
*.49.65.16

이건 글을 잘 쓰려는 욕심이 있는게 아니라 내부노선 논쟁을 위한 글이기 때문에...정 필요하다면 어설프게라도 해야지요. 물론 다른 분들이 안 어설프게 부기해 주시면 훨씬 좋겠습니다.

하뉴녕

2010.06.16 22:10:21
*.49.65.16

남이사//

아 이전 덧글까지 조회해 보고서야 레디앙 덧글에서부터 무슨 말씀하시려는 건지 이해를 했습니다. -0-;;

근데, 동의는 못 하겠습니다.

지역을 갈등의 축으로 삼은 정당 형성이 '불건전'하다는 것과, 지역이 갈등의 축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겠죠. 혹은, 그게 '불건전'하기 때문에 '언급'하지 말아야 '바른' 논의가 생긴다? 그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식이 됐든 유럽식이 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있는 건 있다 하고 없는 건 없다 해야죠. 제사지내면서 제 집안 기억을 최소한 100년은 가져가는 문화가 있는 땅에서 지역문제 얘기하면서 원적지를 따질 필요가 없다니 어느 나라를 사세요?

개인적으로는 지역주의가 "만들어진 현실"이라는 데에 가장 동감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지역주의를 '영남포위'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 다른 갈등축을 대변하는 정당의 구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지역주의에 대한 극복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는 건 있는 겁니다....ㅡ.,ㅡ;;;

김태경

2010.06.16 22:44:49
*.221.202.16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사다연아

2010.06.16 23:53:04
*.140.158.196

이 이게 그 열패당의 출사표인가요. 혹시 생각해 놓은 당명이라도 있는 지요. 괜히 '잉여'가 들어가야 될 것만 같은 압박이...-.-;;

레이

2010.06.17 00:46:51
*.36.229.151

진보정당이 대변해야할 어둠속에 버려진 나머지 30의 블루오션을 찾아 떠나야 승산이 있지, 지지자들이 겹치고 이미 나올사람들은 다 빛의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겨냥하면 평생 한나라당이나 민주개혁세력에게 좋은일만 해주다 끝날듯. 심상정 정말 실망이네요

하뉴녕

2010.06.17 01:25:40
*.49.65.16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도 안 건드는 레드오션이긴 한데, '진보정당'이란 것의 존속의의를 찾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요. -0-;;

zeno

2010.06.17 01:51:42
*.10.47.106

우와 선거 끝나고 하던 생각이랑 좀 겹쳐서 신기 ㅋ
잘 읽었습니다. ㅎㅎ

남이사

2010.06.17 06:19:28
*.134.71.180

흠흠..제글 확인 하셨군요.. 뭐 사소한 문제일 수 있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짧게 이야기 해볼게요..

맑스의 테제를 틀로 빌리자면.. 윤형씨는 아마 해석은 해석이고 변혁은 변혁이다.. 라고 생각 하실듯 한데.. 저는 좀 다르답니다. 어떤 해석이든 나름의 변혁을 시도해 온건 아니냐고 생각하거든요..

몇가지 지적하자면요....

사실 저는 지역을 언급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한적이 없어요...다만 제생각은 분석단위로 어떤 대상을 잡느냐에 따라 이미 '정치'가 발생한다는 거죠...레딩앙 댓글에 '이데올로기적 효과' 운운 한건 보통 경험적, 계량적, 실증적 연구들이 그런 측면을 완전히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점을 지적한거고요(그렇다고 이데올로기적 효과 자체가 일방적으로 나쁘다고 한적도 없어요)...다만 저는 소위 '원적지' 조사라는게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조사자체가 정치적 현실을 만들에 내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는 겁니다. 원적지에 의한 지역투표론이라는게 우선 지역감정이라는게 존재해야하고, 지역감정이 성장배경이나 사회적 경험과 무관하여야 하고, 호적지에 적힌 출생지에 따라야 한다는건데.....선거를 둘러싼 다양한 맥락들과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들이 직면하게 되는 상황을 배재한채 지역출신지로 환원하는 논리들이 지역감정 자체를 생산해내는 효과 - 손쉽게 피아를 확인해주고 더나아가 피아자체를 만들어내는 -를 분명히 지닌다고 생각된다는 겁니다. 그게 설령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불건전한건 불건전한거고 연구자체가 다시 현실에 영향을 주는건 주는거라는 겁니다. 뭐 연구 자체가 뭔 그리 큰 효과를 발하겠느냐고 반론을 제기 할 수 도 있겠지만 종종 다양한 형태의 설문조사들이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서(그게 정당하든 부당하든) 조사되고 발표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결코 무시 할 만게 아니죠..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게 지역에 대한 언급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바로 연결 되는건 아니죠. .(다만 강박적으로 지역감정, 지역주의를 반복할 필요가 있냐는 것은 분명히 생각해볼 문제인 듯 싶습니다. 더구나 지역구도에 대한 연구에서 쓰이는 언어들이 정교하게 세공된 개념으로 쓰이지 않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더욱 그렇고요). 제가 유럽사회과학과 미국사회과학을 언급하건 제가 관심이 있는게 반지성주의나 몽매주의에 빠지지 않고, 그리고 사회과학이 단순한 프로파간다로 퇴행하지 않고 이런 함정들을 넘어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라서 그런겁니다.



그리고 윤형씨는 박상훈의 '만들어진 현실'에 공감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과연 '제사지내면서 제 집안 기억을 최소한 100년은 가져가는 문화가 있는 땅' 이라는 현실인식과 양립할 수 있는지 저는 의문이 듭니다. 박상훈 박사가 제시하는 설명은 어떤 '근본적 감정이나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역투표'가 발생한다는 식의 설명을 지양하고자 하는 설명 아닌가요? 지금 책이 없어서 정확하게 인용할 수 없지만 지역감정같은 단어들과 담론이 등장하게된 시기와 배경들을 조사하고 어떻게 형성되는지 추적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맥락이고요. 그런데 윤형씨가 위에서 말하고 있는건 박상훈 박사가 비판하고 있는 바로 그 지역감정론을 다시 반복하는 걸로 보이는데요.

마지막으로 '있는건 있는거다'라고 하셨지만.. 저는 쉽게 동의 못하겠습니다... 지역주의론이 현실을 만들어 내는 측면이 존재한다는건 차치하고서라도.. 지금까지 연구중에서 소위 지역감정이라는 것을 제대로 포착(그것이 비록 구성된것이라 할지라도)해낸 연구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그런 연구가 있다면 저좀 알려주세요... 정말 언어적 , 문화적으로 배타성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해외의 경우와 비교해서 말이죠(예를 들어 인종갈등의 경우는 극심할 경우 kkk단 같은 테러 행위가 발생하기도 하고, 계급갈등의 경우에는 전국적 총파업들로 나타날 수도 있죠. 지역주의 경우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정치세력이 조직화되기도 하고 실제로 실현되기도 합니다.. 벨기에 처럼요.... 근데 한국의 경우 제가 알기로는 인터넷의 홍어드립말고 어떤 현상이 나타는지 의아하네요...) ... 그리고 어디서 부터가 지역감정이고 어디서 부터가 지역감정이 아닌지 합의된 개념틀을 제시한 사례가 있으면 좀 소개해주셨으면 하네요. 원적지를 분석단위로 삼는다면 원적지가 지역감정을 발생시키는 최소한의 인과관계를 설명한 이론들이나요...

제가 본것중에 납득할 만한건 선거결과에서 나타나는 지역구도(그것도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억압하는 한국정치현실과 지역구도가 과장되게 표출되는 선거제도라는 맥락하에서 나타나는)라는 팩트 하나 밖에 없습니다.

이런걸 하나하나씩 따져보면 지역감정이나 지역주의론 이라는게 얼마나 허깨비 같은 것인지 오히려 계속 확신하게 되는데요....

하뉴녕

2010.06.17 06:51:57
*.49.65.16

설명이 충분치 않아 오해하신 것 같으니 한가지만 얘기할게요. '제사 지내는 땅'과 '만들어진 현실'이 모순된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하려는 말은 뭐냐면요. '영남'과 '호남'이 애초부터 대립한다는 그 관념이 '만들어진 현실'이라는 건데요. 근데 그 '만들어진 현실'이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관념은 원적지 관념이란 겁니다. 막말로 자기 아버지가 어디 출신인지 자식들이 관심도 없고 알아도 별 상관이 없으며 교육이 안 되는 곳이라면 도대체 왜 영남 사람들이 '서울에 올라간 영남 엘리트'들의 출세를 위해 몰표를 행사하겠습니까. (그 반대 경우도 그렇구요.)그리고 심지어 '원적지 관념'이란 건 아버지 고향 문제도 아니고 자기 고향 문제에요. 한국 사회에서 그토록 명확한게 필요없다고 말씀하시길래 '집안 기억이 적어도 100년은 가는 곳에서 그런 게 없다고?'라고 말했던 겁니다. 근데 집안 기억은 집안 기억일 뿐 그것만으론 지역감정을 발생 못 시켜요. 그 둘은 엄연히 다른 겁니다.


그런 면에서 '원적지 관념'은 그게 없으면 아예 한국 지역주의가 성립조차 할 수 없는 그런 겁니다. 근데 한국 지역주의는 존재하잖아요. 그럼 당연히 그게 있어야지요. 그런데 님은 '원적지 관념' 그런게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아니 그럼 개체를 식별하지 못하는 생물이 자기한테 친절하게 대해준 개체에게 보답하고 부당하게 대해준 개체에게 복수하는게 가능합니까? 이광재 안희정이 서울에서 살았다고 서울사람이라고 지각하는 동네에서 그 사람들이 지역으로 내려가 지방선거에 나와 '서울에서 엘리트코스 밟다온 우리 동네 사람'으로 지각되 당선되는 일이 가능합니까? 당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지역감정 문제를 너무 중요한 축으로 얘기하고 있는 듯한 강준만 같은 사람들도 이를테면 '역사적 지역감정'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부정합니다. 가령 그건 삼국시대나 고려시대로부터 전승된 것이 아니라 박정희가 만들어낸 거라는 거죠. 저는 그런 인식에 동의합니다. 굳이 견주어 보자면 켈리니코스가 인종주의의 성립에 대해 그게 고대부터 있었던 건 아니고 자본주의의 필요에 의해 생긴 거다 운운하는 것과 비슷한 거겠구요. 그렇지만 그런 관념이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이란 건 다른 거겠죠. 인종주의라는 것도 관념화가 되잖아요. 겉보기가 백인이라도 그 위에 흑인피가 섞였냐 아니냐 이런걸 다 따져서 차별합니다. 한국 사회에 그런 게 어딨냐고 물으면 그냥 웃는 수밖에요. 그 정도는 아니죠. 그래도 현재 거주지가 아니라 출생지는 따집니다. 그게 '원적지'죠.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원적지 인구 논쟁이란 게 나온 배경은 '호남 편중인사'였습니다. 가령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이 행정부에 입각했다면 남이사 님의 쿨한 관념에 따르면 그는 수도권 사람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디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의 문제를 떠나서 그렇게 생각하는 법이 없어요. 그래서 편중인사냐 아니냐를 따질 때 다들 원적지 인구가 얼마냐를 따져봤던 겁니다. 이렇게 뻔히 존재하는 사회문제 때문에 추론해야 했던 데이터를 가지고 그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네가 잘못하고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하뉴녕

2010.06.17 07:02:06
*.49.65.16

님의 주장대로라면, 계급문제가 세상일의 중요한 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직능별 남녀 통계도 산출해서는 안 되는 일이겠습니다. 그런 건 '이데올로기적'이니까요.


한편으로 어떤 급진적 페미니스트라면, 남녀 문제만 고려해야지 가계소득별 대학진학률 따위는 언급해서는 안 되는 것이겠지요. 그런 것도 '이데올로기적'이니까요.


그리고 이데올로기라는 건 비록 환상일지라도 어떤 존재하는 효과이지 단순한 신기루가 아닙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면 그건 이데올로기도 아닐 거에요. 야바위일 뿐...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국에서 아직 그런 것들을 조사하는 통계가 거의 없다는 것이겠지요. 차라리 조사하지 않는 것에 어떤 이데올로기적인 함의가 있다고 보시진 않습니까? 통계가 없어서 명확한 연구가 안 되는 걸 가지고 저더러 뭐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그런 걸 두고 뭐라고 하시려면 '미국식 여론조사'를 신봉하시던지요. '간주관적' 설득으로 치면 차라리 제 글이 그런 과라이지 않은가요?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벌써부터 한국 사회가 복지병에 걸릴 것 같다고 우려하는 극우 조급증 환자들에 버금갑니다.

2010.06.17 09:57:44
*.30.47.49

"비밀글입니다."

:

남이사

2010.06.17 12:12:53
*.134.71.180

죄송합니다.. 제가 늦게 답글달어서...

근데 제가 도대체 어디에 이데올로기적이기 때문에 말하지 말아야가 적고 있습니까... 제가 적은것의 정확히 반대를 이야기 하시네요...레디앙 답글에서 적었다 시피 저는 이데올로기적 효과가 나쁘다고 이야기 한적 없습니다..

더군다나 추론해야 하는 데이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잘못했다고 이야기 한적도 없어요....

왜 제가 하지도 않은 말들을 지어내서 비판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남이사

2010.06.17 12:18:58
*.134.71.180

이건 뭐 제가 하지도 않은 말에 대해서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포이어바흐의 테제를 내세운걸 조금만 꼼꼼히 읽어도 님이 저한테 하고 있는 이야기의 정반대의 이야기를 제가 했다는걸 알 수 있을 건데요... 모든 해석이 어느정도는 변혁하고 있다는게 저는 이데올로기적 성격 자체를 없앨 수 없다걸 말하고 싶은거였습니다. 근데 제가 이데올로기적이라서 이괄적으로 입닥치라고 했다고요?

남이사

2010.06.17 12:21:01
*.134.71.180

거기다 사태를 바라보는게 복지병을 걱정하는 극우라고요?

남이사

2010.06.17 12:24:01
*.134.71.180

저한테 왜 이런 비난을 하는가 모르겠네요....

남이사

2010.06.17 12:56:18
*.134.71.180

휴..우선 하나하나 답변 할게요.

제가 원적지연구를 문제삼은건 그런 방식의 연구가 지역구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고 생각해서 였어요. 이건 뭐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소위 정치학자들이 지역구도에 대해 소박한 상식에 의존한 연구를 해왔으며 그게 어떻게 문제를 악화시켜왔는지 알거예요. 저 또한 박상훈 박사의 저서가 지역구도의 연구에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비록 완벽하게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그건 지역주의담론이 어떻게 지역구도를 악화시켯는지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실태에 동의한다면 저 또한 님이 소위 '원적지관념'에 휩싸인 유권자를 문제삼는 만큼은 연구자가 선택하는 데이터에 대해 문제삼을 권한은 있지 않나요?

더군다나 저는 그게 단정적으로 잘못됐다고 윤리적인 판단을 내린것도 아니예요. 이데올로기적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학적 방법론이 존중받아야 할 경우도 있겠죠.. 이건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그래서 .제가 '그런 효과에 맹목적인 경우가 많다'라고 제한적으로 지적한것이고요..

남이사

2010.06.17 13:08:38
*.134.71.180

두번째로 지역구도와 관련된 통계분석이 없다고 하셨는데요.. 이건 님의 성실성 문제 같습니다.

구글만 검색해도 온갖 방법을 가지고 지역구도를 연구한 사례는 넘쳐 남니다. 그중에서는 박상

훈, 조기숙등과 같이 비교적 지역연구에 천착한 연구도 있지만.. 선거 분석에 주력하면서 각종 회귀,

계량, 여론조사방법등을 사용해서 분석한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강준만 선생께서 하시는 작업들이 분석이라고 할 만한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정서적

접근을 통해서 대중의 계몽에 힘쓰시고 있다는 것은 느껴지지만, 그게 엄밀함을 지니고 있는지도 의

문일 뿐더러 그런 접근이 바람직한지는 강하게 의문이 드는것도 사실이고요.

하뉴녕

2010.06.17 13:26:13
*.49.65.16

남이사//

포이어바흐 테제고 나발이고 엉뚱한 맥락에서 시비를 걸고 있으면 엉뚱하게 답변드릴 수밖에 없는 겁니다. 왜냐하면 님이 의도한 바 그대로 독해한다면 제가 님에게 답변하고 있는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으니까요.


1) 원적지를 조사한 통계를 활용하는 것은 어떤 이데올로기에 경도될 우려가 있다.

2) 그것은 존재하지도 않는 지역감정이란 것을 심화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적어도 님은 위 두가지를 주장했습니다. 그게 아니면 딸딸이를 쳤다는 거밖에 안 되지요. 제가 답변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일 테구요. 제가 그 논지에 입각해서 답변하고 있는데, "제가 언제 이데올로기를 나쁜 거라 말했습니까? 포이어바하 테제에 의하면 어쩌구 저쩌구" 하면 나더러 뭘 어쩌란 말인가요? 그런 해석이 불쾌하거든 님이 '방법론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차원에서 글을 잘 마무리 지어 보시죠.


역설적으로 제가 그런 식의 통계자료를 잘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에, 그런게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근데 그게 지금 이 문제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글에서,


1) 한국 사회에서 어떤 사람을 어떤 당 지지자로 호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이며,

2) 여기서 '지역'은 거주지를 넘어 원적지의 문제다.


라고 말하긴 했습니다만, 이게 모든 걸 다 설명한다고 말한 적도 없어요. 소위 영남 지역주의에 대해서도, 저는 이제 영남 사람들은 대개 햇볕정책을 싫어하는데, 그걸 지역주의라 부를 필요도 없지 않겠느냐는 (과거) 김헌태 여론조사 연구소 소장 말에도 신뢰를 보내는 편입니다. 이어지는 다른 요소들에 대한 설명을 보면 분명히 그런 측면을 반영한 서술들이 있지요.


이 글은 논문이 아니고 님은 제 논문 심사 담당관이 아닙니다. 열 문장 정도로 한 두번이면 가능할 지적을 이렇게 저렇게 질질 끄는 모습이 참으로 괴이하달 수밖에요. (근데, 이게 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그리고 강준만 말엔 동의할 수도 있고 동의안할 수도 있는데 제가 내세운 건 특정한 관점에 대한 반례로 내세운 강준만의 구체적인 어떤 주장이었죠? "너님은 "어떻게 지역주의가 '만들어진 현실'임을 받아들이면서도 조상 제사 따위에 관심기울일 수 있냐, 그건 모순 아니냐?"라고 질문 던졌고 그에 대해 저는 "(모든 사람들이 보기에 명백하게 나보다도 더 지역문제를 중요한 축으로 삼을) 강준만조차도 역사적 지역감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만들어진 현실' 인정하는 것과 그게 무슨 모순 관계냐?" 라고 답변한 거죠?


근데 여기서 강준만의 작업이 유의미한지 무의미한지는 왜 나옵니까? 한국어 못 읽어요? 님의 참 국소적으로 엄밀한 글에 답변하는 게 바람직한지 강하게 의문이 듭니다.

남이사

2010.06.17 13:52:32
*.134.71.180

세번째로 님이 하신 '비난'에 대해 답변하자면....(굳이 답변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제 생각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벌써부터 한국 사회가 복지병에 걸릴 것 같다고 우려하는 극우 조급증 환자들에 버금'가는 생각이라고 하셨는데요...

이게 정확하게 뭘 이야기 하시려는가는 모르겠지만 대충이나마 짐작은 갑니다.

다만 이런 '비난'에 대해 답변하기 위해 사례하나를 든다면 스웨덴의 1970년대 임노동자 기금법 논쟁을 들고 싶군요. 당시 경제위기에 처해있던 스웨덴에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나온 담론이 임노동자 기금법입니다. 노동조합(LO)에게 경영이익을 일부를 기금의 형태로 적립하고 이런 기금을 통해서 노조가 경영권에 참여하는걸 골자로 하는 법안이였죠. 제가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당시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경영수익의 10%가 조합기급으로 적립되는 형태였을 겁니다. 사실 이게 당시의 자본주의 스웨덴에서 '사회주의'라고 명명할 수 있는 체제로의 혁신적인 개혁이였습니다.
하지만 흐지부지하게 끝나고 핵심적인 조항은 삭제되거나 완화된채 형식만 남게 되었죠.. 이게 바로 최근에도 문제시되는 좌파 이론의 위기에서 비롯된 겁니다.
최근 좌파이론이 직면하게된 상황들..세계화된 금융, 이주노동자문제, 소위 '노동자의 자기동일성' 문제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거죠. 당시 대기업의 임원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해외로 자산을 이전 하겠다고 거리에 나와서 데모를 하기 시작했죠.. 또한 전통적으로 강력한 통합을 보여주던 노동자들이 화의트 칼라 노동자와 블루 칼라 노동자로 분열되면서 법안의 추진 동력을 약화시켰고요. 거기다가 새롭게 대두되기 시작한 이주노동자 문제가 국가 재정문제의 또다른 요소로 고려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제가보기에 오늘날 신자유주의 기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대처, 레이건을 그 원인으로 삼고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좌파가 세계적 상황에 맞는 케인주의적 복지국가(저는 이것 또한 인류사의 예외적인 성공이라고 믿지만) 이상의 것을 생각해내지 못하고, 직면하는 문제들에 대해 설명하기를 게을리 했기 때문이기도 한것 같습니다..
저에게 일단 믿고 과감성, 세세한건 버리고 중요한것부터.. 이런식으로 요구하시는 것 같은데.. 물론 그런것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런 것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런식이라면 다가오는 기회마저 놓쳐버릴지 모르기 때문이죠.. 최근 진보신당의 선거결과 - 적어도 부분적으로 실패라고 할 수 있는 - 가 이런태도를 일면 보여주고 있는 것도 모르죠..(혹시 오해할까봐 덧붙이는데 님이 레디앙에 쓴글의 논지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분명히 했고요.. 문제시 되는 점들에 몇몇 생각을 적었는데... 좀. 이렇게 됐네요..)

남이사

2010.06.17 13:55:50
*.134.71.180

아... 이쯤에서 그만두는게 좋겠군요...딸딸이 운운하며 말 할수 있게지만.. 이렇게 되면 인터넷에 차고 넘치는 악플과 뭐가 달라지겠습니다.. 그리고 그런식이면 대화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저는 처음부터 님 글에 호의를 가지고 책일다가든 이런저런 생각을 말해본거고요...

남이사

2010.06.17 13:58:23
*.134.71.180

그리고 저는 님한테 논문심사관 노릇해보려는적 한번도 없었습니다..

사실 제가 님보다 조금 어리거나 아니면 동년배정도 되는것 같은데...이건 님이 글읽으면서 더 잘 아

실거예요...

남이사

2010.06.17 14:00:53
*.134.71.180

제 글쓰기가 빙빙돌려서 쓴다고 하셨는데.. 뭐 그런거라면 할말은 없습니다. 그게 잘못인지는 모르겠고요...

하뉴녕

2010.06.17 16:24:07
*.49.65.16

전달하고 싶은 바를 논점별로 정돈해서 적정 수준의 맞춤법을 구사하는 적정분량의 한국어로 풀어내지 못한다면, 도대체 누구와 얘기를 하려고 하세요. 논문심사관 운운은 비유였는데, 정확히 말하면 일기를 써놓고 거기서 제 사상을 읽어내달라는 투정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제가 열심히 읽으면 무슨 소리를 하시려는 건지 요약해 드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막말로 제가 왜 그래야 하나요? 님이 스스로 요약해야죠.

저랑도 얘기가 안 되면 텍스트로 남과 얘기할 생각은 버리시는 게 좋을 겁니다. 여기서 저를 하한선으로 잡는 건, 이념적인 동질성의 문제가 아니라, 텍스트에 대한 독해력과 남의 난삽한 글에서 논점을 끌어내려는 소통에 대한 성실성의 의지의 수준을 의미합니다. 저는 전자는 평균 이상이고 후자에 대해서는 정말 비상식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먹고 살기가 힘들다 보니 언제나 그걸 발휘할 수는 없어요. 님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이 논쟁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는만큼, 그냥 스킵하겠습니다. 안녕히.

정해찬

2010.06.17 14:33:22
*.199.134.229

한국에서 진보정당은 이뤄어질 수 없는 슬픈 짝사랑이군요. 그러다 상사병도 얻고...

Che

2010.06.17 20:24:36
*.220.156.31

앜ㅋㅋ좋은거 배웠습니다
전 대게는 '정말 차이가 없단말이냐'란 질문에
'정말 차이가있단 말이냐'라는 반박을 할까말까 주저하는축이었는데
'누구를 위한 차이냐'라니, 명쾌하고 좋네요-_-b

다시다

2010.06.18 13:51:33
*.124.106.137

마지막에 언급하신 그런 활동들을 진보신당이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요.

(이런 말씀 자체가 조심스럽지만) 진보신당이 작은 지역단체라도 시장이나 구청장이 되서 4년간 열심히 활동해 기반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지는 거 아닌가요? 제가 직접 운동을 해본적도 없고 상상력도 빈약해서 그렇겠지만, 다른 어떤 방법으로 선거에도 관심을 가질 수 없는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을 지지자로 만드는 활동을 해나갈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이번 민주노동당이 얻은 '지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설령 지지기반이 다르더다도 그게 실질적으로 일을 해나갈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해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해서요. 명분도 쌓고.

하뉴녕

2010.06.18 14:58:14
*.49.65.16

인천지역 구청장에서 민주노동당이 잘하면 좋고 못하면 안습이겠지만 그 문제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아마 질문의 핵심은 그게 아니겠지요?

'연합정치'를 해서라도 지역에 진출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니겠느냐는 물음이지요? 원론적으론 맞는 말씀입니다만 상황별로 차이가 있을 듯합니다.

"민노당은 연합해서 구청장을 건졌고, 진보신당은 연합하지 않아서 선거에서 참패했다."는 식으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동렬비교해선 안 되는게, 두 당의 조직력이 다릅니다. 민주당과 전면적인 연합을 해서 지분을 요구할 수 있는 집단의 한계선에 아마 민주노동당이 있을 겁니다.

만약 저 명제가 그 자체로 올바르다면 국민참여당이나 창조한국당의 선거 결과가 진보신당보다 좋아야지요. 하지만 선거 결과보면 아시겠지만, 이 두당의 지역선거결과는 진보신당에 비해서도 한참 후달립니다. "연합을 해야 지역이 오는"게 아니라 "지역에 뭐라도 있어야 연합에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진보신당이 전혀 연합을 안 했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다릅니다. 부산지역에선 야권연대에 들어갔는데 (그래서 욕을 먹었죠 당원들에게) 전반적인 후보 출마자 득표율이 높긴 했지만 냉정하게 결과만 따지면 구의원 두세석 정도 더 건진 것 같습니다.

다른 지역의 경우 가능성이 있는 곳에선 민주노동당과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고 실현된 곳도 있지요.

선거연합은 상황상황에 따라 판단해야지 그 자체로 거부할 것은 아닌데, 지금은 진보신당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명확히 잡지 못했다 보니 오히려 연합을 통해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을 두려워 한 것이라고 봅니다. 제가 이 글에서 기술한 대로 당의 정체성이 확립된다면 오히려 선거연합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당-민주노동당과 모든 지역에서 부딪히지 말라는 요구는 안 되겠죠. 선거연합이 모든 종류의 갈등을 억압하는 지경으로까지 확대된다면, 사실 그럴 바에야 모두 민주당으로 들어가서 그 안에서 헤게모니 싸움하는게 나아요. 물론 그 안이 제대로 경쟁이 되는 곳이 아니니까 국참당 사람들도 밖에 나와 있는 것이겠지만요.

그런데 민주당이 바라는 선거연합은 아무 곳에서도 부딪히지 않는 그런 선거연합이겠죠. 그래서 저는 전면적 선거연합보다는 지역 상황상황에 맞는 국지적 선거연합이 덩치가 작은 정당 입장에선 더 알맞다고 봅니다. 진보신당 선거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와 향후 대책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짚겠습니다.

2010.06.18 16:13:35
*.80.86.80

박상훈의 만들어진 지역주의를 좌파들이 평소에 생각하던 것과 접점이 있으니 남이사님같이 필요한 부분만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잘 읽어보면 노무현의 지역주의적 문제설정과 대면하면서 자기의 주장을 하고 있어요. 왜 강준만이나 dj의 지역주의 문제설정과 대면하면서 자기의 주장을 하고 있지않을까요.

여기에 전 함정이 있다고 봅니다.
좌파하자는게 아니라 다른거 하자는거죠 후후


강준만의 지역주의 문제설정은 그게 비지론으로 활용됐다고 하더라도 민주당과 좌파를 구분해놓죠.
그런데 박상훈의 문제설정은 이 둘을 모호하게 해버립니다. 그럼 종착역은? 후후

지역주의 별거아냐 이러면 다 좌파에게 유리하다고 하는 생각부터 버려야할듯..

하뉴녕

2010.06.18 19:37:43
*.49.65.16

흥미로운 코멘트입니다.

닭알

2011.04.06 10:53:03
*.91.152.228

지지하는 층과 대표하려는 층이 다드다.....
우리 모두의 딜레마네요.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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