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이명박과 폭력시위, 그리고 주민소환제

조회 수 1579 추천 수 0 2008.06.08 16:36:23

이명박의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몇몇 사람들의 섣부른 예측을 보고 '아직 이명박은 패배하지 않았다.'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통령의 생각 혹은 깡다구가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불교계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그는 "소나기는 언제나 피해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하고 또 어디선가 촛불시위의 배후를 친북세력이라 말했다고도 하는데, 물론 청와대는 이런 보도들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걸로 대통령의 생각을 유추해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간단히 말하면 대통령은 시위하는 시민들을 '잃어버린 10년' 동안 좌파정권에 오염당한 이들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고, 자율규제를 통한 협상 보완과 측근들 몇 명의 사표 수리로 여론수렴의 생색만 낸 후 자신의 프로그램 대로 계속 통치를 진행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답이 없다. 여론이라는 게 수렴을 하려고 하면 무섭지만, 아예 수렴을 포기하면 아무것도 아닌 측면이 있다. 대선도 총선도 끝났고 국민소환제도 없는 마당에 어떤 방법으로도 정부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 지금의 시위는 물론이거니와, 청와대에 진격해봐도 별 무소용일 것이다. 마침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 가서 시위해도 별 소용없다. 겁은 안 나고, 기분만 나쁘다."며 시위대에게 쓴소리(?)를 한 참이다.


그런 상황에서 폭력시위의 탄생은 거의 논리적 필연이다. 물론 지금의 시위대의 구성에서 폭력시위가 '전술적으로' 합당한 방법이 아님은 분명하다. 폭력시위야말로 이명박이 바라던 것이고, 그는 폭력을 행사하는 '배후세력'을 구속시키고 촛불시위를 강경진압할 명분을 찾을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이 조치에 단일한 목소리로 저항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바야흐로 '느슨한 시위'의 장점이 단점으로 바뀌는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화물연대의 파업 이전까지는 이 시위대가 '불법 비폭력 시위'의 틀은 유지해 주길 바랬는데, 결국 일은 이렇게 된 셈이다.


그렇다고 폭력시위를 시작한 몇 사람을 윤리적으로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앞서 말한대로 이 정도 정국에서 정부가 성의있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행동이 점차 격화되는 것도 당연하다. 제발 폭력시위 좀 해달라고 그렇게까지 꼬드기고 있었는데, 결국 폭력시위자가 나타나는 건 인지상정이다. (나는 사람에게 별스런 기대를 하지 않는 축이다.) 이건 이처럼 '느슨한 시위'가 아니라 강력한 지도부가 있어 "폭력 쓰면 안돼!!!"라고 외치고 있어도 우발적으로 폭력이 터질 상황이다. 게다가 한국인들이 폭력시위를 안 해본 사람도 아니지 않은가. 지인들은 아닌, 생활환경에서 만난 사람 중 많은 이들이 '이러다 화염병에 쇠파이프 나온다'고 예측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한 사람들은 거의 다 30대 초반이었는데, 이 90년대 초반 학번들은 물론 '폭력 가투'를 가장 열심히 한 세대다.


아주 거칠고 단순하게 말한다면 이렇게 얘기해 볼 수 있다. 모두가 이명박에게 체념하고 있을 때 십대들이 그들 또래 특유의 교우관계를 통해 결집하고 정부를 규탄했다. 이때 다른 세대들이 안 나온 건 아니지만, 모두가 그들의 방식을 공유했다. 그러자 정부는 장학사와 교사를 보내 십대들을 제압했다. 이에 열받은 이십대가 그들이 해본 유일한 집단적인 짓거리, 즉 월드컵 거리응원의 방식으로 거리에 뛰쳐나왔다. 한동안 다른 모든 세대가 이 방식을 공유하며 잘 놀았다. 하지만 정부는 닭장차로 청와대 쪽 길만 막아놓고 귀를 막았다. 이런 상황에선 이십대의 방식이 또한 무용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삼십대가...... 폭력가투의 방식으로? 무슨 시간을 역류하는 SF 소설 같기도 하고 차례차례로 적들과 이에 대한 대응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 같지도 하지만 현실이 대충 그렇다.


그렇다고 현실이 아예 판타지 소설일 수는 없으니까 90년대 초반 학번들이 우르르 열을 지어 쇠파이프를 드는 꼴을 볼 수는 없을 거다. 지금 상황에서 그런 짓 했다간 바로 구속이고, 그들은 이미 다 생활인이다. 여하간 이런 식의 '이행'은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정부가 점점 더 사람들을 열받게 하면서 자신의 정당성을 챙기고 있었다는 것도 분명하다. 새벽의 폭력시위는 우발적이었(던 것 같)다. 시위를 통제하려 드는 대책위의 행동이 마음에는 안들지만 그들이 사주한 것 같지도 않았고, 등장한 쇠파이프나 각목은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라 인근 공사판에서 주워온 것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이제는 다시는 거리응원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한번 거리로 뛰쳐나온 후에는 다시는 광장의 촛불시위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정부에게 이 시위대를 분쇄할 확고할 명분이 생겼다. 앞으로의 시위는 훨씬 더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도 대통령이 저 정도로 반응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들은 인기가 떨어진 대통령을 적당히 길들이면서 보수세력의 결집과 반격을 시도하려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두언 인터뷰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대통령의 측근들을 흔들고 있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대해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 지는 모르겠다. 만일 그가 조선 중앙의 조언조차 생까는 대인배라면 상황은 무척 재미있어진다.


한마디로 말하면 조선과 중앙은 대통령의 기를 적당히 꺾어서 무난하게 국정을 운영하도록 하거나, 대통령이 이에 불응할 경우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대통령을 통제하게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을 것 같다. 그들이 킹메이커라고 착각하고 있으니까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이명박이 만일 그들의 말조차 듣기를 거부하면 그들로서도 방법이 없다. 한국에서 대통령과 언론 중 누가 더 강한지를 이명박이 한번 보여줄 필요까지도 없다. 이명박이 시위대를 분열시킬 수만 있어도 조선 중앙은 다시 열렬한 나팔수로 돌아설 것이다. 쪽은 팔리고, 차라리 노무현 때가 좋았다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이 똑똑하다면 눈 딱감고 다시 '야당지'로 복귀하여 한나라당과 이명박을 분리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다. 이건 이명박의 전횡이고, 한나라당이 통채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뭐 이런 식의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다. 정두언 인터뷰는 바로 그런 작업의 시작 쯤에 위치했던 것 같다. 이명박을 간신들의 늪에 빠진 군왕으로 만들어 간신들 몇만 숙청하고 정권을 '정상으로' 되돌리거나, 정 이명박이 하는 짓이 마음에 안 들면 대통령까지 통제하려 했던 게 그들의 노림수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명박이 이렇게까지나 레임덕을 완고하게 거부하면, 결국 이명박은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가서 한나라당과 동반 몰락하게 된다. 지방선거 이후의 이명박은 노무현 말기처럼 노상 신경질을 부리게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런 식으로 짜증을 부리면 한나라당도 같이 망한다. 사정이 이렇다면, 조선 중앙이 배팅을 해야 할 이유는 크게 줄어든다. 어차피 대통령을 꺾을 수 없고, 대략 망하는 게 진실이라면, 그저 임기 동안이라도 평탄하게 지내는 쪽이 편하다.


노무현은 민주당을 '대안이 안 되는 세력'으로 만들었고, 이명박은 한나라당을 바로 그렇게 만들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다음 대선과 총선이 어떤 국면으로 전개될지는 감도 잡을 수 없다. 이건 좋은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망한다고 좋은 일이 아니다. 이렇게 독불장군 두 명에 의해 시스템이 아예 붕괴된 곳에 건전한 정책정당이 들어서게 된다고 기대하긴 어렵다. 그보다는 차라리 박근혜가 남은 4년을 '보수적으로' 이끌어가는 동안 다른 세력들이 실력을 키우고 있는게 낫다. (쑥쑥 크는 세력이 없을 경우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이회창 선생님이 된다.)


그렇다면 이명박을 막을 방법이 전혀 없는 걸까? 우석훈과 다음 아고라의 몇몇은 '주민소환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회의원에 대해서 우리는 '국민소환제'를 사용할 수 없다. 제도가 없으니까.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우리는 주민소환제라는 제도를 지니고 있다. 이걸 사용해서 한나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을 줄줄이 떨어뜨리면서 한나라당을 압박하자는 얘기다.


설마하니 그런 일이 가능할까 해서 약간 찾아봤더니 제도적으로는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이 제도에는 '놀랍게도' 소환 사유에 대한 제약의 규정이 없다. 아예 제약의 규정이 없다니, 어떤 의미에선 악법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지금 제도적으로 기댈 곳은 이 법밖에 없다는 게 사실이다.


가능할까? 사실 이조차도 비관적이다. 순전히 '네가 너무너무 미운 이명박 씨와 같은 당인 한나라당이기 때문에' 라는 사유만으로, 지방자치단체 장들을 소환하자는 데에 동의할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렇게까지 한나라당을 미워하지 않을 이들을 빼더라도, 일단 사유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다며 눈쌀을 찌푸릴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눈딱감고 2년을 기다리는 쪽이 더 나아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의 무능함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기다림도 매우 기약없는 것일 것. 어쩌면 소환 자체의 물리적 효과보다도, 정치적이거나 상징적인 효과가 사람들을 고무시키고 지방선거의 구도를 바꿀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무리한 얘기일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향후 2년을 예측하는 것은 절대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duripop

2008.06.08 17:53:29
*.46.161.60

윽 근데 2년 내내 촛불시위할 순 없잖아요-0- 2년 후를 예측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고...
지금으로서는 그네님에게 쑨 죽이 돌아갈지도 모르겠는 걸요.

이삭

2008.06.08 18:19:50
*.55.7.229

푸헐... 위에서 여섯째 문단, 재미난 분석이군요.
정말 명바기가 기다리는 장마가 오고 하계 올림픽 오고, 그러면 끝나버리는 건가요...ㅠㅠ

fulldream

2008.06.08 21:52:46
*.134.75.58

촛불집회의 분수령은 6월 정도 될겝니다. 장마와 북경 올림픽이란 이슈가 찾아오면
아무래도 촛불집회의 힘이 다소 약해질 가능성이 높죠. 이슈가 분산되는 면도 있고
비가오면 아무래도 모이기가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이럴바엔
6월달에 힘을 더 키워 이겨보자는 이야기가 있기도 합니다. 뭐... 문제는 누구나
보면 뻔할 만큼 대안세력이 없다는 거고... 진보세력이 아직까지 매력적이지 않다는데
있는게죠. 21세기임에도 불구하고 "친북좌파"라는 단어는 아직도 유효하게 쓰이고 있구요.

국민들이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건... MB, 파란나라모임, 새로운오른쪽모임 등에게
강한 경고를 주어 뻘짓거리를 하지 않도록 하는게 최선이지 않나 싶습니다.
아울러 진보세력이 경제정책 등에 있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많이들 지지해줘야 그래도 괜찮은 변화가 생길 수 있겠죠.

(개인적인 생각에는 6.29선언 같이... 붕 뜨는 모양새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대안이 없다는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입니다. 해처모여민주모임도 약발이 좋지 않은 상황이고...
민주근로모임도 그렇고... 새로운진보모임도 그렇고...)

hot

2008.06.09 01:42:16
*.180.141.63

지금 상황은 87년과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촛불집회가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지만, 조만간 화물연대의 총파업과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촛불의 투쟁 동력이 노동계로 전이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87년 당시에도 6월항쟁이후 7.8.9월 노동자 대투쟁이 이어졌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촛불이 뭔가를 이룰 수 없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이나 이렇게 언제까지 버티냐는 걱정은 너무 크게 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장마가 오면 촛불집회를 계속 하기 힘들 수 있겠지만 노동자의 파업은 날씨와는 거의 상관이 없는 거니까요. 다만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많은 시민들이 패배감을 갖지 않고 나름대로 '정리'를 할 수 있는 성과가 있어야 할 듯 싶습니다. 그게 일단 '전면 재협상'이라면 좋겠구요. 그리고 이어지는 화물연대와 민노총의 투쟁에 전과 달리 일정한 '연대감'이 형성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인형사

2008.06.09 11:31:58
*.105.72.146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시스템의 붕괴를 주민소환제로 막아보자는 이야기이군요.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시스템 붕괴를 막을 수 있을 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다만 시위가 폭력으로 당장 에스컬레이션 되는 것을 막는 중간단계를 설정하여 시간을 버는 것이라면 의미가 있을 것 같군요.

그런데 당장 폭력으로 가지 않는 중간단계를 찾는다면 그 이외에도 무언가 더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그렇게 확보된 시간에서 정부가 재협상과 내각총사퇴 정도의 조건을 제시한다면 일단 뇌관은 제거되겠지요. 그 이후 전신마비된 이명박 정부 하에서 정국이 어떤 표류를 할 것인지는 예측할 수 없겠지만 말이지요.

그러나 모든 시간끌기가 실패하고, 결국 시위가 폭력으로 에스칼레이션되어 유혈사태가 발생한다면, 그 이후의 전개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들은 1987년이 아니라 1991년에 있을 것 같군요.

하뉴녕

2008.06.09 12:07:50
*.46.105.46

님이 생각하는 의미에서의 시스템의 붕괴는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명박이 이대로 민의를 거스른 상태로 4년 넘는 세월을 통치하는 것을 막는 제도적 방법으로 남은 것이 주민소환제 밖에 없다는 말이구요. 이 시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통제된 적이 없었고 다만 '현명한' 대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었을 뿐인데, '시위가 폭력으로 가지 않는 중간단계를 찾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인터넷에서 우리가 논의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는 매우 구체적이고 살아 움직이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님의 블로그에 잠깐 가봤는데, 사람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것은 사실이지만, '혁명 1초 전'을 논할 만큼 근본적인 분노가 부글부글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당장 폭력시위 논쟁에서도 시민들도 분열하고 시위대도 분열하고 있지요. 저와 님은 상황을 보는 관점이 전혀 다르니, 이 정도 얘기를 나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인형사

2008.06.09 16:08:52
*.105.72.146

주민소환제를 4년간의 전횡을 막을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현 시위상황은 폭력/비폭력 문제로 분열하고 소수화되면서 각개격파될 것으로 판단한다는 이야기인가요?

분열되고 강경해진 시위에 대해 강경진압을 할 때 또 다시 불에 기름을 붇는 격이 될텐데요.

현 시위가 어떻개 수습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이후를 논하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그리고 주민소환제라는 것도 님이 인정하듯이 정치적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 것에 불과하다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시위에 비해 다를 것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주민소환과 같은 직접민주주의적인 개입은 대중의 높은 정치적 동원수준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하고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동원수준이 항상 유지될 수는 없으므로, 만약 지금 당장 하는 것이 아니라면 언제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제가 주민소환의 의미를 업그레이드된 시위로 이해했습니다. 제가 오해한 모양이지요?

그리고 주민소환제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적 제도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도 조심해야할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주민소환이나 주민발의와 같은 직접민주주의적인 요소들이 주 단위로 도입된 경우들이 많습니다. 대개 19세기 말 20세기초, 진보주의적 개혁의 시기에 기업과 결탁한 부패 정치인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것들인데, 요즘에 와서는 자금과 조직력이 있는 우익세력의 전유물이 되고 있어 중산층의 조세반란, 소수인종 우대책에 대한 반대들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소수민족의 저투표율과 관련해서는 인종차별적 성향까지 지닙니다.

몇년전에 터미네이터를 주지사로 만든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사태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제가 총체적 파국이나 혁명을 원한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문제는 사람들의 분노가 아니라 그 분노에 대응하는 시스템의 위기관리능력이지요. 그 위기관리능력의 위기가 광우병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온 것이 아닌가요? 한국의 시스템이 황우석 사태에서 보여주었던 실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궁금하군요. 파국이 온다면 사람들의 분노가 아니라 위기관리능력의 실패 떄문에 올 것입니다.

하뉴녕

2008.06.09 16:38:18
*.176.49.134

1) 시위로 더 이상 돌파구가 안 열립니다. 그런 가정하에 쓰여진 글입니다. 잘 읽어보시면 알 겁니다. 중요한 얘긴 아니지만 주민소환제라는 논의를 끌어들인 우석훈 박사도 그런 가정을 바탕에 두고 얘기를 시작했죠.


2) 이명박이 님이 생각하는 의미의 '강경진압'을 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청와대 쪽 길만 막고 그쪽을 넘어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터치하면 됩니다. 그러면 이쪽에서는 아무런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언급한 강경진압은 그것과는 다른 의미였습니다. 쪽수가 딸리기 시작하면 길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끌려가기 십상입니다. 그때 끌고 간다고 한번 집으로 들어간 사람이 도로 나오지는...않습니다. 대개는 그렇습니다.


3) 물론 정부가 모종의 삽질을 해서 제2의 이한열을 만들어 시위의 불이 활활 타올라 정권이 무너진다...는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0%는 아니겠습니다만,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비평할 이유는 없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때가 온다면 주민소환제 따위가 무슨 의미겠습니까?


4) 저는 님이 '총체적 파국이나 혁명을 원한다고 착각'한게 아닙니다. 님이 지금 상황을 '총체적 파국이나 혁명' 전야라고 착각하고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5) 시스템이 자신에게 벌어진 정치적 (혹은 윤리적?)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과 자기 자신을 보존하는 능력은 별개입니다. 님이 황우석 사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두가지 사안에 대한 혼동이 보입니다. (모종의 기준으로 볼 때) 무능한 체제라도 자기 밥그릇을 지키는 데엔 충분히 유능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명박도 자신의 레임덕을 막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면, 아주 유능하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체제의 허점을 이용해서 말이죠. 저는 그게 제일 짜증납니다.


더 이상의 대화는 생산성이 없을 것 같습니다. 더 길게 얘기해도 님과 제가 서로의 얘기에 동의할 날은 오지 않을 것 같고, 의미있는 접점도 찾기 힘들어 보이니까요.

인형사

2008.06.09 17:46:56
*.105.72.146

허허. 혁명 일초전을 이야기했다고 생산적인 대화에서 배제되어야할 사람이 된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계속할 이유가 없겠지요.
내 이야기도 100%의 확률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도 아니며,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하는 이야기도 아니므로, 앞으로 어떻게 되는 지 지켜보면 되겠지요.
그럼 그 동안 실례 많았습니다.

하뉴녕

2008.06.09 18:07:37
*.176.49.134

'저와' 생산적인 대화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던 것이지, 생산적인 대화에서 배제되어야 할 분이라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공유하는 판단이나 접점이 있어야 뭔가 얘기가 가능한데, 그런게 잘 보이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뭐, 다른 분들과는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할 수도 있겠죠. 그러니까 님을 배제한 건 아닙니다. 어쨌든 수고하셨습니다.

jonaldo

2008.06.09 23:25:55
*.188.25.6

동감해요.

근데, 오바마가 정말 멍청한 것 맞나요?

KJ.

2008.07.01 08:19:49
*.173.141.215

전 한국말을 끝까지 쳐다보지는않는데.. 이글 약간만 읽으려 했다가
못참고 한마디 남기고 나가게 되네..
이미 <인형사>나 <한윤형> 두분이 한국 촛불시위 정국에 관한 나름의 의견 제시를 자세하게
했기에 굳이 의견을 덧붙일 필요는 없는것 같고.. 다만,
민주화 투쟁을 온몸으로 격은 세대인 난 <인형사>의 의견에 더 공감이 가네...
그렇다고 윤형씨가 틀렸단게 결코 아닙니다..
그것이 바로,
흔히 지식인들에게 있을수 있는 한계, 바로 <소극적>대안이라는게 문제란 겁니다.
주민 소환제 말이 좋죠... 누가 그렇게 까지 업그레이드 시켜준 답니까???
윤형씬 아직도 현정권이 "신사"라고 착각하고 있는건 아닙니까????
막된 말로 표현하자면,
"우린 배웠으니까 상대에게 욕설이나 주먹질 하면 안되고, 오직 그럴듯한 언어로 맞서며
타협조종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한가한 지적논리(!)에 취해있는건 아닌지
묻고 싶소????
우석훈씨가 주민소환제를 얘기했다니 참 실망이요.....!
윤형씨, 한국국민들은 아직도 불균형속에 허우적 대고 있고,또한 그 지적수준은 아직도
미약하오.
그걸 다 알고 있는자들이 막돼게 헤쳐먹고 약자들 억압내지 희생시키며, 때론 눈가리고
아웅~! 하고 선심을 이용하는 동네가 바로 한국이란 말이요!!
더이상 그 어느 잣대로도 이문제는 해결 되지 않는다고 보오.
이 부패 정권 자체가 무너져야 하는것 이외에.
빠를수록 낫다고 보오.
한국은 쓸데없이 건설 붐을 일으켜 빌딩은 너무도 쉽게 바꾸면서,
정작 자신과 후대의 미래까지 달려있을 만큼 중요한 사안으로 여겨지는
부패하고 잘못된 정권을 바꾸어 나가는데는 너무나 인색하고 또 너무나 게을러 빠졌었소.
지금에 와서 국민건강이 목전에 위협받고서야 위기인식을 하다니 말이요...
정말 한국은 뭔가 한참 잘못됐소...정말 한심한 사람들이었소....
이 총체적 절망에 이르러서야- 아예 갈때까지 가고 바닥까지 보면서- 한국은 그점(이기주의와
게으름)을 알게 된것 같소.
그래서 말하는데 이번에야 말로 한국은 처절히 반성하고 다시 일어나야 하오.
이대론 안된다고 보오.
그래서 시위와 혁명이 있어야 한다고 보오.
혁명의 순간에 혁명을 하지 못하고 한발 물러서기에 한국은 그만큼 진보가 안되는 것이요!
도루묵... 이란말 아시요???
도루묵 장사를 하면 아되오..
그도루묵을 내던지고 거리로 나서야 하오!!
한윤형, 한국에서 더이상 지식인이 배웠다고 점잖빼고 비겁해서는 안된다고 보오.
욕할때 욕해야 한다고 보오..
<지성의 극치는 야성>이란말 들어본 적 있는지...???
모르면 말고....
내가 추측하기엔 한윤형, 자네는 아마 아직 20대 일거 같네...맞나??틀리나??
경험이 미천한 어린 당신한테 이말을 해줄까 하오.
<산전수전 다 겪고 많은걸 경험한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도 자기를 기꺼이 내놓고 현실을 초월 할 줄 안다는것.>
그가, 그도둑놈이, 그쥐새끼 이명박이가 쉽게 자리를 안내놓으려 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소신을 갖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 말입니다!!!
먼데 있는사람도 분노하는 판에 정작 한국땅에 사는 당신들!!
어떤 정도에 대해 유약해지거나 포기하지 마십시요!!!

한윤형,
오늘 새벽에 잠깐 우석훈의 블로그에 들러 <고양이론>에 관한 어떤 글을 읽은적 있더이다...
거기에 이말이 있습디다.

<한 조각씩 던져주는 고기조각에 길들어서 사는 강아지보다는 언제나 야성으로 남는
고양이에게 배워야 한다. 적어도 지식인들은 말이다... >

이말 당신한테 선물 해주는 바요....

6/30/2008 저녁 7:18, 37초, 뉴욕 맨해튼에서 KJ.

하뉴녕

2008.07.01 08:40:39
*.233.51.44

저는 시위 현장에서의 비폭력 담론 같은 것에 동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문제는 제가 이명박 정부가 '신사'라고 믿고 있다는 게 아니라,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명박 정부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거죠. 그렇게 안 믿으실 수 있겠지만, 제 경우엔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비난을 하시려면 '소극적'이라고 하기 보다는 '패배주의적'이라고 하시는 쪽이 낫겠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 [기획회의]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를 - 키워드로 살펴보는 저자 "20대 멘토" 편 [126] [1] 하뉴녕 2011-08-19 30853
27 [프레시안books] 더 울퉁불퉁하게 기록하고, 더 섬세하게 요구했으면... [5] 하뉴녕 2011-07-09 22487
26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in 진보지식인 버전 (+청년좌파 확장팩) [48] 하뉴녕 2011-01-05 11881
25 '세대론' 관련 글 정리 [9] 하뉴녕 2010-11-08 5239
24 [문화과학] 월드컵 주체와 촛불시위 사이, 불안의 세대를 말한다 [13] [1] 하뉴녕 2010-07-30 6998
23 [레디앙] 누구를 위한 진보정당 운동인가 [35] [1] 하뉴녕 2010-06-16 7810
22 [펌] 노회찬 서울시장후보 장외토론회 [6] 하뉴녕 2010-05-28 3506
21 "방 있어요?" 행사 포스터 file [9] 하뉴녕 2010-04-30 4689
20 하지만 자기계발의 영역에서도 담론투쟁이 필요하지 않을까? [20] [3] 하뉴녕 2010-01-31 4500
19 강준만 한겨레 칼럼 “이명박 비판을 넘어서”에 부쳐 [21] [1] 하뉴녕 2010-01-18 4180
18 엄기호 [12] [2] 하뉴녕 2009-10-30 1253
17 [프레시안] 20대의 자기인식이 시작 되다 - 연세대학교 개청춘 상영회 후기 [10] 하뉴녕 2009-10-05 3013
16 [미디어스] 촛불시위와 세대론 - 왜 세대론이 우리를 괴롭히는가? [13] 하뉴녕 2009-05-03 4000
15 소위 ‘20대의 목소리’란 것에 대해 [29] [4] 하뉴녕 2009-02-21 2014
14 386 이후 세대의 정치인을 육성하기 위해선? [6] 하뉴녕 2009-02-15 910
13 [프레시안] "변희재, 진중권이 아니라 '<조선> 386'과 싸워라" - [기고]'88만원 세대'가 바라보는 '<88만원 세대> 논쟁'(下) [21] [1] 하뉴녕 2009-02-11 3246
12 [프레시안] 우석훈, 말의 덫에 빠졌다 - [기고] '88만원 세대'가 바라보는 '<88만원 세대> 논쟁' 上 [13] [2] 하뉴녕 2009-02-10 2219
11 국가주의는 파시즘으로 통하는 지름길? [23] [2] 하뉴녕 2009-01-27 3213
» 이명박과 폭력시위, 그리고 주민소환제 [13] 하뉴녕 2008-06-08 1579
9 북한 문제와 중국 문제 [9] 하뉴녕 2008-03-29 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