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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참정연의 선택, 그리고 '유시민 효과'

조회 수 870 추천 수 0 2007.01.30 14:15:05

1. 참정연은 기간당원제가 조직노선의 기본이며 변할 수 없는 원칙이고 정당개혁의 핵심적 요소임을 재확인한다.

2. 참정연은 당의 해산등 파국적 상황을 막고 우리당을 수습하는 것을 최우선의 과제로 한다. 
이를 위하여 당원제도에 관하여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여 1월29일 중앙위원회에서 본회소속 중앙위원들의 자유투표를 허용한다.


'참정연'이라는 단체가 있다. 열린우리당의 당원들이 주로 모여있는 단체다. 참정연 소속 국회의원들도 몇 명 있고, 그들은 최근에 대통령과 밥을 먹었다. 참정연은 원래 기간당원제를 고집하고 있었는데, 이 '고집'을 탈당의 빌미로 삼는 의원들이 많아지자 대통령이 '기초당원제'를 수용해 달라고 만류한 것이다.

그 만류 탓에 참정연의 전국회원총회가 열렸다. 나는 기초당원제가 수용될 거라고 확신했다. 투표해봤자 8 대 2 정도로 찬성이 승리할 거라고 확신했다. 한때 1만원 당비내는 진성당원이 6만명이었던 개혁당, 그 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으로 들어가는데 찬성한 7천명의 당원. 참정연이 열린우리당으로 흘러들어간 그 7천명 중 얼마나 수용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여정권의 생활정치의 역사는, '순혈노빠'를 걸러내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는 보지 않았다.

게다가 기간당원제는 이미 퇴색될 만큼 퇴색되어 왔기 때문에 (가령 기간당원의 당비는 2천원이다.) 기초당원제와 이름만 다르지 큰 차이도 없다. 단식을 했던 참정연 회원도 있지만, 실리적인 입장에서는 그렇게까지 큰 희생을 치르면서 지켜야 할 제도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나는 투표 안건이 저런 식으로 올라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투표장에서, (당원 토론이 벌어질 때엔 외부인은 출입금지였기 때문에) 뒤늦게 들어가 저 안건을 보는 순간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기간당원제 찬성 대 기초당원제 찬성으로 안건을 정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솔직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유시민을 본받아 명분과 실리를 모두 먹으려는 데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아예 안건 자체를 저렇게 정했다. 위 안건에서 2번에 대해서 '찬,반'을 물었다. 투표 결과는 7 대 3 정도였다. 그렇다면 저 3은? 정말로 진실한 반대라면 이런 식으로 안건을 짜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항의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항의는 없었다. 그들은 '이심전심'이었고, 이 모든 상황 자체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마이크를 잡은 이가 국회의원이든, 회원이든, 무슨 소리를 하든, 그들은 발언이 끝나면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쳤다.

반대토론자 중 하나는 정말 '반대'도 아닌 반대를 펼쳤다. 그의 논지는 이랬다. "참정연은 일개인이 아니다. 우리는 명분과 실리를 다 취할 수 있다. 일종의 연극을 하자. 물론 진정성이 없다는 건 아니다. 참정연은 기간당원제를 고수한다. 중앙위원들은 기초당원제를 승인하는 투표를 한다. 그리고 참정연은 그들을 제명한다. 이 제명된 이들에게는, 훗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의 주장이 수용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발언이 버젓이 등장하고, 박수를 받는 집단이 참정연이다.

그리고, 그들은 전국당원대회를 마치면서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걷자 우리 이 길을'이란 운동권 노래를 합창하기 시작했다. 소름이 돋았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대개 386들이었다. 한국 정치는 다 386이 하는 것 같았다.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기 시작했으므로, 이들은 십년 후엔 경제권력까지 이양받을 가능성이 크다. 십년 후에 나는 35살이다. 내 친구들 중 나이가 좀 많은 부류는 41살쯤 된다. 그때가서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할라치면, "너희들은 정치에 관심도 없었잖아. 이제와서 뭘 하겠다고 설치는 거야?"라는 소릴 듣기 십상일게다.

회의가 끝난 후 그들 중 몇명을 붙잡고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정말이지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대답내용은 붙일 필요도 없다. 저 안건내용이, 그들의 생각이니까. 들으면서 나는 '이게 정치인의 답변이지 어떻게 시민의 답변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에둘러가는 길과, 역할분담론에 극히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저 개별탈당 후 개별입당 했으면 됐을 것 가지고 꼭 개혁당을 해산시키고 열린우리당으로 가려고 했던 유시민처럼, 그들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먹으려는 행동에 극히 익숙하고, 거기에 대한 내 위화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들은 언제나 팬케이크를 먹으면서, 동시에 그것을 소유도 한다. 나는 그들에게 "개혁당을 기억하라."고 말하고 싶다. 개혁당 어이없이 깨부수고 권력추구해서 겨우 나온 결과가 이거냐고 캐묻고 싶다. 하지만 그런 질문 자체가 그들에겐 너무 생경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지금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는 의원들 중 어떤 이들은, 유시민의 역할분담론을 그대로 써먹는다. "대통령은 탈당 막는게 맞고, 우리는 당을 나가는게 맞다. 이게 큰 틀에서 대통령을 도와주는 거다."라는 것이다. 그 얘기를 전해 듣고 나는 유시민의 표정이 궁금했다. 참으로, 이런 걸 '인과응보'라고 불러야 할까. 나는 이 모든 것을 '유시민 효과'라고 부를 것이다. 정치평론가를 하다가 정치인이 된 이 사람은, 정치세계를 시민의 욕망과 그것을 실현하려는 노력이 있는 합리적인 공론의 장으로 만들기를 거부하고, 삼국지식 전략전술을 '솔직하게' 지지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올바른 행위라는 궤변을 펼쳤다. 물론 우리의 정치세계엔 합리성이 없다. 유시민은 그것을 단지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행위에 긍정성을 부여함으로써, 결국 그러한 현실 자체를 긍정해 버렸다.

그리하여, 이제는 의원 하나 하나가 마치 자신이 제갈공명인 것처럼 말해도 대통령은 할 말이 없다. 그들의 조직에 참여한 시민들은, 스스로 정치인이 된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것처럼 발언한다. 나는 어떤 이념을 지향한다. 그래서 나는 어떤 정책을 지향한다. 그래서 이런 정책을 실현해줄 어떤 정당을 지지한다, 라는 식으로 말해야 할 시민들이, 정치공학의 달인들이 되었다. 그 달인들은 서프라이즈에 가면 볼 수 있다. 가령 김동렬이라든지.

마지막으로 양성쓰기 운동의 초기 지지자였던 고은광순씨가 나와 미리 준비된 참여정치실천연대 전국회원총의 결의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 우리는 이번 2.14 전당대회를 당 수습과 혁신의 계기로 삼기 위해 앞장서 노력할 것이며 당내 모든 정치세력이 전당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


- 열린우리당의 창당 이념이자 당의 구성 및 운영원리인 기간당원제를 ‘기초당원제’로 변경하는 당헌개정과 관련하여,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여 소속 중앙위원들의 자유투표를 허용한다. 다만 우리는 기간당원제가 포기할 수 없는 이상이자 원칙임을 다시 확인하며, 이 가치의 확장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 참정연은 그동안의 조직노선 중심의 활동에서 정책노선, 정치노선 중심의 활동으로 대전환할 것을 천명하며, 당 안팎에서 광범위한 개혁진영의 결집과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정책대안을 수립하는 일에 주력할 것을 선언한다.


- 이번 전당대회는 열린우리당내 모든 정치세력의 단결과 화합의 한마당이 되어야하며 우리는 전당대회의 최고위원 선거를 통해 당의 혁신과 진로에 관한 대안을 제시하며 평화적인 정책노선경쟁에 임할 것이다.


- 지난 참여정부 4년의 평가와 마지막 1년이 열린우리당의 적극적 옹호와 지지 속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당내 모든 구성원이 일치단결 노력할 것과 당면 개헌정국에 보다 능동적으로 임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 참정연은 2007년 대선이 역사의 반동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새로운 혁신세력의 결집과 세력화의 씨앗이 되도록 노력하며,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할 혁신후보를 발굴하고 적극 지지함으로써 정권재창출에 복무할 것을 선언한다.


- 오늘 우리의 대승적 결단이 그 어떤 이유로도 왜곡되거나 폄하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른바 ‘탈당파’들이 전대무산 가능성 등을 핑계로 탈당을 선동하며 당을 와해시키려는 책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7년 1월 28일

참여정치실천연대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제가 중앙위원회에서 폐지되기 직전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유시민 효과'의 끝자락을 보고 있다. 어쩌면 이 사람들이 내가 앞으로 맞서 싸워야 할 사람들이다.  



P.S 유시민이 과거에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역할분담론을 펼쳤는지 궁금하신 분은 내가 예전에 쓴 '유시민 씨의 서커스 정치'란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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