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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운하영웅전설

조회 수 1483 추천 수 0 2007.11.26 12:03:57

1.
이 짤방은 DC 해전겔에서 활동하시는 굽시니스트 님이 만든 것이라 한다. 만들어진 시기는 11월 25일 경. 여기에 영향받은 것은 아니고, 나도 이달 초에 "<은하영웅전설>과 한국대선 : 눈 감으면 라인하르트, 눈 뜨면 이명박?"이란 글을 써서 판타스틱에 보냈다. 이 글은 판타스틱 12월 호에 게재되어 있다. 판타스틱에서 홈피에 전문을 게재할 리는 없으니까, 졸문을 보시려면 어쩔 수 없이 책을 찾아보셔야 할 것이다.

사실 지난달에 이 에세이를 기획하고 제목을 알려주었을 때는 받는 쪽에서 감각적으로 톡톡 튀는 글이 들어올 거라고 기대했던 것 같다. 제목은 운하영웅전설 짤방만큼은 아니라도 웃기는 구석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웬걸. 나는 그야말로 장중하게 정치적인 글을 써서 보냈다. 어느 매체가 되었든 내가 보내는 글들은 편집부를 골치아프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수정을 좀 봤지만 글의 성격이 바뀌지는 않는다.

이글은 <은하영웅전설>에 대한 본격적인 비평문조차도 아니다. 만일 <은하영웅전설>의 매력과 한계에 대해서 논하려면, 실은 양 웬리와 그 일당이 얼마나 민주주의와는 상관이 없는 것들인지, (물론 나는 양 웬리 빠지만) 이 일본의 텍스트가 얼마나 민주주의를 모르는 상태에서 민주주의를 갈구하면서 쓰여진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민주주의에 대한 작가의 형이상학적인(?!) 신봉이 그의 일신교에 대한 혐오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실은 정치적 냉소주의의 입장이라는 것까지도 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뭐, 이명박이 목에 가시처럼 걸리니, 겨우 라인하르트밖에 논하지 못하고 말았다. 한국 현대사의 정치인 몇과 엮어서. 마음에 안 든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따지기 전에 매끄럽게 쓰는데 별로 재주가 없는 것 같다. 컴퓨터 화면으로 읽을 때에 비해 활자화된 매체에서 읽을 때 티가 훨씬 더 난다. 읽다가 한 두문장이 턱턱 걸리는데 나 스스로 짜증이 치밀었다. 교정까지도 나 스스로 봐야 이런 일이 안 생기는 걸까. 이제와서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2.
내 글 한두편이 실려 있는 드라마틱 12월호와 판타스틱 12월호를 수령해 왔지만, 나는 더 이상 객원 에디터가 아니다. 김종필을 흉내내자면 자의반, 타의반이라고나 할까. 한동안은 반쯤은 자립적인 경제단위를 꾸렸으나, 이제 다시 부모님 용돈을 받는 신세. 잡지를 받아오는데 이전과는 기분이 사뭇 달랐다. 철학 논문들을 바라볼 때에도, 저런걸 쓸려면 얼마나 읽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고, 잡지에 실린 글들을 봐도 이런 걸 쓰려면 얼마나 많은 문화 컨텐츠를 영위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동네에도 저 동네에도 소속이 될 수 없을 것 같고, 뭘 잘 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지금은 물론 내가 세상에서 가기 싫어하는 종류의, 그리고 남보다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그런 일을 하고 있다. 여러가지 미래에 대한 변명을 주저리주저리 읊지만, 원래 나는 그런 변명을 대단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용해되지 않은 불순물의 덩어리처럼 우울함이 마음의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3.
BBK의 김경준은 11월 초부턴 입국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하는데, 이제서야 들어왔다. 그러니까 범여권은 이명박이 낙마하고 박근혜가 후보가 될 시간을 주지 않고, 이명박이 후보로 등록한 이후 그를 끝장내서 정동영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전략을 세웠었던가 보다. 이명박은 물론 시정잡배지만, 순도 100%의 네거티브 전략만으로 대통령을 꽁으로 먹으려고 든 범여권이라는 작자들의 행태는 뭐라고 평해야 할까. 이명박이 시정잡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공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 전에 비리를 폭로하고 막아주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여론은 한 순간에 변한다, 우리는 이길 수 있다,를 외쳤던 구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의'희망'이 이런 '꼼수'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분노조차 아깝다는 생각이 들 따름이다. 내기에 건 돈 25만원을 잃을지라도 제발 이명박은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심정인데, 이들은 한가하게(?) 정치를 체스판으로 보고 권력놀음이나 하고 있다. 뭔가 찍어줄 만한 위인들이 그러고 있으면 같잖지나 않지.

화재를 일으킨 소방수가 다른 소방수를 가리키며 저 사람은 면허가 없는 가짜 소방수라고 고발하는 광경을 우리는 보고 있다. 나도 가짜 소방수가 불을 끄겠다고 설치는 꼴을 보고 싶진 않지만, 제발 불낸 친구들은 입닥치고 가만히 있기를.
그들에겐 이겨야 할 이유도, 그럴 수 있는 자격도 없다. 시정잡배와 얼간이들을 빼면 극우파밖에 안 남는게 이번 대선이지만, 그게 시정잡배와 얼간이들을 용서해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시만

2007.11.26 17:08:37
*.99.62.34

1.
<이 동네에도 저 동네에도 소속이 될 수 없을 것 같고, 뭘 잘 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

같은 색깔의 피를 토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혹은 착각이)...
그치만 뭘 잘 하는지 모른다니...;;;

2. 얀(고의적 오타) 웬리 자리에 정동영이라니
콧물이 앞을 가린다.;;;

hj

2007.11.26 23:01:04
*.55.51.177

송환 결정이 난 것이 10월 18일이고, 한나라측에서 송환유예신청을 했다가 기각된 것이 10월 25일. 미국연방보안국의 검토를 거쳐 국무부장관 승인이 나야 신변인도가 된다고 했던 신문보도를 따져보면, 신당쪽의 꼼수로 보긴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실제 귀국일이 11월 16일인데, 가능했다면 10일 정도 더 빨리 들어오는게 오히려 유리했을 것 같아요.

뭐, 현 상태로는, 이명박이 낙마한대도 신당쪽이 될 것 같지도 않고 말입니다. =_=

hyun

2007.11.27 00:49:36
*.99.83.104

1. 네 모니터로 읽는 거랑 책으로 읽는 거랑 확실히 다르죠. 집중도의 차이인 것 같아요. 모니터로 읽고 나면 뉴스 듣고 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의 잔상같더라구요.
그리고 교정은 글을 쓴 사람이 프린트해서 직접 보는 게 최선이지 싶어요. 또 그리고 저는 윤형씨 글 쓰는 스탈 되게 좋아해요. 뭔 말인지 명료하게, 알게 쓰잖아요.
2. 마구 이해가 가는 얘깁니다. 그런데 저는 25살까지 먹고 크느라고 뭔 생각이라는 걸 했나 싶어서, "아니 이 분은 이제 시작인데..." 그런 생각이 들면서 저에겐 상처 그리고 위안이 되는 걸요. ㅎㅎ

현슬린

2007.11.27 01:15:47
*.54.64.34

쩝.....나도 다른 사람들 글을 읽을때면 도대체 책을 얼마나 읽어야 얼마나 공부해야 이만큼 쓸수 있는거야...수만번 생각한다. 그런데 그거 아냐? 니글을 읽을때도 그런 생각해. 아니 이놈은...나보다 어린게...도대체 어릴때 뭘 먹고 자랐길래..
싶은 그런 생각이 가끔 들떄가 있어.그러니 힘내렴...
그리고 모니터랑 책이랑 확실히 달라...그건 그래...

서민

2007.11.27 14:45:35
*.102.200.1

이 정도 글은 소위 중앙일간지 따위에선 찾아볼 수 없는 고급스런 글이어요. 이너넷 매체라 하더라도 글만 기고해서 충분히 생활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통합신당이 김경준의 입만 바라보는 정치를 한다는 홍준표의 말은 맞는 거구, 님이 지적했듯이 이명박의 낙마를 원하고 있긴 하지만, 들어오는 시기를 일부러 늦췄다고 생각진 않습니다. 검찰수사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너무 늦은 건 아닌지 싶네요(님 말씀이 맞을 수도 있지만요). 정동영의 인기가 여전히 바닥인 걸 보면 정치권은 외모지상주의가 작용하지 않는 유일한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 글구 25만원 그건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한국이 축구를 할 때면 다른 나라, 예를 들면 이란 같은 나라에게 돈을 걸었죠. 한국이 지면 돈 벌어서 좋고, 이기면 이겨서 좋고. 이명박이 아니면 25만원을 잃어도 상관없다는 님 말씀에 공감하지만, 문제는 이명박 말고 그럼 누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답이 없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그냥 님이 25만원 따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plath

2007.11.28 00:06:14
*.215.165.8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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